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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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무당, 굿, 금기 그리고 공포…



이 책은 평소 오컬트와 민속 신앙, 그리고 한국적인 공포에 관심이 많은 편인 나에게 큰 기대감을 줬던 책이었다.

무속 앤솔러지라는 그 주제가 주는 감정 자체가 어찌나 매력적인지.... 공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워낙 공포 쪽으로 유명한 작가분들이 참여한 책이라서 내용면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집이었고,

한국 무속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속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수록된 작품들이 하나같이 서로 다른 개성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무속'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작가님마다 접근 방식이 달라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떤 작품은 섬뜩한 공포를, 어떤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비극을,

또 어떤 작품은 기묘한 전통과 신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지만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가님들이 참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공포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단순히 유명 작가님들이 모였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연하게도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 역시 높아 앤솔로지 특유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김아직 작가님의 '사람 고기를 내어 드리니'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한국 무속 특유의 음산함과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강한 여운을 남겼다.

읽는 동안 가장 몰입해서 따라간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제일 처음 읽는 작품이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 같지만....)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작가님들이 무속 문화와 전통 신앙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무당이나 굿 같은 소재를 차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무속 신앙의 분위기와 의식,

금기와 관념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이야기 속 공포 역시 한층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도 공포 장르 쪽으로 평판이 높은 작가님들이라 지식을 가진 게 당연하겠지만서도... 이번이 특히나 크게 느껴졌다.


​한국적인 공포와 오컬트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무속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어떻게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집이라고 생각했고, 한 두 번정도 더 읽으면서 또 다시 따라가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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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오피셜 히스토리 - F1®의 시작과 현재를 기록한 유일한 공식 히스토리 북
모리스 해밀턴 지음, 박지혜 옮김 / 잇담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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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컬러 양장본으로 만나는 F1의 역사



평소에도 모터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F1 더 오피셜 히스토리'라는 책을 알게된 순간부터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기회로 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받아든 그 순간 "아, 이건 정말 소장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일반적인 스포츠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크기부터 압도적이었고,

올컬러 구성에 고급스러운 양장 스타일까지 더해져 있어서 책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굉장히 컸다.

단순히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컬렉션이나 아트북에 가까운 느낌이라 소장용으로 후회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사진들이 정말 인상 깊었다.

평소 영상으로만 접하던 F1 경기의 긴장감과 속도감, 그리고 스타트 직전 특유의 설렘 같은 감정들이 사진만으로도 다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특히 드라이버들의 표정과 머신의 디테일, 서킷 위의 순간들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미하엘 슈마허 같은 레전드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역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특별한 이름은 막스 베르스타펜이었다.

현시대를 달리고 있는 드라이버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만큼, 막스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금의 F1을 대표하는 드라이버답게 그의 경기와 성장 과정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왜 많은 사람들이 F1에 열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F1 이야기도 떠올랐다. 우리에게 커다란 흑역사처럼 남아 있는 영암 서킷의 기억 말이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다시 F1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암과 비교하면 접근성 면에서는 확실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까지 한국에서 F1이라는 거대한 모터 스포츠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남는다.

특히 도심 서킷이라는 개념을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한국에서 F1의 엔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 같다.


'F1 더 오피셜 히스토리'는 단순히 경기 결과를 정리한 책이 아니라, F1의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이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록집 그 자체다.

잘 알지 못했던 시대의 이야기들과 레전더리 드라이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고, 덕분에 F1이라는 스포츠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언젠가는 꼭 실제 서킷에서 경기를 직접 보고 싶다는 꿈도 다시 커졌다.

엔진 소리와 관중들의 함성, 그리고 머신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언젠가는 꼭 경기장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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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ㅣ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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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으로 이어지는 두 예술가의 세계



헤르만 헤세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안부를 전하며'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무척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와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두 사람을 한 권의 책 안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설레었기 때문인데,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 속에서 정점을 찍으며 살아간 두 예술가가 한 책 안에서 연결된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더욱 끌리고 끌렸던 것 같다.

거기다 그런 두 사람의 편지와 안부라는 주제라니... 너무 끌리지 않는가?

