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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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전설의 고향, 현대적으로 다시 불려오다

- 6인 6색으로 펼쳐낸 한국 괴이의 풍경



나는 원래도 한국적인 샤머니즘이나 오컬트, 그리고 민담 설화 속 요괴와 괴물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앞에서 봤던 ‘전설의 고향’ 시리즈는 내게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가 담긴 특별한 체험이었다.

그래서 '귀신새 우는 소리'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거 한국 쪽 이야기 아니야? 란 호기심이 생겼고, 책은 역시 그런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의 색감 자체가 너무너무 괴이하면서도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목과 주제에 너무 잘 어울리는 색감이 아닐 수 없었다고 할까?

책의 표지에서부터 느낌을 꽤 중시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보이는 강렬한 책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책은 '괴이학회' 소속 여섯 명의 젊은 작가분들이 모여 만든 호러 앤솔러지다.

각각의 단편은 한국 전설과 민담을 바탕으로 쓰였는데, 단순히 옛이야기를 재현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과 장르적 색깔을 불어넣어, 친숙한 전설이 현대적 감각의 공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덕분에 읽는 내내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지며, 오래된 전설이 새로운 방식으로 내 앞에 다가오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해서 그 배경들이 현대적이라는 건 아니다. 철저하게 전설의 고향이나 괴담, 민담에 어울리는 시대적 배경에 맞추어져 있다.


앤솔러지의 묘미는 다양한 색깔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도 여섯 편의 단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설을 재해석되며, 6가지의 색다른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류재이 작가님의 '금녀'는 금돼지 전설을 토대로 코즈믹 호러적인 상상력을 덧붙였는데,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기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압도한다.

이지유 작가님의 '여우의 미소'는 살인 사건과 여우누이 전설을 교차시켜 미스터리와 호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무경 작가님의 '웃는 머리'는 창귀 전설을 변주하며, 인간인지 요괴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공포를 보여준다.


이렇듯 각각의 단편이 서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잘 맞는다.

어떤 작품은 분위기만으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또 다른 작품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공포의 결이 달라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앤솔러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전설의 고향이 2025년에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전설, 민담, 요괴 이야기가 이미 친숙하지만, 작가님들의 상상력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감각과 공포, 긴장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낮에는 그냥 평범한 새소리로 들렸던 '귀신새',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스산한 밤이 되면 불안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것처럼,

책 속 전설들도 새롭게 변주되면서 나를 낯선 공포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 전설 특유의 음울한 정서와 현대 호러의 장르적 장치가 교차하면서,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문화적 체험’ 같은 느낌을 주었다.


​특히 샤머니즘적 세계관이나 금기, 인간의 욕망과 불안 같은 주제들이 단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덕분에 이야기가 단순히 귀신이 나타나서 무섭다로 끝나지 않고, 공포의 뿌리를 인간과 사회의 내면으로 확장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한국적 공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해외 호러는 익숙해도 한국 전설을 본격적으로 다룬 호러 앤솔러지는 흔치 않다.

이 책은 그 공백을 채워주면서도, 단순히 소재의 차용에 그치지 않고 개성 있는 이야기로 다시 빚어낸다.


​다만 앤솔러지 특성상, 모든 단편이 똑같은 무게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긴장감은 훌륭하지만 마무리가 다소 급하게 느껴졌고, 어떤 작품은 신선한 설정에 비해 결말이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가 오히려 여섯 편을 번갈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 같은 사람에겐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는 원래도 샤머니즘과 오컬트, 요괴와 괴물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 책이 보여준 매력이 몇 배로 크게 느껴졌다.

새로운 요괴 해석이나 민담 속 괴물들의 변주가 무척 흥미로웠고,

앞서 말했다시피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현대적으로 다시 방영된다면 꼭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더욱 바라는 점은, 앞으로도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 속 전설과 괴담은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원천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하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전통과 현대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야기를 계속 만나고 싶다.


옛 전설이 오늘의 공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담아낸 단편집.

내가 좋아하던 민담과 괴담의 세계가 현대적 상상력과 결합해 되살아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독서 그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귀에 맴도는 귀신새의 울음소리처럼, 이 책이 남긴 여운은 길고 깊어서 몇 번이나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서 읽어보았다.

