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 -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북다 청소년 문학 3
장아결 외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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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이의 시선, 어른의 마음으로 읽다

이름 하나로 이어진 깊고 조용한 울림



요즘 청소년 소설을 자주 읽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

기발한 내용이 많아서 읽기도 하지만, SF나 판타지처럼 책 속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교실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자꾸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아이가 자라면서 겪게 될 수많은 고민과 상처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 아이들의 곁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미리 들여다보고, 미리 안아보고 싶었다.

이건 어쩌면 나만의 이기적인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나름 최선의 사랑 중 하나이길 바란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씩, 아주 조용히 다시 한번 한 사람의 어른이자 부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를 읽으면서도 그 마음은 조금 더 짙어졌다.



이 책에는 '믿을 만한 어른', '너만 빼고 완벽한 우리 반', '세 번째 눈을 뜰 때',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 '다정의 온도'라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다섯 편의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아이들이 낯선 세계와 마주하면서, 마음속의 일렁이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


이야기 속에서 나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아이들의 감정을 '사춘기라서', '다 지나갈 거니까' 같은 안일한 말로 치부하고 가볍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쩌면 가장 어른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쓰는, 누군가를 이해하면서 써야 하는 어렵고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모든 이야기는 단순히 아이들의 이야기, 학급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상을 가진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고 모든 것을 이해하며, 낯선 세계와 점점 가까워지는 그런 이야기들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어릴 때랑은 많이 달라진 지금의 아이들의 환경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세 번째 눈을 뜰 때'였다.

사실 소설의 줄거리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 이름이 '김다온'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네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단지 그 이름이, 내 사랑하는 아이의 이름과 같았다는 이유만으로....


물론 책 속의 다온이와 우리 다온이는 많이 다르다. 나이도, 성격도, 말투도, 살아가는 환경도....

그럼에도 그 이름을 볼 때마다 나는 문장을 넘어서 아이의 마음까지 꼭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 아이도 언젠가 이런 감정들과 마주할 것이다. 친구를 사귀고, 오해하고, 울고, 혼란스러워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갈 것이다. 나는 그 곁에 온전히 있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나는 청소년 문학을 읽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미리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리 미안해지고 싶다. 어른으로서의 내 죄책감을 조용히 껴안기 위해서라도.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라는 제목과 달리 전혀 을씨년스럽지 않은 책이다. 오히려 따뜻하고, 웃기고,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가 쉽게 넘겨짚는 사춘기의 감정, 언젠가 다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외면해 버리는 그 시간들 속에는 이렇게도 복잡하고 다층적인 세계가 있다는 걸 이 책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도 분명 겪고 지나온 과정인데 왜 어른이 되면서 그때의 감정을 잃어버린 것 같을까?


나는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더 미안해졌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이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


책을 덮으며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자라서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또 어떤 방식의 사고를 하는 어른으로 변해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디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으로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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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내면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정이든 지음 / 세네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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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깨어나다



최근에 필사 책을 꽤 많이 쓰고 있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글을 많이 썼는데 최근에 글을 쓰는 게 많이 줄어들어서

다시 한번 습관을 잡고 좋은 문장들을 쓰고 읽으면서 읽지 않았던 혹은 잊고 있었던 책 속의 문장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필사 책들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한 번씩 돌고 도는 그 유행의 주기에 편승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필사 책들이 나온다는 게 조금은 반갑기도 하고 취미로 잡고 가기엔 좋을 시기라고 생각되어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신기하게도 수많은 필사 책들이 나오는데 문장이 겹치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책을 내기 전에 많은 검수와 검토를 통해서 체크를 하기 때문이겠지만

유명한 작가의 문장 중에 사람들에게 무수한 사랑을 받는 문장들은 한 번쯤은 겹칠 수도 있을 텐데

겹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 이번에 내가 선택한 필사 책은 세네카에서 출간된 '하루 한 장, 내면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다

파란색과 빈티지 꽃이 그려진 표지가 세련된 느낌이라서 눈길을 끌었다

표지는 책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표지에 관심이 많은 나한테는 딱이었던 것 같다



다른 필사 책과 마찬가지로 왼쪽엔 문장이 있고 오른쪽엔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건 비단 필사 책뿐만 아니라 그림이든 스티커북이든 다 변함없는 법칙이라고 생각이 된다

책의 진행 방향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그게 편하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 꽤 인상 깊었던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4장 제1절 제66조가 나온다는 점이다

보통 필사라고 하면 소설, 시 등 문학 작품이나 비문학 작품에서 좋은 문장들을 가지고 오는 게 정석적인데


대한민국 헌법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특히나 대통령에 대한 구절이 나온다는 것은

