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심리학에서 그림자 개념은 한 인간의 인격에 포함되면서도 당사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는 모든 특성을 말한다.
그림자와 무의식 속에는 한 인간이 성장한 환경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어서 성장 과정에서 억압되었던 인격의 일부가 들어 있다. 항상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라고 배웠던 사람의 그림자 속에는 책임을 망각하곤 하는 게으름뱅이가 숨어 있다. (46)

의식적인 견해가 극단적일수록 상반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그림자 역시 극단적이다. (47)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대부분의 인간이 성적인 관심을 그림자 속으로 추방한다. (49)

무의식은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들은 일상생활에 참여하려고 한다.
무의식은 인간에게 완전해지라고 채근한다. 의식적인 관점이 극단화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도 생활 속에서 자기 자리를 요구한다. 그것도 우리 삶의 일부이며, 본질적으로 인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융의 말에 따르면 무의식으로 밀려난 내용들에게도 무언가 일이 일어난다. 의식과 무의식의 접촉이 적을수록, 그래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억압된 내용들일수록 더더욱 야성화한다. 태고적이고 유아적이 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인격에서 의식적인 부분이 학교에 가고 교육을 받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무의식의 부분들은 점점 더 미개화된다. 아무도 관심을 쏟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무의식적인 부분들이 우리의 문화 수준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낮은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마침내 파괴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51)

선별된 의식적 인격은 우리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날로 발전해간다. 하지만 버려진 성질에는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날 그것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 때는 (무의식은 활동적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미개한 형태로 등장하고 만다. 그러면 우리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는 것이다. (52)

과거엔 긍정적인 성질이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필요 없게 된 속성이 의식적인 생활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그런 순간 말이다. 게다가 악순환이 되풀이될수록 이런 성질을 의식적 생활에 편입시켜 긍정적인 특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자꾸만 줄어든다. (52)

그림자를 편입시키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첫째, 엄청난 양의 정신적 에너지가 남아돌게 된다. (53)

남미가 인도 사람들에게는 그런 내면의 게으름이 숨어 있지 않다. 그들의 문화는 충분한 휴식을 허용하며 지금 이 순간 이곳의 삶을 즐기라고 가르친다. (56)

 

손없는소녀 동화.. 새 손이 돋아 나는 장면..

이런 과정은 카오스 이론이나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이론의 틀 안에서 지난 몇십 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되어왔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은 무질서에서 질서가 자기 조직적으로 탄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 동물 개체군의 변동, 허리케인과 소용돌이 등이 그들의 연구 대상이다.
무질서에서 질서가 탄생하는 현상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생물학과 물리학, 화학뿐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조직화 이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창발적 진화(Emergenz)'라고 부른다. 과거 상태의 요인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창조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 융은 오늘날 우리가 '창발적 진화'라고 부르는 현상을 '초월적 기능'이라고 이름붙혔다. 그 용어를 이용하여... 그는 인간의 정신속에서는 지금껏 이성이 생각해낸 모든 해결책을 압도하는 새로운 관점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 융은 개체화가 진행되는 동안 인간이 자신의 무의식과 접촉하기 시작할 경우, 바로 이 접촉을 통해 그런 종류의 과정이 촉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17-19)

 

이런 남자들이 불행을 겪는 이유는 그들이 진짜 남자이기 때문이다 .둥지를 틀고 가정을 이루기에 딱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아직 그림자를 해방시키지 못한 강한 여성은 이런 남자를 만나면 기쁨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공포에 사로잡힌다. 정신분석가들에게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버림을 받는 남자들은 도무지 여성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217)

스물여덟 살 된 한 남자 동료는 이런 말을 했다.
"너무 심한 말 같지만 요즘 젊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야. 우리 어머니는 나를 키우시면서 늘 여자한테 잘하라고 가르치셨지. 그래서 그렇게 처신해왔어. 그랬더니 이게 뭐야? 우리 집에만 오면 여자들으 소파에 앉아 엉엉 울면서 아까운 내 포도주만 축내지. 그러고는 막상 침대에는 도둑놈 같은 남자들만 끌고 들어가. 이젠 여자들 하소연이라면 신물이 날 지경이야. 내가 마더 테레사는 아니잖아?" (220)

 

임신과 모성에 대해... 내면에서 원형적 여성의 힘과 접촉하자고 일부러 임신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인격 발달은 내면 세계의 임신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거나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구상하는 것. 이 모든 활동을 '잉태'라는 여성적 관점에서 진행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활동에 어머니의 측면을 불어넣는 것이다. 더불어 여러분 자신에게 어머니와 같은 자상함을 좀더 선사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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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홍보 부장 칼라일 T. 로빈슨의 기록)

[이민]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그 조그만 사내가 보인 에너지는 정말이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노출된 수천 미터의 초과분 필름을 제거할 일이 남은 것이다.