전설을 사랑하는 사람, 한국적 공포의 색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호러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분명 매혹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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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캡컷 - 매일매일 쓰는 올인원 AI 매일매일 AI 시리즈 1
민지영.문수민.앤미디어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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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서 영상까지, AI 생성 기능의 매력

- 초보자에게는 입문서, 경험자에게는 정리서



대학교 시절, 디지털 콘텐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시각디자인과 함께 영상 편집도 접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도 않았고, 영상이라고 해도  UCC 공모전 정도에 활용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특히 영상 쪽은 시각디자인보다도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해서 거리감이 많이 있었다.

과제 때문에 작업을 할 때도 디자인 작업보다는 훨씬 더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영상 편집에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영상 편집은 내게 조금은 먼 분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다시 영상 편집을 조금씩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영상 편집 툴들을 찾아 쓰게 되었다.

프리미어 프로나 애프터 이펙트 같은 전문 프로그램은 확실히 강력했지만, 무겁고 까다로워서 쓰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PC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가볍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고, 그 끝에 남은 선택지가 바로 필모라와 캡컷이었다.

여러 번의 비교 끝에 결국 캡컷을 유료 결제해 쓰게 되었는데, 사용하면 할수록 간편하면서도 기능이 다양해 이게 내가 찾던 툴이구나 싶었다.


​다만 기능이 워낙 많다 보니, 실제로 활용하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AI 기능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었는데, 다른 작업에서 AI 이미지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굳이 캡컷 안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을 두고 왜 바깥에서만 AI를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매일매일 쓰는 올인원 AI - AI 캡컷'이다.



이 책은 이름 그대로 AI 기능을 포함한 캡컷의 활용법을 올인원으로 담아내고 있다.

캡컷을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도가 다소 낮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딱 알맞은 구성이었다.

특히 프롬프트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AI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마다 프롬프트 작성의 까다로움을 체감해 왔는데,

이 책은 캡컷 안에서 그 과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실제 작업과 연결되는 활용법이 많아서 좋았다.

최근 들어 내가 쇼츠 작업을 자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참고하면서 훨씬 다양한 연출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영상 편집을 잘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고, AI를 곁들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개해 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이 책이 말하는 AI 편집 기능들이 캡컷의 기능을 전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캡컷 안에서 직접 촬영하지 않고도 AI를 활용해 영상의 빈틈을 메우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초보자에게는 입문서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도구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캡컷이라는 툴 자체가 업데이트가 빠르고,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다 보니 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영상 제작을 직업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수많은 컨텐츠가 쏟아지는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영상 편집을 접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은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영상 편집이 이제는 손쉽게, 그리고 AI라는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즐겁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나 역시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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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픽셔너리 1
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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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와 창작의 상상력

- 낯익은 얼굴과의 마주침, 흔들리는 현실



박대겸 작가님의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는 제목부터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모든 세계"라는 말이 암시하는 거대한 스케일과 동시에 "하나였다"라는 문장이 전하는 단순함이 묘하게 충돌하면서, 책을 열기 전부터 이 소설이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들죠.



소설의 시작은 의외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그 속에 소설가 박대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곧 낯익은 복장을 한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으면 이 만남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혹은 그 사이 어딘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게 되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구성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데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출판 원고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또 다른 순간에는 탐정 ‘에른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톤으로 바꿔버립니다.

작가님은 장르의 문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도 비틀어내는데, 그 과정이 매우 유쾌합니다. 마치 독자가 소설의 울타리를 벗어나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소설에 탐정이 등장하는 순간, 아무리 에세이처럼 써도 완전히 픽션이 된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을 보여줍니다. 소설은 결국 허구라는 사실, 그러나 허구를 믿는 순간 현실보다 더 진짜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이 대목에서 박대겸이라는 작가는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를 유희의 장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평행우주라는 설정은 작품에 한층 더 넓은 상상력을 불어넣습니다.

내가 창조한 소설가 박대겸이 또 다른 세계 어딘가에서 진짜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발상은, 단순히 흥미로움을 넘어서 창작 행위 자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 책은 작가와 작품, 독자와 세계가 서로 맞물리며 무한히 확장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설인 셈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무겁게 들릴 수 있는 주제들을 작가가 경쾌한 리듬과 위트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웃음을 터뜨리며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문득 깊은 질문 앞에 서기도 합니다.