최근에 있었던 123사태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싫지만

그래도 대통령의 위치나 대통령의 책무나 그런 것들이 절실히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이 책이 다른 필사 책이랑 다른 점은 하나 더 있다 중간중간 필사를 하면서 든 생각이나

다양한 질문에 대해서 적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인데 책을 따라서 적기만 하다가

직접 생각을 하고 생각하는 것을 적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건 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만 적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읽으면서 적으면서 생각을 하고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성장하는 것이니까

색감도 예뻐서 다른 필기도구랑 놔두면 좀 많이 예쁜 느낌도 받고 노출 바인딩을 좋아하는 나한테는

역시 노출 바인딩 자체도 매력적이고 넓게 펼칠 수 있으니까

글을 쓸 때마다 방해되는 것 없이 걸리는 것 없이 편하게 필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매일매일 쓰지 않더라도 한 번씩 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의 문장들이 가득해서

그것 또한 장점 어쩔 땐 진짜 딱 한 줄만 나오기도 한다.



글씨를 못써서 필사를 하거나 필사 노트를 쓰는 걸 망설이는 분들도 꽤 많고,

역으로 글씨를 잘 쓰고 싶어서 필사 노트를 적는 사람들도 있는데

겁먹지 말고 내 글씨체로 편하게 쓰면 좋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그렇게 쌓이고 쌓이면 글씨체가 점점 변하고 마음처럼 동글동글 예뻐질 것 같다

요즘은 사람들 각자 개성에 맞추어서 필체를 잘 활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내 글씨가 악필이라고 너무 낙담하지 말았으면!


그리고 그렇게 하루에 한 장씩 쌓이면 결국 이 책은 나만의 책이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내 글씨로 가득한 나의 생각이 차분하게 쌓인 멋진 필사 노트라니 너무 멋지지 않을까?


매일을 무기력하게 보내는 사람들이나 글을 쓰고 싶지만 막막한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스마트폰보다 펜과 노트를 다시 찾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 남은 페이지도 가득가득 채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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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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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빠지면 절대 못 나오는 디스토피아 소설


김이환 작가님의 절망의 구는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예전에 책을 잘 읽지 않던 친구가 선물 받아서 읽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강력하게 추천했을 만큼, 주변의 평도 극찬 일색이었다.

페이지터너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어봤는데 페이지터너는 '책장을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이라는 의미였다.

주변에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던 언니들 중 한 분도 추천을 해줬는데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작품도 드물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내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고, 그래서 가볍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에세이에 미쳐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무거운 플롯과 복잡한 세계관, 그리고 절망이라는 단어는 그 당시의 나에겐 너무나 큰 벽처럼 느껴졌다.

내 스스로의 상태가 절망적인 상태라서 또 다른 절망을 마주하고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절망의 구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완전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는 소식이었고,

어쩌면 지금이 이 이야기를 마주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 곧바로 후회했다.

왜 그때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진짜 잘 짜인 이야기, 너무나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소설이었다.

단순한 재난이나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내가 절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막연하게 떠올리던 감정을 깨부수며,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단지 그냥 절망과 사람을 삼키는 구체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소설의 중심에는 거는 '검은 구'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있다. 그게 바로 소설의 제목에도 나온 그 '절망의 구'다.

그것은 사람들을 하나씩 집어삼키면서 도시를 잠식해 간다. 하지만 그 이유도, 원인도, 방향도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더욱 기묘한 것은 사람들이 구에 삼켜지고 흡수되는데도 불구하고 구에 흡수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당연하게도 바로 주인공이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흡수되는데, 이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는 걸까? 그저 주인공이라서 그런 걸까?

그의 존재는 처음부터 큰 이질감을 준다. 그는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절망의 구를 최초로 발견한 최초 목격자이자 흡수되지 않는 사람. 그 자체만으로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고 읽으면서 나는 그가 '절망조차 삼켜버리지 못한 극에 달한 인간'이라는 아이러니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절망의 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엉망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여전히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전쟁, 재난, 붕괴 그 모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끝까지 자기 이익을 챙기고, 범죄를 저지르고,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나 역시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세상이 무너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식량을 구하기 위해 상점을 털거나,

어쩌면 누군가의 물건을 훔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람을 죽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그런 모습까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 소설은 그런 상상의 끝, 인간의 본성의 바닥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찾아왔다. 스피커와의 대화....

그 정체불명의 사람들과의 대면은 마치 마녀사냥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혹은 무언가 거대한 시스템의 냉혹한 심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은 내 안의 어떤 윤리적인 기준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왜 그는 흡수되지 않았지?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그가 절망 그 자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본인도 모르게 절망의 구를 스스로 만들어낸 건 아닐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너무 오래 살아남아야 했으며,

결국 누군가를 제물로 삶는 선택까지 감당해버린 인물이 되었다.

