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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역겨운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스트 거짓말쟁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거나,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특히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우리는 이러한 요소를 목도하고 있을 거라 짐작된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통설은 계속 유지돼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 부패의 고리에서 벗어나 정당한 권력의 시대를 맞을 수 있을까.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은 바로 '부패하지 않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사회를 우리가 경험하기 위한 조건'을 설명한다. 저자는 역사와 신화 속에 있었던, 그리고 실존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방대한 분석을 예로 들며 풀이했으며, 다양한 실험 결과와 더불어 심지어 동물의 행태에서까지 '권력'의 속성을 풀어냈다. 그가 말하는 권력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찰과 군대, 회사, 지역, 가정 등 모든 인간 사회와 관계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괴물'을 뽑게 되는 이유를 책의 안내대로 압축해보자. 권력을 탐하는 본인, 그러한 자를 등판시키는 시스템, 그리고 그 괴물을 선택하는 우리 등 크게 세 가지로 탐색해볼 수 있겠다. 특히 선택받고자 하는 개인의 문제에서 <권력의 심리학>이 지적한 '어둠의 3요소(dark triad)'가 눈에 띈다.
첫째,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로 요약되는 마키아벨리즘은 음모, 대인관계 조작, 타인에 대한 도덕적 무관심 등의 특성을 나타낸다. 도덕적 무관심이라. 둘째로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에서 비롯된 나르시시즘이다. 오만과 자아도취, 과장,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를 드러내는 속성이다. 그리고 셋째, 가장 어두운 요소인 사이코패스 성향. 공감 능력의 결여와 충동, 무분별, 조작, 공격성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겉으로 표현되는 분노, 욕설, 폭력 등이 연상된다. 부패할 권력자를 가려내기 위해 우리는 다시 '어둠의 3요소'에 주목해야 겠다.
'어둠의 3요소'가 최대치인 자들에게 꿈의 직업은 바로 독재자다. 그들, 혹은 그는 마키아벨리주의자처럼 완전한 지배력을 손에 넣을 때까지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내면의 사이코패스 덕에 누구든 골라 학대하고 고문도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동안 나르시시스트적 면모에 보너스를 더하듯 모든 사람에게 칭송받기를 원할 것이다. <권력의 심리학>에서 '양복입은 뱀'으로 표현되는 그가 권좌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갈 때 '어둠의 3요소'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흥미롭게도 사이코패스가 가장 많은 10대 직업으로 CEO, 변호사, 방송인, 판매원, 외과 의사, 저널리스트, 경찰관, 성직자, 셰프, 공무원 등을 꼽았다. 정치인이 없는 이유는 그들 가운데 사이코패스가 적어서가 아니라, 표본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나는 모르는 일"로 관계를 조작하고 또 다른 음모에 골몰하는 자. 숱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고도 도덕적 영향을 받지 않는 자. 자신의 능력을 과대 해석하고 과장해 포장하며, 오만함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자. 정당한 지적은 무시해버리는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고,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 쉽게 빠지는 자. 상대에 대해 거칠게 욕설하고 폭력을 가하는 자. '어둠의 3요소'를 충분히 지닌 자가 아닐까.

<권력의 심리학>에 등장하는 많은 예는 독자의 이해를 더욱 쉽게 한다. 치명적인 기만의 실례가 되는 '검은발개미거미'에 대한 이야기다. 이 거미는 개미를 따라한다. 개미처럼 행동해 천적으로부터 피하고, 개미인척 다가가 남의 거미줄을 돌아다니며 거미알을 쉽게 취해 먹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에드 영은 이 거미를 두고 "기본적으로 거미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거미를 먹기 위해 개미처럼 생긴 거미"라고 했다고 한다. 검은발개미거미같은 리더는 그를 저지해야 하는 우리를 방심하게 하고, 우리 속으로 들어와 우리의 미래를 우적우적 씹어 먹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권력자를 평가하는 우리의 시각을 제대로 교정하고, 선량한 권력자들이 제대로 된 시스템 안으로 많이 진입하도록 해야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권력에 부패하지 않을 '면역력'을 가진 리더가 분명히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얘기다. 다만 부패할 사람을 불균형적으로 권력에 끌어당기고 권좌에 앉히는 시스템을 뜯어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나쁜 권력은 시스템을 더 나쁜 방향으로 바꿔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 뱅갈루루와 덴마크에서 수백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한 실험은 바로 이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공직자의 부패가 심한 인도의 경우 학생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실험 결과를 거짓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건강한 공직 문화가 자리잡은 덴마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즉 부패한 시스템은 부패한 학생들을 끌어 당겼고, 정직한 시스템은 정직한 학생들을 끌어 당겼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개인이나 권력이 아니라 환경일 수도 있겠다.

첫인상만으로 우리는 '괴물'을 구별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권력의 심리학>에서 저자가 만난 독재자, 부정한 CEO, 부패관료, 전쟁광 등은 괴물이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들은 평범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괴물의 모습을 드러낸다. 좋은 시스템은 윤리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도덕적 집단을 만들 수 있다. 또 나쁜 시스템은 꼭대기에 오를 때까지 기꺼이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도둑질할 부도덕한 집단을 만들 수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권력의 심리학>은 우리가 선하고 훌륭한 지도자를 기다리기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선하고 훌륭한' 참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권력을 추구하기보다 권력의 부름에 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말이다. 자격없는 지원자만 가득할 경우, 우리의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누가 권력을 얻고, 권력은 어떻게 우리를 바꾸는가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권력의 심리학>이다.(*)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