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 - 장정희 장편소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장정희 지음 / 강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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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

장정희의 장편소설 "옥봉"을 읽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옥봉이라는 시인이 있는 줄 몰랐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옥봉의 삶과 시를 알게 되었다. 반상과 남녀의 차별이 극심했던 16세기 후반을 서녀로 태어나 소실로 살아가면서 시를 짓는 재능 때문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한 여인의 삶을 읽으면서 족쇄에 묶인 존재의 아픔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젔다.

작가 장정희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음을 알고 있다. 힘들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서녀나 소실이 아니라 정처의 자식으로 태어나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하고 있다. 노비로 태어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양반 사대부들의 위선을 비판하고 있다.

신사임당이나 허초희나 황진이나 매창은 알았어도 이옥봉을 몰랐던 나에게 새로운 시인을 알게 해준 "옥봉"이라는 소설이 고맙다.

그리고 10여 년을 머리를 싸매고 소설을 쓴 장정희 작가의 노고를 치하한다. 이 소설은 옥봉이라는 시인을 새로 태어나게 했다.

나는 이옥봉의 시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볼 것이다. 옥봉의 혼이 자유롭게 비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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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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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같은 세상을 헤쳐나가는 소녀의 눈부신 삶의 투쟁을 바라보면서 응원의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글쓰기의 힘을 선우는 우리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은 지독한 희망을 노래한다. 절망적인 환경일지라도 천일야화의 세에라자드라는 이야기꾼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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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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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을 찾아서

나는 30년 전부터 문예반 지도교사였다. 그때의 제자들은 지금도 그 시절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문예반이 사라졌다. 그런데 장정희 작가가 쓴 장편소설 『사춘기 문예반』이라는 소설이 나왔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웠다. 아직도 문예반이 살아 있다니? 요새는 학생들에게 글을 써보자는 말을 꺼내기도 힘든데 말이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작가는 30년 넘게 문예반을 지도하고 있다. 참 끈질기고 오기가 창창하다. 작가는 글쓴이의 말에서 ‘글쓰기가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그가 근무하는 학교의 문예반을 떠나서 대한민국의 문예반 지도교사이기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고선우는 까칠하면서도 주저흔이 손목에 있는 머리카락이 짧은 소녀로서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는 게임중독 폐인으로서 소식을 모르고, 엄마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가 외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오미수는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팔방미인지만 엄마의 기대가 커서 방황하는 문예반 반장으로서 백일장 대회에서 대상을 받지만
고선우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심주희는 먹기를 좋아하고 태평스러우면서 낙천적인 덩치가 큰 소녀로 주변에 친구가 많다.
문쌤은 문예반 지도교사, 오직 글을 쓰는 것만을 강조하는 소설가로서 문예반 학생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이다.

이 소설에서는 인문계 여고생들이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상처투성이인 고선우가 변화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자기 삶을 부정하고 반항적이기만 하던 고선우는 입체적 인물로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작가는 고선우라는 인물을 살리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이 소설 곳곳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개연성이 있는,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소설은 사회구조가 엄청나게 변해버린 현실을 담고 있다. 알바를 하는 학생들, 꿈이 없는 학생들, 시험을 두려워하는 학생들, 그리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상처 받은 학생들...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고선우를 바라보고 있다. 할아버지와 화해하고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보호자가 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함으로써 작가는 상처 입은 영혼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 글쓰기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꽃의 분절’이라는 집단창작시는 문예반 학생들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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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역사, 아버지
우일문 지음 / 유리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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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역사, 아버지(우일문,유리창)"

최근에 출판된 책 한 권이 나를 울렸다. 유리창에서 나온 “시시한 역사, 아버지”라는 책이다.

역사에도 시시한 역사가 있고 거창한 역사가 있다는 말인가? 아버지도 시시한 아버지가 있고 대단한 아버지가 있다는 말인가?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버지와 서먹서먹한 관계다. 나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내 아이들은 지금도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저자는 아버지(1932년생)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야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묻기 시작한다. 저자가 아버지에 대해서 아버지로부터 들은 것은 인민군 부역자 딱지가 붙어서 공무를 담임하지 못했다는 회한에 찬 눈물 섞인 목소리였다.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행장 한 장을 완성했을 뿐 아버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 뒤로 어머니, 숙부 등으로부터 들은 단편적인 내용을 엮어서 이 책을 저술했다. 아버지가 국가로부터 받은 것은 모멸과 조롱뿐이었다.

아버지는 18세에 의용군에 차출되어 포로로 잡혔다가 포로수용소에서 민간인 억류자로 석방된 것이 전부인데, 부역자꼬리표가 붙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부역자 꼬리표를 떼려고 군대에 가서 36개월을 근무하고 전역했어도 부역자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 울분에 찬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아버지는 늘 화난 표정으로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자기를 버린 국가를 원망하면서, 두려워하면서 말이다.

‘조선시대 노비는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면 면천을 하거나 벼슬을 얻기도 했는데’, 국가의 개돼지 취급을 받은 아버지의 절망과 좌절을 알고 나서, 저자는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이 책은 아버지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겹쳐진다. 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아들인 저자는 국가와 불화했다. 아니 권력과 맞짱을 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저자의 한숨과 눈물은 나의 것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 32년 동안의 교직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이 책은 생애사를 정리하고 싶은 나의 욕망에 불을 질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생애사 쓰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시시한역사
#아버지 #유리창 우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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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진폐
장량 지음 / 유리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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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진폐는 당신에게 기회의 분배와 희망을 준다.

 

 

케베도(1580-1645 에스파냐)의 시

 

권세 있는 자는 돈 선생뿐이외다.
어머님, 소자는 황금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하외다.
녀석은 나의 애인도 연인도 되나이다....
언제나 누런 빛으로 몸을 감싸고 다니는 것이
여간 귀엽지가 않더이다.
그놈이 한 냥짜리든 백 냥짜리든
소자는 그저 정신없이 사랑할 뿐이외다.
권세 있는 자는 돈 선생뿐이외다.

 

어느 귀부인도
녀석의 취향이나 취미를 경멸하지 않더이다.
번쩍거리는 백 냥짜리 앞에서
값싼 얼굴로 아양을 떨더이다.
녀석은 녀석대로
가죽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며 허세를 부리더이다.
권세 있는 자는 돈 선생뿐이외다.

 

 

-「위조진폐」(장량/유리창),264-265쪽

 

이 소설은 빈익빈 부익부, 기회의 편재에 대해서 신랄하게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기회를 잡지 못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회의 분배"를 실천하는 주인공의 눈물겨운 투쟁을 보여준다. 온 세상이 돈을 신으로 섬기며 미처 돌아가는 현실에 파열구를 낸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전개 속으로 푹 빠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서러운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극에 달한 지금, 그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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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2017-10-0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조진페 를 읽으면서 삶의 희망을 보여준 은서와 장량쌤의 투철한 노력이 보여서 너무너무 좋았읍니다...단지 상상만 갖고 쓴글이 아니고 마치 인쇄법에 모든것을 꽤뚫고 은서와 일심동체가 돼어 있었고 현대사회에 문제를 심오하게 꼬집었다는것에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