아마 나는 이 책을 통해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내 마음의 안부 또한 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 탄생 150주년이라는 게 조금 놀라웠는데,

헤르만 헤세가 그렇게 오래된(?) 작가였나? 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세기를 지나 지금의 우리가 헤세의 문장과

고흐의 그림을 여전히 읽고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오래전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이 남긴 감정과 고민들이 지금까지도 나와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도 아름다웠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단순히 글과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래된 예술가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양장본의 형태였다.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책이라기보다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작은 작품집 같은 느낌이 강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헤세의 문장과 고흐의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헤세의 글은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고, 고흐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감정을 전해주었고,

두 예술가의 흔적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해주었고, 덕분에 책 전체가 안부라는 제목처럼 하나의 긴 편지처럼 다가왔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 위로 같은 책이었다.

지친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만들고, 조용히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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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식물학 - 이름은 알지만 사연은 몰랐던 105가지 꽃과 풀의 속사정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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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꽃과 풀들에게서 발견한 소소한 이야기들



나는 평소 식물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잘 키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로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자연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것 또한 일맥상통일 것이다. 아무튼 한때는 보태니컬 아트까지 배웠을 정도로,

꽃과 나무, 풀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식물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사고 모으면서 읽게 되었다.


​최근엔 바빠서 많이 읽지 못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방구석 식물학'이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평소에 알고 있던 식물들에 대해서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기대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책 속에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단순한 식물도감처럼 딱딱하지 않고, 식물에 얽힌 문화나 어원, 꽃말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일본 식물학자의 책이라서 처음에는 혹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름과 다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번역이 정말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되어 있어서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가까운 사람에게 식물 이야기를 전해 듣는 느낌이라 더 편안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학술적이지도 않았다.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은 분량이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얕지는 않았고,

소소하게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하고 새롭게 배우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종종 한 페이지를 붙잡고 이것저것 오래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중간중간 들어간 식물 그림들도 정말 예뻤다. 식물 특유의 섬세한 분위기가 살아 있어서 몇 장은 다시 펼쳐볼 정도였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민감할 텐데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어성초'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성초는 냄새 때문에 좋은 기억이 없는 식물이었다.

예전에 약처럼 사용한 기억도 있어서 조금은 크게 거리감이 있었는데, 그런 어성초의 꽃말이 '흰 추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쩐지 측은함이 들었다.

투박하고 냄새나는 식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너무 순수한 꽃말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인 라벤더의 어원이 '씻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향기로운 이미지만 떠올렸던 꽃의 이름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고,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았단 사실에 조금 부끄러웠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건 바로 모란 꽃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중국 드라마나 중국의 장식 문화 속에서 모란과 작약이 많이 사용되기에

여성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모란이 남성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너무 놀라웠고, 한동안 관련된 이야기들을 더 찾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구석 식물학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식물학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익숙한 꽃과 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누구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소에 식물에 큰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번쯤은 무심코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성인에게도,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은 따스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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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ㅣ 쓰는 기쁨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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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 필사집은 나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책이었다.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단단한 양장본의 묵직함과 안정감 그리고 보라색 표지가 주는 차분함 이였다.

어딘가 서늘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품고 있는 색감이 제목과 묘하게 어울려, 펼치기도 전부터 너무 만족스러웠다.

특히 5월이라는 지금 계절과도 잘 맞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조금은 운명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2월부터 싯다르타를 통필사하고 있었고, 거의 마무리에 다다른 시점에서 '다음엔 무엇을 써볼까'라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리아 릴케의 필사집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길처럼 느껴졌다.

이거면 5월에 딱 어울리게 시작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필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릴케의 시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가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더 깊이 스며들었고,

필사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시 속에 있는 감정과 나 자신의 감정이 겹쳐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시의 분위기였다.

내가 알고 있던 릴케의 시는 어딘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꽤 비관적이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처음엔 조금 놀라웠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더 진솔한 감정이 느껴졌고,

어느 순간에는 나의 감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필사를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은 육성으로 왜? 왜? 왜?란 질문이 굉장히 많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질문에 대한 정답을 얻을 순 없었지만, 그냥 질문을 하는 그 자체가 소중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필사집으로써의 만족도, 완성도가 다 높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만년필로 쓰기에는 종이가 다소 얇아서 뒤에 비침이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일반 볼펜을 사용했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부담 없이 쓰고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점은 종교적인 색채가 담긴 시들이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무교인이지만,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종교를 강요하는 느낌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오히려 종교적 언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고,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시를 옮겨 적는 필사집이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한 번 더 '쓰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장미처럼 아름답지만 모순된 감정을 품은 릴케의 시를 따라 쓰며, 한층 더 마음이 성숙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아직도 시는 많이 남았고, 앞으로 나의 감정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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