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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ㅣ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평점 :
"수십 년이 아니라 천년만년이라도 바꿀 수 있었다. 어마무시하게 멋진 삶도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었다. 나는 설이를 만나야 한다. 설이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설이와의 약속을 위해 구미호 만호의 제안을 수락한 채우. 죽은 몸이지만 다음 생을 포기하면서 이미 다시 태어났을 설이를 찾아 못다한 약속을 이루려 한다. 허락된 시간은 길어야 백일. 그 기간 내에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설이를 만나야 한다. 함께 약속했던 작은 꿈을 실현해주고 싶어서, 그 약속을 지키려 이렇게 모든 것을 바쳤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박현숙의 <약속 식당>은 '지난 생에서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다음 생에서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구미호 식당' 시리즈 세 번째 편이다. 설이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구미호와의 거래에 응한 채우가 세상에 다시 내려와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음식 솜씨는 없지만 음식 개발과 미각에는 타고난 소질이 있는 여자아이와 요리에 재주가 있는 남자아이의 약속은 먼 훗날 직접 개발한 음식으로 세상을 함께 하자는 약속을 했다. 백화점과 마트에 그 음식을 판매하고, 여자아이가 사장인 레스토랑에 남자아이가 수석 요리사가 되리라는 꿈. 보육원에서 만난 두 아이는 미처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엇갈려 버렸다. 설이를 지키려다 채우가 먼저 세상을 떠버리게 된 것이다. 죽어서도 잊을 수 없었던 약속, '파감로맨스'를 만들어 설이를 만족케 하는 일을 이루려 채우는 다시 세상을 찾는다.

만호가 준 힌트는 단 한가지. 다음 생에도 설이는 '게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온가족이 바람처럼 사라져버려 흉물로 남은 이층집에 식당을 연 채우는 <약속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설이를 찾아 나선다. 메뉴는 '비밀병기', '살살말랑', 그리고 '파감로맨스' 등 모두 설이와 함께 만들어낸 음식이다.
'파와 감자가 사랑에 빠질 때'라는 부제를 단 파감로맨스는 지난 생에서의 약속처럼 아직 미완성이다. 감자를 너무 좋아하지만 파냄새를 이기지 못하는 설이. 보육원에 처음 온 날도 그랬고 낯선 아이에게 처음으로 맞았던 날도 그랬듯 감자와 파가 모두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불행을 가져온다고 믿는 설이가 그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바라며 생각해낸 요리다. 미스터리를 품은 낡은 이층집에 자리잡은 <약속 식당>에서 설이와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 채우는 부단히 노력한다.

"친하게 지낼 수 있을 때,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을 때, 좋아할 수 있을 때 원 없이 친하게 지내고 원 없이 웃고 원 없이 좋아해야 해."
끝내 채우가 알게 된 약속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위한 훗날의 노력, 비록 모자라지만 최선을 다했던 소중한 기억. 어느 편이 더욱 크게 채우의 마음에 자리잡았을 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누구나 가져봤을 법한 '다음 생에도 이번 생이 이어질까'라는 생각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의 순간순간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키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이 아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면서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내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바로 지금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마다 우리는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겠다.(*)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