인간이기보다는 이제 그는 '구'의 주인처럼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절망의 구와 다르지 않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바로 그 결론인 '절망조차 삼켜버리지 못한 극에 달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흡수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와 맞닿은 사람들은 그의 그런 감정에 동화되어 흡수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절망의 구는 읽는 내내 생각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다. 한순간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고,

장면 장면이 너무 강렬해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이토록 영화나 드라마로 보고 싶은 소설도 오랜만인 것 같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스케일과 심리적인 깊이 그리고 세계관 모두가 시각화되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게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는 아니고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모습이겠지만 끝까지 외면할 수 없는 깊이가 있는 이야기라서

다른 사람들도 끝까지 그 절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절망에 빠져버린 사람들의 처절한 심판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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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롤러코스터 2
클로에 윤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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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청춘의 기록, 뒤늦게 도착한 진심



1권에 이어서 읽는 우리들의 롤러코스터 2권은 유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먼저 시작된다.

왜 그녀가 떠났는지, 왜 율을 배신해야만 했는지 그때는 알 수 없던 진심들이 1권의 마지막에 이어서

하나씩 드러나면서 1권에서 느꼈던 첫사랑의 풋풋함은 사라지고 점점 짙은 어른의 감정으로 바뀌어 간다.


특히 신세기의 존재가 너무 강렬했다. 유를 좋아하는 감정은 분명해 보였지만, 그는 끝없이 유를 배려했다.

곁에서 많은 걸 나누고, 공유하고, 배려했지만 분명 그의 모습에선 유를 좋아하는 감성이 묻어나고 있었는데

유는 그걸 알고 있으면서 율이나 지오, 에스타에게 했던 것처럼 세기한테도 선을 긋지 못하고 있었다.

세기도 사람이었고 종종 집착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유를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였다면 아마도, 전율보다는 신세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모든 걸 다 던지고 다시 시작하고자 했던 유의 감정이 이해는 된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있던 유의 선택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내가 참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유가 다시 율, 지오, 에스타와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어설프고 서툴게 다시 만나는 그 순간들이 이상하게도 너무 잘 어울렸다.

완벽하게 아름답게 정리되지 못했던 관계들이니,

이런 갑작스러운 재회의 모습도 그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훨씬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유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망설임 없이 전율을 향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행동하는 모습은 어쩐지 많이 당당해져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제대로 선을 긋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속으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자신도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 시절의 그 어설픔 마음과는 상당히 다른 마음과 생각이었다고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오래전 전율의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 유가 내린 처방은 '안심'이었다.

그래서 목에 자물쇠를 채웠다. 그것으로 그를 안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그를 자유롭게 놓아주기 위해 떠나는 길을 선택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오히려 그녀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 키웠다. 그건 온전히 그녀의 잘못이었다,

이제라도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꿋꿋하게 설 수 있도록 그를 해방해야 한다.


그에 반해서 전율은 여전히 아니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유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예전의 상처들이 계속해서 율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힘든 일인지, 율의 감정을 통해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 이야기의 끝은 너무나 그들 다웠다. 유와 율의 감정은 다시 이어졌고,

지오와 에스타는 끝내 우정으로써 남아 있게 되었다.

그들의 속사정 하나하나가 밝혀질수록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예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는 순간순간마다 유와 지오, 유와 에스타의 시간들이,

마음이 정리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그렇게 깊이 누군가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감정을 눌러가며 옆에 남아있어 주는 것이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또 다른 아름다움 이었다.


1권이 첫사랑의 시작이었다면, 2권은 그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감정의 기록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의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그 순간처럼, 가장 격렬하고 가장 솔직한 감정들이 이 안에 담겨 있었다.


1권과 2권의 분위기가 꽤 다르게 느껴졌지만, 확실히 이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구경한 게 너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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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롤러코스터 1
클로에 윤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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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는 모두 윤유를 사랑했다

첫사랑은 왜 늘 서툴고 아픈가요


오랜만에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읽게 된 소설 '우리들의 롤러코스터'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첫사랑에 관련된 소설이고 한때의 인터넷 소설 감성이 묻어난다고 하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고등학생들의 티격태격하고 풋풋한 연애 이야기로 시작될 것을 기대했는데

시작부터 유가 없는 현재의 이야기가 열리면서, 마음속의 무언가가 와장창 깨졌다. 로맨슨데 시작부터 너무 무거운 분위기잖아?!

