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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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들이 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가 없다.
멍한 상태에서 영화를 음미하며 내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필름으로 본 것 자체가 큰 행운이였다.

[ONCE UPON A TIME IN AMERICA] 포스터와 영화음악에 익숙해져 꼭 영화를 보고 싶었다.
10여 년 전 생일 선물로 O.S.T 를 받아 숱하게 들었던 터라
영화 내용보다 선행하는 음악에 추억이 실려 왔다.

229분의 상영시간 동안 지루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꽉 좌여진 구조를 흥미롭게 풀었다.
첫 사랑,
우정,
배신 등의 세상사의 굵직 굵직한 이야기 거리들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은 솜씨에 푹 빠졌다.

 젊은 날 중국 극장에 피해 마약을 하며 환하게 웃는 누들스(로버트 드니로)의 웃는 모습을
정지화면 효과로 처리한 엔딩장면은 마치 '장자의 꿈' 에 대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답변 같아 보인다.

주인공의 어린시절부터 노년까지 긴 세월을 다루며 시간을 다루는 편집 솜씨는 보는 것 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다. 젊은 시절의 누들스 모습에서 노년으로 뛰어 넘어가는 컷의 연결이 그러했고
노년의 누들스가 소년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마술처럼 보일 지경이다.

 영화를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보고 싶은 욕망이 솟는다.

 

 

 
p.s :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필름으로 본 후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목과 캐릭터를 훔친 영화가 원본을 따라 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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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 - Repatria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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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정확히, 한 달전 부산 시네마테크 팜플렛을 통해 이 영화 상영 일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질문해 보았다.
이 영화는 내 인생의 영화인가?
선뜻 대답하기에 사랑하는 영화들이 많다. 하지만 내 인생의 한국 영화 라는 타이틀은 적절하다.
차분히 송환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 의식의 수면으로 떠 오른다.
그 친구가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해 D.V.D를 구하려고 인터넷 서핑과 매장을 헤매였던 순간들이.....,
그러니까 이 글은 당신에게 부치지 못하는 편지 같은 거다.

4년만에 [송환]을 다시 보게 된 건데 네 번째 관람인 거 같다.
영화를 보기 전 극장에 앉아 눈을 감고 내가 기억하는 [송환]을 차분히 음미해 본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송환]을 보다가 불현듯 지아장커의 인터뷰 기사가 떠 오른다.
다큐멘타리 작업을 하다보면 대상자가 어느 순간 거리를 두기 때문에 극 영화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라는 요지의 답변이었던 거 같다. 어떤 할아버지들은 카메라를 의식하고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장면들을 보게 된다.

조 할아버지께서 김동원감독님의 안부를 물으시며 내 아들 같은 사람이라고 말 할때
카메라 라는 기계장치를 통해서 관계를 맺게 된 두 사람이 부자 관계로 서로를 인정하는 이 장면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영화로 맺을 수 있는 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김동원 감독님이 북한에 가서 조 할아버지를 만나던지
아닌, 조 할아버지가 남한의 서울에 다시 놀러(!)와서 만나게 되던지 간에
그 부자가 다시한번 마주 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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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리덕스 - Ashes of Time Redux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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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리덕스]를 보고 나면 의아해 질 수 밖에 없다.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 본인이 차린 택동영화사 창립작품으로 제작도 겸했기에 
따로 감독판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편집의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원본과 대동소이하다.
영화의 크레딧과 자막의 삽입 정도.     

사실 자막의 삽입도 국내 극장 버전에서만 빠져 있던 것이었던 거 같다.
기억의 한계 때문에 정확한 질문은 생각나지 않지만,
영화잡지 [키노] 96년 1월호 특집 정성일과의 인터뷰에서
[동사서독]에 삽입 되었던 자막 부분을 이야기 했었다.
대체 무슨 자막일까 궁금했는데 운이 좋게 홍콩에서 출시된 [동사서독]L.D를 보았었다.   

