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패야합을 반대한다
김욱
Ⅰ. 2018년의 영패합당
1. 양당 대표 안철수ㆍ유승민의 영패 발언
다음은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의 소신에 찬 발언들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지역으로, 이념으로 나눠놨던 이 나라 드디어 한 마음으로 통합 될 것이다.” -안철수의 2017대선 신촌유세 중에서, 국민의당(보도자료), 2017년 5월 7일.
““당내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한 분이 많은데, 숙원이 남북통일 아니냐”라면서 “남북통일을 목표로 둔 사람들이 영·호남 통합도 안 되면 어떻게 남북통일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안철수의 대한성공회 주교 김성수와의 만남 중에서, 『연합뉴스』, 2017년 12월 1일.
“지역구도와 지역감정으로 정치해온 정치인들이 판사 판결에도 그렇게 지역감정 프레임을 들이댄다. 어처구니없지만 지난 30년간 그들은 그렇게 정치해왔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인공지능의 딥 러닝 시대에 지역감정 말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낡았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안철수의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중에서, 국민의당(보도자료), 2017년 12월 4일.
다음은 바른정당 대표 유승민의 소신에 찬 발언이다.
“제가 얘기하는 ‘지역주의 극복’은 호남이나 영남 등 특정 지역을 배제하자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대구에서 4선 의원을 한 저로서는 지금 대구 사람들이 얼마나 먹고살기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호남과 마찬가지로 영남에서도 특정 정당에 일방적으로 투표해 왔고, 그게 수십 년 쌓이면서 지역 경제가 피폐해지고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이제 깨어 있는 많은 유권자가 지역을 볼모로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당 내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은 ‘그럼 한국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거냐’고 하는데, 지방선거와 총선·대선은 다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뽑는 인물 위주 선거입니다. 심지어 기초의원은 아예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승민의 인터뷰 중에서, 인터넷 『문화일보』 2017년 12월 22일.
2. 영패 발언의 이데올로기적 의미
영패합당파 안철수ㆍ유승민의 위 발언은 다음과 같은 영패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① 1961년 박정희 이후 2018년 문재인까지 김대중(최규하)을 제외하고 모두 영남출신 대통령이지만 우리나라에 영패는 없고 진보/중도/보수만 있다. ② 나쁜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③ 그런 나쁜 정치인들에 휘둘린 영호남 유권자는 둘 다 공평하게 잘못했다(양비론). ④ 따라서 영패 과거사에 대한 성찰은 불필요하고 영호남 모두 앞으로만 잘하면 된다(과거 없는 미래). ⑤ 반합당파(특히 호남정치인들)는 합당파와는 달리 구태 속에서 여전히 지역감정을 이용하려 한다. ⑥ 지금까지 양당시절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해왔듯이 영남은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왔을 뿐이다. ⑦ 그러니 자유한국당의 정통성ㆍ정당성(정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따지지 마라. 자유한국당은 그저 공과가 있는 보수당일 뿐이다. ⑧ 즉 자유한국당의 기원이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의 당이라는 것도 따지면 안 된다. ⑨ 이런 맥락에서 지방선거의 경우 자유한국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 ⑩ 박근혜 탄핵도 과거사 성찰의 계기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민심에 따른 일회적 사건이었을 뿐이다. ⑪ 자유한국당과는 지금도 지방선거에서는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니, (유승민이 탈당 시 요구했던 정도의 수준까지) 자유한국당이 변신한다면 (논리적으로) 합당을 못할 이유도 없다(영패투항). ⑫ 그렇게 전두환당과도 함께하면 그것이 영호남 화합(통합)이다. ⑬ 이런 미래를 반대하는 건 곧 영호남 화합을 추구한 김대중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니 구태 반합당파는 각성해야 한다. ⑭ 이것(지역감정은 정치인들 농간이고, 이에 휘둘린 영호남 모두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무구한 사람들을 현혹시킨 후 결국 영패투항으로 끝맺는 영패정치)이 대한민국의 지역문제 해결책이고, 인공지능의 딥 러닝 시대의 새정치다!
