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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 -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ㅣ 북다 청소년 문학 3
장아결 외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이의 시선, 어른의 마음으로 읽다
이름 하나로 이어진 깊고 조용한 울림

요즘 청소년 소설을 자주 읽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
기발한 내용이 많아서 읽기도 하지만, SF나 판타지처럼 책 속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교실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자꾸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아이가 자라면서 겪게 될 수많은 고민과 상처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 아이들의 곁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미리 들여다보고, 미리 안아보고 싶었다.
이건 어쩌면 나만의 이기적인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나름 최선의 사랑 중 하나이길 바란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씩, 아주 조용히 다시 한번 한 사람의 어른이자 부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를 읽으면서도 그 마음은 조금 더 짙어졌다.

이 책에는 '믿을 만한 어른', '너만 빼고 완벽한 우리 반', '세 번째 눈을 뜰 때',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 '다정의 온도'라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다섯 편의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아이들이 낯선 세계와 마주하면서, 마음속의 일렁이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
이야기 속에서 나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아이들의 감정을 '사춘기라서', '다 지나갈 거니까' 같은 안일한 말로 치부하고 가볍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쩌면 가장 어른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쓰는, 누군가를 이해하면서 써야 하는 어렵고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모든 이야기는 단순히 아이들의 이야기, 학급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상을 가진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고 모든 것을 이해하며, 낯선 세계와 점점 가까워지는 그런 이야기들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어릴 때랑은 많이 달라진 지금의 아이들의 환경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세 번째 눈을 뜰 때'였다.
사실 소설의 줄거리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 이름이 '김다온'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네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단지 그 이름이, 내 사랑하는 아이의 이름과 같았다는 이유만으로....
물론 책 속의 다온이와 우리 다온이는 많이 다르다. 나이도, 성격도, 말투도, 살아가는 환경도....
그럼에도 그 이름을 볼 때마다 나는 문장을 넘어서 아이의 마음까지 꼭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 아이도 언젠가 이런 감정들과 마주할 것이다. 친구를 사귀고, 오해하고, 울고, 혼란스러워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갈 것이다. 나는 그 곁에 온전히 있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나는 청소년 문학을 읽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미리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리 미안해지고 싶다. 어른으로서의 내 죄책감을 조용히 껴안기 위해서라도.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라는 제목과 달리 전혀 을씨년스럽지 않은 책이다. 오히려 따뜻하고, 웃기고,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가 쉽게 넘겨짚는 사춘기의 감정, 언젠가 다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외면해 버리는 그 시간들 속에는 이렇게도 복잡하고 다층적인 세계가 있다는 걸 이 책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도 분명 겪고 지나온 과정인데 왜 어른이 되면서 그때의 감정을 잃어버린 것 같을까?
나는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더 미안해졌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이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
책을 덮으며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자라서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또 어떤 방식의 사고를 하는 어른으로 변해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디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으로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