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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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어느 곳에서 이제 노인이 되어버린 마티아는 팬데믹을 기억하며 글을 전한다.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끔찍하게 싫어하던 누군가와 함께 아파트에 격리됐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코로나가 유행하던 그 때 마티아는 아홉 살 어린아이였다.


마시모 그라멜리니의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마치 논픽션처럼 읽힌다. 현재 우리가 직접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지상에서 경험하는 이웃의 이야기가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부담없이 서술된다. 우리도 언젠가 코로나를 추억할 순간이 온다면 <이태리 아파트먼트>와 비슷한 감상을 내비치지 않을까 싶다.


"결국엔 다 괜찮아 질 거야. 괜찮지 않으면 아직 끝이 아닌 거야(Everthing will be okay in the end. If it's not okay, it's not the end)"


책은 존 레논이 남긴 문구에서 시작된다. 등교제한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며, 친구들로부터 튀어나온 이때문에 토끼라고 놀림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유로와질 것'이라고 여겼던 마티아. 그러나 금세 '이름과 성이 몹시 짜증나는 바이러스'가 자신에게 오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코로나는 아이스크림 가게 문을 닫게 했고, 아파트 마당에서 뛰어놀 수 없게 했으며, 엄마와 누나의 따뜻한 포옹도 하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재판소 폐쇄로 엄마는 두번째 남편이자 마티아의 아빠와의 이혼마저 연기됐고, 마티아는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았던 아빠와의 동거가 기다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정부는 방역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오늘 거리두기를 유지하면 내일 더 힘껏 포옹할 수 있습니다." 엄마, 누나와의 따스한 포옹의 기회마저 바이러스가 가져가버린 현실. 엄마는 손씻기와 비접촉을 과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그럼 내일 우리가 포옹할 수 있어?"

"마티아, 저건 일반적인 내일을 말해. 일주일 후일 수도 있고, 한 달, 일 년 뒤일 수도 있어."


누나의 지적은 옳았다. 얼마지나지 않아 텔레비전에서는 '봉쇄'라는 단어를 무서운 음의 외국어를 사용해서 '록다운(lockdow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젬마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한 층만 올라가는 일마저도 누군가 금지해버렸다. 아홉 살 마티아 의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우리와 멀지 않은 일상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격리된 마티아와 가족이 생활하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실, 주방, 발코니, 차고, 마당, 엘리베이터 등에서 코로나 시기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감상을 담았다. 사람들이 발코니에서 소통하고, 누군가는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를 열창한다. "새벽이 되면 승리하리라"는 가사에 이웃들은 박수를 보내지만, 그 노래 소리도 점차 줄어든다.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특히 가족의 중요성, 코로나로 인한 가족의 재구성을 다뤘다. 아빠가 다른 누나와 마티아는 서로 '등을 맞대는' 동지임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록다운'을 이겨내고, 새 연인을 따라 나섰던 아빠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심을 갖게 된다. 마티아는 꼬마 비스킷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 '스타비스킷'을 잠들기 전 매일 엄마에게 속삭이고, 그토록 싫었던 아빠에 대한 마음이 점차 열린다.


"영웅은 지옥에 떨어진다. 괴물들과 싸웠지만 돌아오는 길로 들어섰을 때 남은 이는 자신뿐이다....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끝난 게 아니라고, 혼자가 아니라고 그에게 속삭인다. 우리가 있다고,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그가 배운 그 모든 것이라고."


마티아가 본 세상은 결국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비록 과거보다 훨씬 나빠진 환경이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몇 년 뒤 사람들은 왜곡된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우리가 수천 년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문 닫은 아이스크림 가게에 누군가가 붙여 놓았던 글귀. "다 잘 될 거야". 그 말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일상에 다시 적응할 것이다. 마티아도 그렇게 코로나를 추억했다. 책은 먼훗날, 혹은 가까운 미래에 생각하게 될 '지금'을 다시 보게 한다. '코로나 때문에'가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가질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이또한 '다 잘되기 위한' 과정일 것이라는 희망으로.(*)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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