전율, 박지오, 에스타가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그들의 첫사랑 '윤유'는 더 이상 그들의 곁에 없었다!

세 사람의 감정은 그리움으로 시작되고, 원망과 후회 그리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애틋함이 교 차한다


물론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고등학교 시절로 넘어간 시점에서는 그 시절의 첫사랑, 우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말 하지 못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가님의 묘사력이 정말 좋았다. 단순히 '좋아했다'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그 시절에만 존재하는 미묘하고 순수한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이 책의 시작이 이 작품에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롤러코스터에 막 탑승해서 천천히 올라갈 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처럼 말이다. 그 낯설고 조용한 시작이, 이 이야기를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여자 주인공인 윤유를 둘러싼 세 사람 전율, 박지오, 에스타는 각자의 방식으로 유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한다.

이들이 겪는 감정은 분명 첫사랑이지만, 단순히 설렘만은 아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어쩌면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 사람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그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게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였다면 절대 그렇게 쿨하게 행동하지는 못했을 텐데....

 

유는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율을 보면 미소 짓게 되고,

그의 서툰 애정 표현이 싫지는 않았다.

싫은 건 그가 아니라, 그를 생각하느라 자꾸만 집중이 흐트러지는 자기 자신이었다.

(중략)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유에게 전율은 치명적인 방해꾼이었고,

그녀는 점점 그에게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특히 유의 감정이 인상 깊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게 사랑인지, 관심인지, 아니면 그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인지도 헷갈려 하고 잘 모르는 서툰 소녀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순수한 마음이 언젠가의 내 감정처럼 다가왔다.

이 소설은 단순히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서사보다는, 그 감정이 싹트기 전의 서툰 망설임, 감정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그리고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사랑의 반짝임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등장인물 중에 남자 주인공은 누가 봐도 전율이었지만, 지오와 에스타의 감정선도 매우 탄탄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이 세 명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2권에서 본격적으로 유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궁금했다.


오랜만에 풋풋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감정의 로맨스를 만난 것 같아서 즐거웠다.

어서 2권으로 가야지.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윤유를 사랑했다

-첫사랑은 왜 늘 서툴고 아픈가요



오랜만에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읽게 된 소설 '우리들의 롤러코스터'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첫사랑에 관련된 소설이고 한때의 인터넷 소설 감성이 묻어난다고 하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고등학생들의 티격태격하고 풋풋한 연애 이야기로 시작될 것을 기대했는데

시작부터 유가 없는 현재의 이야기가 열리면서, 마음속의 무언가가 와장창 깨졌다.

로맨슨데 시작부터 너무 무거운 분위기잖아?!


전율, 박지오, 에스타가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그들의 첫사랑 '윤유'는 더 이상 그들의 곁에 없었다!

세 사람의 감정은 그리움으로 시작되고, 원망과 후회 그리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애틋함이 교차한다


물론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고등학교 시절로 넘어간 시점에서는 그 시절의 첫사랑, 우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말 하지 못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가님의 묘사력이 정말 좋았다. 단순히 '좋아했다'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그 시절에만 존재하는 미묘하고 순수한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이 책의 시작이 이 작품에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롤러코스터에 막 탑승해서 천천히 올라갈 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처럼 말이다.

그 낯설고 조용한 시작이, 이 이야기를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여자 주인공인 윤유를 둘러싼 세 사람 전율, 박지오, 에스타는 각자의 방식으로 유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한다.


이들이 겪는 감정은 분명 첫사랑이지만, 단순히 설렘만은 아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어쩌면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 사람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그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게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였다면 절대 그렇게 쿨하게 행동하지는 못했을 텐데....



유는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율을 보면 미소 짓게 되고,

그의 서툰 애정 표현이 싫지는 않았다.

싫은 건 그가 아니라, 그를 생각하느라 자꾸만 집중이 흐트러지는 자기 자신이었다.

(중략)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유에게 전율은 치명적인 방해꾼이었고,

그녀는 점점 그에게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특히 유의 감정이 인상 깊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게 사랑인지, 관심인지, 아니면 그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인지도 헷갈려 하고 잘 모르는 서툰 소녀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순수한 마음이 언젠가의 내 감정처럼 다가왔다.

이 소설은 단순히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서사보다는, 그 감정이 싹트기 전의 서툰 망설임, 감정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그리고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사랑의 반짝임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등장인물 중에 남자 주인공은 누가 봐도 전율이었지만, 지오와 에스타의 감정선도 매우 탄탄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이 세 명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2권에서 본격적으로 유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궁금했다.


오랜만에 풋풋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감정의 로맨스를 만난 것 같아서 즐거웠다.

어서 2권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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