왕가위 감독 영화에서 시간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듯 하다.
그런 그이기에 14년 만에 [동사서독 리덕스]를 다시 선 보이는 이유가 무엇보다 궁금하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꼭 들어 보고 싶었지만 내게는 운이 닿지 않았다.
왕가위 감독 팬미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극장안에서 그의 동작과 말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는 모습들이였다.
끝나고 무대로 몰려가 사인을 요청하는 모습까지도 하나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옛 추억을 더듬고 올라가 95년에 맞추어 보면,
지금은 사라진 대학로 동숭시네마테크에서 왕가위감독 애장품 경매를 비롯한 행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장국영의 모습이 담긴 [동사서독] 포스터 판넬을 무척이나 탐했다.

나리오 작가 출신인 왕가위 감독은 기존의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벗어나
순환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아비정전]에서 주인공들을 바꾸어 가며 극을 이끌어 나갔던 것에 한 발 더 나아가
[동사서독리덕스]에서는 시간을 섞어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보는 영화의 시작은 이야기의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엔딩에 배치되어 있는 양가휘와 장만옥이 대화 부분이 전개 상 시작인 것이다.  
 


 

P.S : 이번주 (674호) 씨네 21에 실린 왕가위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장국영을 기억하기 위해 [동사서독]을 재 편집한 것임을 알 수 있겠더라.
왕가위 감독은 [아비정전], [동사서독], [해피 투게더] 에서 장국영과 함께 했는데
그 중에서 [동사서독]의 장국영을 불러 내고 싶었던 것이다.

[동사서독 리덕스]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장국영의 모습이었나 부다. 14년 전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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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2009-08-0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맨 앞부분에 서독이 개방을 혼자 쑥대밭 만드는 장면이 빠져있고(2분 가량), 맹무살수가 토비들과 싸울 때, 모용연 관련 장면들, 그리고 기타 등등에서 각각 1~2초씩 삭제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오프닝 타이틀에서 자잘하게 영화사 명칭 등이 바뀐 것 같던데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화질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좀 바꿔서 색감이나 채도가 많이 달라졌고요, 그 외에는 별로 다른 것 없습니다. 칸 그랑프리를 받은 원작의 완성도를 오히려 훼손했다고 보입니다.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1 (개정판) - 회계와 성장의 비밀 천재가 된 홍대리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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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회계만 떠 올려도 머리가 지끈거리시거나 '재무재표' 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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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리 2009-05-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지금쯤 회계천재가 되셨을라나^^

키노 2009-07-2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럴리가요 ㅎㅎ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72
유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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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6

....

노을이 마지막 손길을 저어물었다.
네 상처의 색깔도 나와같니?
난 아직 멀었다고했다.
인생이라는 뻔한 내러티브의 드라마
나는 한치 앞만을 바라보며 ,

.. 웃는다.

by유하

 
그녀의 홈피에서 위 글을 읽고 책장에 꼽혀 있는 유하 시집을 다시 찾아 본다.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맨 뒷 페이지에 써 놓은 메모를 발견했다.
그녀의 이름만 살짝 지우고서,

2003. 8.4



"대체 난 누굴 사랑했던 걸까"   - 재즈1 -

이 물음 앞에서 난 멍해진다.
그녀라고,
고백컨데 그건 짝사랑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나를 평생친구로 생각하는 그녀다.
그녀에게 시(時)도 헌사했건만,
편지를 주고 받은 기억이 참 좋다.
지금은 무슨 내용을 적어 보냈는지도 모르겠고
그녀가 어떤 답장을 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게 되면
꿈에서 그녀를 꼭 보았다.
얼마전에 이르기까지

기억 저편에,
몽정이라는 걸 그녀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다.

한때는 그녀만 생각하면 그저 눈물이 날 뿐이였다.
다시 時(시)를 쓰고 싶어진다.

잠 못 이루는 새벽에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이렇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독한 마음의 열병,
- 세운 상가 키드의 사랑 1, 유하 시집 중 -

  
이 싯구가,
눈 오는 창 밖을 내다 보며 힘을 내라고 내게 위로해 준다.
지금까지 내가 매료 되었던 것들은
단호함, 순발력, 결단력 등이었음을 알고 있다.

조선일보의 오만함에 치를 떨면서도
그 곳에 연재되고 있는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를 읽기 위해
인터넷으로 접속해 읽었다.
삶의 모순,
혹은 생의 아이러니
이런 것들에 눈 뜨고 있다고 볼 수 있으려나.

아직은 어색하고 서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가 궁금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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