이제 안철수ㆍ유승민의 이데올로기적 정체를 알았으니,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당신의 양심이 뭐라고 하는가? 합당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를 결심하는 건 아주 쉽다. 당신의 정의로운 양심이 위 안철수ㆍ유승민의 영패 이데올로기가 옳다고 수긍하면 합당에 찬성하면 되고, 옳지 못한 퇴행적 기만이라고 외치면 합당에 반대하면 된다. 그뿐이다!
Ⅱ. 2003년의 영패분당
1. 전 대통령 노무현의 영패발언
다음은 전 대통령 노무현의 소신에 찬 발언들이다.
“지역문제를 고려해서 특별히 특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저는 지역문제의 해결책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역에 있어서의 소외감이라든지 지역갈등이라든지 지역감정이라든지 이것 다 정치인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분명히 제가 말씀드리겠다. 그러면 92년 이전 30년동안 대구출신의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의 자원을 주무를 때 진짜 호남을 소외시켰나? 인정하시겠나? 그 30년 동안에 대구경북이 살이 찐 부자가 됐으면 얼마나 부자가 되었나? 그때 대구경북이 덕 많이 봤나? 일일이 거기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답을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경남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대구경북이 소외됐다 호남정권 시절에 소외됐다 그것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의 대구경북 언론인 만남 중에서, 『오마이뉴스』, 2003년 8월 19일.
“[한나라]당의 역사성과 정통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대타협의 결단으로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안: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중에서, 『프레시안』, 2005년 7월 28일.
“정치가 제대로 된다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대산맥이 계속 유지돼 가야 한다.” -노무현의 여 의원 만찬간담회 중에서, 『연합뉴스』, 2006년 8월 27일.
자, 영패는 없고, 따라서 영남이 덕 본 것도 없고, (광주학살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은 ‘정치인이 만들어 낸 허구’고,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지역주의 부패정당이니 법통을 부정해야 하고, 한나라당의 역사성과 정통성은 대타협의 결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노무현의 영패 양비론 이데올로기와 위 안철수ㆍ유승민의 영패 양비론 이데올로기가 겨자씨만한 차이라도 있는가?! 호남을 모욕하는 영패 양비론 이데올로기는 2003년에 발화되어 영패 투항으로 비극적 종말을 고하더니, 15년이 지난 2018년엔 마치 무슨 새로운 정치나 되는 것처럼 희극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각자 맡은 배역만을 달리해 반복되는 희극이다! 이 희극적 역사 속에서 다시 ‘영패 두더지 잡기’를 해야 할 시점이 왔을 뿐이다.
2. 문재인과 안철수ㆍ유승민, 누가 더 퇴행적인가?
2012년 9월 27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문재인은 광주ㆍ전남 핵심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분당사태에 대해 이렇게 사과했다.
“제가 관여했던 일은 아니지만 그 일(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참여정부의 큰 과오였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에 상처를 안겨주고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지금도 그 상처가 우리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문재인의 광주ㆍ전남 핵심 당원 간담회 중에서, 『오마이뉴스』, 2012년 9월 28일.
생각해보기 바란다. 분당을 과오라고 인정해 뒤늦게 사과가 필요했다고 해도 왜 민주당의 전국 지지자에게가 아니라 ‘호남’에 상처를 안겨주었다며 ‘호남’에 사과한 것일까? 진심이든 아니든, 사과의 논리는 노무현의 영패 이데올로기, 즉 호남 정치인을 호남과 분리해 ‘잡초’ 취급함으로써 호남 유권자를 조롱하고, ‘양비론’으로 영패에 대한 정당한 저항을 부정하고, 그런 식으로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오랜 세월 90% 지지를 ‘지역주의 부패’ 정당 지지를 한 것으로 비하하면서 분당한 것을 사과한 것이다. 물론 현 대통령 문재인의 실재가 어떨지는 계속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2003년의 영패분당 사태에 대해서 적어도 입으로는 분명히 호남에 사과했다.