[이민]은 1천 800피트 정도의 길이로 줄여서 배급 업자들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가 찍은 필름은 무려 4만 피트가 넘었다! 사흘 밤낮 동안 채플린은 조금도 쉬지 않고 필름을 잘랐다. 그는 여기서 4인치, 저기서 1피트를 잘라내면서 같은 장면을 연달아 50차례나 다시 보기도 했다! 직원 가운데 한 사람만이 그를 도와줄 뿐 나머지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맨인 롤리 토테로가 조수였고, 나는 '입회인'으로 참석했다.

최종적으로 채플린이 완전히 승인한 적정 길이의 필름이 완성될 때쯤이면 그 위대한 코미디언은 아주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 된다. 수염은 몇 센티미터가 자라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더럽고 수척한 데다 옷도 잔뜩 구겨져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완성된 것이다.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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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순간부터 작별까지 그 연애는 11일 동안 지속되었으며, 일요일의 만남을 제외하면 두 사람이 20분 이상 함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채플린은 그 일을 결코 잊지 못했으며, 그는 그후에도 오랫동안 생애와 예술 두 방면 모두에서 헤티 켈리에게서 느꼈던 황홀한 감정을 다시 잡아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13년 후인 1921년 그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케닝턴 게이트. 거기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슬프고 감미롭고 빠르게 스쳐가는 추억들이.

---내가 헤티(소니의 동생)와 처음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이곳이었다. 몸에 조금 끼는 프록 코트와 모자와 지팡이로 잘 차려 입었던 나! 4시가 되도록 전차들을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헤티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그녀가 쳐다보았을 때 미소를 지었던 나는 정말 멋쟁이였다.

---나는 외출해서 한동안 케닝턴 게이트에 서 있었다. 내가 탄 택시의 운전사는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가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나는 맵시 있게 차려 입고 뛰는 가슴을 안은 채 자기 자신과 행복이 함께 길을 따라 나란히 걸어갈 그날을 기다리고 있던 열아홉 살짜리 젊은이를 기억하고 있다. 그 길은 지금 너무나도 황홀하다. 그 길은 또 다른 산책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전차가 오는 소리에 나는 간절한 심정으로 몸을 돌린다. 그때와 똑같이 단정한 헤티가 미소를 지으며 전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을 기대하기라도 하듯.

---이윽고 전차가 멈춰 선다. 남자들 몇이 내린다. 나이 든 여자 한 사람. 아이들 몇 명. 하지만 헤티는 없다.

---헤티는 가버렸다. 프록 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든 그 젊은이도. (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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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joy 2005-05-2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갇힌 짐승이 말을 배운다면 그가 뭐라고 말할지 몰라서 뭘 원하냐고 묻는 것인가. 납치당한 인간이 외계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순간 내뱉을 말이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가 아니고 뭐겠냐.
 

두려워 말아요. 이 섬 가득한 소음,
소리, 달콤한 노래는 기쁨을 줄 뿐 해치지 않아요.
때로는 천 개의 현악기들이
귓가에 가락을 울려 주고요, 때로는 목소리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난 나를
다시 재우지요. 그러면 꿈 속에서
구름들이 보물을 열어 보여 주어
곧 내게 내릴 것만 같아요. 잠에서 깨면
다시 꿈꾸게 해달라고 울지요.

CALIBAN
Be not afeard. The isle is full of noises,
Sounds, and sweet airs, that give delight, and hurt not.
Sometimes a thousand twangling instruments
Will hum about mine ears; and sometimes voices,
That, if I then had wak'd after long sleep,
Will make me sleep again; and then, in dreaming,
The clouds methought would open and show riches
Ready to drop upon me, that, when I wak'd,
I cried to dream again.

-Tempest III.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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