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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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면에 숨은 인간의 심리를 추적하는 다섯 개의 단편. 아시자와 요(芦澤央)의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許されようとは思いません)>는 간결하면서도 날이 선 섬뜩한 문장이 돋보인다. 복선과 암시는 결말에 가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고, 기대못한 반전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끝이 없는 건 무섭지. 끝이 있다는 걸 알면 어지간한 일은 견딜 수 있는 법이다만.”


외할머니의 무심코 던진 듯한 한마디는 한 마을의 집단적 가해를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를 가리킨다. 암으로 얼마남지 않은 삶을 이어가던 시아버지를 살해한 외할머니. 평생을 눈 닫고, 귀 닫은 채 엎드려 시부모를 공양하던 할머니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용서를 철저히 거부해 어떠한 예외도 인정받기 위한 할머니의 심리를 추리한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편은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타인은 이해못할 '평생의 한'을 표현했다. 특정인이나 특정가족에 대한 마을의 집단 따돌림인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일본 특유의 '왕따 문화'가 단편에 묻어난다. 특히 외부인을 향한 이 행위는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증언하는군요."


두번째 단편인 '목격자는 없었다'는 우연히 발주 실수를 범한 영업사원이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벌이는 소동에 관한 이야기다. 실수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제작사와 발주처를 뛰어다니며 수습하던 중 미니밴과 승용차의 추돌로 인한 사망사건을 목격하게 되면서, 심리적 불안과 갈등은 시작된다. 


'고마워, 할머니'편은 외손녀를 향한 지독한 간섭과 집착-스스로는 사랑이라 여기지만-이 불러오는 사건을 , '언니처럼'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던 자매의 문제가 각자 종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폭발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잘못된 관계 설정에 기인한 충돌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말이 충격적이다.


마지막 '그림 속의 남자'에서도 작가는 화자를 통해 주인공-문제적 인간-의 내부로 진입을 시도한다. 화염에 휩싸여 절규하는 사람을 그린 지옥도로 대단한 명성을 가진 여류화가의 불행한 과거, 그 과거만큼 참혹한 가정사가 캔버스에 담기게 된 까닭을 풀어낸다.


모든 이야기는 결말이 있고, 이유를 갖는다. 아시자와 요의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 이유에 주목한다. 책이 내리는 결말과 이유는 서늘한 공포 그 자체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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