그런데 안철수ㆍ유승민은 어떤가? 문재인이 과오라고 인정하고 사과한 2003년의 그 지긋지긋한 영패분당을 성찰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형태를 바꿔 영패합당으로 다시 반복하겠다는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 문제는 어찌 되는가? 노무현의 ‘양대산맥’ 인정정도가 아니다. 유승민은 아예 ‘자유한국당과 지방선거 연대’까지 당당하게 예고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디겠는가? 김영삼은 ‘TK와 남이 아닌 PK’의 지지를 업고 부당한 전두환당과 합당했을 뿐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마치 김영삼이 3당합당을 하기 위해 호남의원들까지 전리품처럼 끌고 가겠다는 것과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안철수ㆍ유승민은 박근혜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영패정치에 대한 일말의 성찰조차 거부하면서 심지어 영패합당을 미래를 위한 영호남 화합이라고 기만까지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안철수ㆍ유승민은 누가 더 영패 이데올로기에 퇴행적으로 중독돼 있는가? 안철수ㆍ유승민은 이미 성찰 없는 영패합당 시도로 ‘문재인의 사과’를 넘었고, 자유한국당과의 지방선거 연대론으로 한나라당을 승인하자는 데 그친 ‘노무현의 양대산맥론’도 간단히 넘어섰으며, 심지어 당권으로 호남의원들까지 인질로 잡아 전두환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 눈에 보이는) 연대를 예고하며 함께 ‘가즈아’고 외침으로써 ‘김영삼의 PKㆍTK 영패합당’ 너머로까지 퇴행하고 있다. 최악인 것은 안철수ㆍ유승민과 그들을 추종하는 영패합당파들은 자신들의 영패 이데올로기가 호남의 반영패 민주정신과 저항적 개혁역사를 능멸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다는 사실이다.
Ⅲ. 반합당(신당)파는 왜 불신 받는가?
반합당(신당)파는 앞으로 우리 정치사의 큰 시험에 들게 될 것이다. 그 시험문제는 이런 것이다. 국민의당 (원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의원 중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의 유혹을 꿋꿋하게 견딜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될까? 안철수는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탈당파를 받아들이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 의원 빼가기’를 할 것이고, 이후 “국민의당이 30석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야말로 확실하게 소멸하는 길”(인터넷 『경향신문』, 2018년 1월 5일)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심지어 반합당파가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에도 이후 정치여건(지방선거 결과 등)과 상관없이 꿋꿋하게 독자적인 정당의 목표와 신념을 갖고 자신들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즉 나는 신당이 ‘변주된 영패세력 간의 적대적 공생’이라는 그 큰 구심력을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과연 이겨낼 역량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따라서 안철수가 자신이 아니면 국민의당 (특별히 호남)의원들의 더불어민주당 편향이나 흡수를 막을 수 없다며 반합당파를 의심하는 것, 그 자체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한데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나보다는 더 잘 알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치적 신념을 위해 정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저 입신양명을 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목표는 정치적 신념 실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행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지 결국 자신의 선택이자 책임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 국민의당 사태와 같은 격변기에는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건 결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실존 문제다.
Ⅳ. 무엇을 위해 정치할 것인가?
누군가 ‘나는 어느 길을 가든 입신양명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고, 이해관계가 모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그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줄 수가 없다. 자신이 자신의 이해관계는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그런 확신이 삶의 좌표라면 그렇게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다만 내가 정치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해줄 수 있다면 그건 뭔가 정치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정치인에 대한 학자로서의 조언일 것이다. 그 조언은 이런 것이다.
