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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172
유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0월
평점 :
재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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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마지막 손길을 저어물었다.
네 상처의 색깔도 나와같니?
난 아직 멀었다고했다.
인생이라는 뻔한 내러티브의 드라마
나는 한치 앞만을 바라보며 ,
.. 웃는다.
by유하
그녀의 홈피에서 위 글을 읽고 책장에 꼽혀 있는 유하 시집을 다시 찾아 본다.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맨 뒷 페이지에 써 놓은 메모를 발견했다.
그녀의 이름만 살짝 지우고서,
2003. 8.4
"대체 난 누굴 사랑했던 걸까" - 재즈1 -
이 물음 앞에서 난 멍해진다.
그녀라고,
고백컨데 그건 짝사랑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나를 평생친구로 생각하는 그녀다.
그녀에게 시(時)도 헌사했건만,
편지를 주고 받은 기억이 참 좋다.
지금은 무슨 내용을 적어 보냈는지도 모르겠고
그녀가 어떤 답장을 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게 되면
꿈에서 그녀를 꼭 보았다.
얼마전에 이르기까지
기억 저편에,
몽정이라는 걸 그녀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다.
한때는 그녀만 생각하면 그저 눈물이 날 뿐이였다.
다시 時(시)를 쓰고 싶어진다.
잠 못 이루는 새벽에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이렇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독한 마음의 열병,
- 세운 상가 키드의 사랑 1, 유하 시집 중 -
이 싯구가,
눈 오는 창 밖을 내다 보며 힘을 내라고 내게 위로해 준다.
지금까지 내가 매료 되었던 것들은
단호함, 순발력, 결단력 등이었음을 알고 있다.
조선일보의 오만함에 치를 떨면서도
그 곳에 연재되고 있는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를 읽기 위해
인터넷으로 접속해 읽었다.
삶의 모순,
혹은 생의 아이러니
이런 것들에 눈 뜨고 있다고 볼 수 있으려나.
아직은 어색하고 서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가 궁금한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