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식물학 - 이름은 알지만 사연은 몰랐던 105가지 꽃과 풀의 속사정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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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꽃과 풀들에게서 발견한 소소한 이야기들



나는 평소 식물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잘 키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로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자연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것 또한 일맥상통일 것이다. 아무튼 한때는 보태니컬 아트까지 배웠을 정도로,

꽃과 나무, 풀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식물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사고 모으면서 읽게 되었다.


​최근엔 바빠서 많이 읽지 못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방구석 식물학'이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평소에 알고 있던 식물들에 대해서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기대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책 속에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단순한 식물도감처럼 딱딱하지 않고, 식물에 얽힌 문화나 어원, 꽃말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일본 식물학자의 책이라서 처음에는 혹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름과 다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번역이 정말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되어 있어서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가까운 사람에게 식물 이야기를 전해 듣는 느낌이라 더 편안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학술적이지도 않았다.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은 분량이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얕지는 않았고,

소소하게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하고 새롭게 배우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종종 한 페이지를 붙잡고 이것저것 오래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중간중간 들어간 식물 그림들도 정말 예뻤다. 식물 특유의 섬세한 분위기가 살아 있어서 몇 장은 다시 펼쳐볼 정도였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민감할 텐데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어성초'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성초는 냄새 때문에 좋은 기억이 없는 식물이었다.

예전에 약처럼 사용한 기억도 있어서 조금은 크게 거리감이 있었는데, 그런 어성초의 꽃말이 '흰 추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쩐지 측은함이 들었다.

투박하고 냄새나는 식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너무 순수한 꽃말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인 라벤더의 어원이 '씻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향기로운 이미지만 떠올렸던 꽃의 이름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고,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았단 사실에 조금 부끄러웠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건 바로 모란 꽃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중국 드라마나 중국의 장식 문화 속에서 모란과 작약이 많이 사용되기에

여성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모란이 남성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너무 놀라웠고, 한동안 관련된 이야기들을 더 찾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구석 식물학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식물학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익숙한 꽃과 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누구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소에 식물에 큰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번쯤은 무심코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성인에게도,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은 따스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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