영패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정치 후진국 대한민국은 복수정당체제가 아니다. 전국적인 차원에서만 보면 다당제로 보이지만 영호남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호남은 2016년 총선을 통해 복수정당체제를 확립해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그런데 호남의 복수정당체제는 다시 영패합당이라는 악재를 만나 위기에 처해 있다. 영남도 사실상 일당체제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복수정당체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불확실하다.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지금껏 복수정당제 확립을 고민하는 것이다. 현재의, 나아가 미래의 정치인들이 반드시 목표로 삼아야 하는 과업이 있다면, 그건 전국에 걸친 복수정당제(다당제)확립이다. 우리도 이젠 나라의 성장에 걸 맞는 전국적인 민주정치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선 호남의 경우만 제한적으로 말하자면) 호남에서 복수정당제라는 제도의 확립만을 위해 이념이나 정책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며 굳이 복수정당제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짐작컨대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해 자유한국당과의 적폐투쟁에 나서는 게 더 의미 있는 일 아니냐는 생각도 일부 있는 듯하다. 정말 국민의당 반합당(신당)파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이라도 합당을 해도 좋을 만큼 정체성이 같다고 보는가? 만약 그렇다고 생각하면 안철수의 의심이 분명한 근거가 있다는 말이 된다.
정당의 정체성 혹은 정강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판이한 속사정을 가질 수도 있고, 겉보기엔 판이하게 다르지만 속사정은 비슷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위선의 이데올로기가 설치는 나라에선 정당의 겉보기만을 보고, 혹은 진보/중도/보수 차원에서만 정치를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상기하자면 노무현의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이 한나라당(유인태)과 영남(추미애)에 대한 ‘선물’로 논해지기도 했다. 즉 영패관계가 남북관계까지 지배할 정도의 나라인 것이다. 이런 사정이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은가? 국민의당 반합당(신당)파는 애초 더불어민주당과 왜 결별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친노패권’ 때문이란 용어로 설명됐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친노문 영패 이데올로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저항을 호남이 지지ㆍ승인한 것이다. 호남은 반드시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당독재가 재구축되면 호남은 대한민국 영패 정치체제 속에서 다시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 정치적 메커니즘의 작동방식을 잊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반합당(신당)파의 정체성이 합당을 필요로 할 만큼 같다고만 생각하는 건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리는 위선일 가능성이 크다. 탄핵사태를 상기해보기 바란다. 오직 국민의당만이 일관되게 ‘탄핵’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예퇴진 탄핵 기회주의’, 바른정당은 ‘생존을 위한 탄핵민심 수용’, 자유한국당은 ‘탄핵반대’ 세력이 주도했다. 이것이 정확히 현 국면에서 발현된 각 정당의 뿌리 깊은 ‘영패/영패 양비론 기회주의/반영패’ 정체성이다. 반합당(신당)파는 활로를 위해 어떻게든 우선 호남을 설득해야 한다. 그 설득의 명제는 이런 것이다. ‘호남은 민주적으로 공평한 자기 몫을 당당히 얻기 위해 과거의 일당독재 시절이 더 좋았다고 보는가, 아니면 복수정당제에 따른 호남민심 구애 경쟁이 계속되는 것이 더 좋다고 보는가?’ 이 질문과 대답, 그리고 그 입증에 반합당(신당)파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반영패 정신으로 호남을 설득하는 것이겠지만 전국적인 지지호소도 호남의 설득 논리와 별개인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을 민주화시키기 위해 영패와 투쟁해야 하는 것은 단지 호남만의 역사적 숙명이 아니다. 왜 호남만이 그 무거운 역사적 짐을 져야 하는가? 따라서 반합당(신당)파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평화ㆍ개혁 정신을 가장 선명하게 실천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헌에 힘을 쏟아 소수당도 대한민국의 모든 패권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것만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여러분들이 확신을 갖고 어렵게 정치를 해서 바로 이 일을 해내는 데 기여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바란다.
2018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