이 균형감각 덕분에 책은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읽히면서도 여운을 오래 남깁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하나의 소설을 읽는 경험을 넘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현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가 믿는 세계의 경계를 슬며시 흔들어놓는 이 작품은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해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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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선 - 검은 신선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1
고정욱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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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한국형 무협 판타지

- 무협 세계, 청소년에게는 새롭고 낯선 매력



고정욱 작가님의 '흑선 : 검은 신선'은 제목에서부터 꽤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흑선’이라는 낯설고도 묵직한 단어, 그리고 ‘검은 신선’이라는 조합은 누가봐도 무협지에서나 등장할 법한 단어이기 때문에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흔히 신선이라 하면 청아하고 고결한 존재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책의 신선은 검은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다.

이미 제목만으로도 기존에 접하던 청소년 소설이나 판타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예고하는 셈인데

이야기는 현대를 세계관으로 하면서도 전통적인 무협 소설의 분위기를 많이 담고 있다.


사실 청소년들은 무협지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동네의 책방들에서 빌려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찾기도 힘들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찾아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과 다양한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고전 무협은 이미 낯설고 오래된 장르일 수 있다.

하지만 '흑선'은 무협의 서사 구조와 분위기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내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전달하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옛 무협의 답습이 아니라, 새로운 판타지적 변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이 점에서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처음 만나는 무협 세계 같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은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힘으로 인해 고립과 불안을 겪는다.

그는 영웅적이면서도 위험하고, 구원자이면서도 파괴적인 면모를 함께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보였다.

청소년들은 이런 모순적인 인물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론 내가 저런 인물이 된다면? 같은 상상 속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이야기의 흐름은 빠르게 전개되며, 사건과 대결이 연달아 이어져 독서의 속도를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무협지 특유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잘 살려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소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청소년소설의 특징상 권선징악의 구조가 뚜렷하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보다는 사건 전개가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가볍게 읽히며, 잠시 현실을 벗어나 색다른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고 생각했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안에서 모험과 상상의 즐거움을 되찾게 되는 것이라고 할까?


요즘 청소년 문학이 보여주는 다양성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때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성장 소설이나 학교 생활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회파 추리, 스릴러, 그리고 이렇게 무협적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어른들이 보는 유명한 고전을 찾기 않더라도 충분히 청소년 소설 안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 아닐까?

사실 아무리 청소년 추천 도서라도 해도 성인들이 읽는 소설들은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겐 자극적인 부분이나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눈높이에 맞추어진 다양한 장르의 청소년 소설들이 많아진다는 건 앞으로 성장해 갈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어른들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흥미로운 오락성을 선사하면서

단순한 판타지적 상상력에 머물지 않고, 선과 악의 경계, 힘의 책임 같은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소설이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새로운 장르적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사실인데,

사실 나도 무협은 드라마 정도만 좋아 했지 소설 쪽으로는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서 이번 기회에 신선한 이야기를 접한 것 같아서 즐거운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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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킬러
윤자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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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 괴물 선생님 살인사건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



처음 몬스터 킬러라는 책을 보았을 때는 솔직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교사, 학생이라는 설정이 등장하니 자연스레 그렇게 연상된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생각은 무너졌다.

이 작품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겹쳐 보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추리소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소설은 괴물 선생님 살인사건이라는 기묘하고 강렬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교사가 학생을 살해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충격적일 뿐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흔든다.

윤자영 작가님은 이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국선변호사, 교사, 학생이라는 서로 다른 시점을 교차시키며 진실에 접근해간다.

같은 사건이지만 바라보는 위치와 가치관, 상황이 다르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치밀한 구조로 보여준다.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역시도 말이다.

누구에겐 착한 친구, 누군가에겐 공포의 대상, 누군가에겐 학폭 피해자 대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괴물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고민하게 된다.


학생을 죽인 교사 전조협은 자신은 그저 학생을 지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죽이고자 한 것은 정말 괴물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정의의 틀에 맞지 않는 존재였을까?

또 다른 축에 있는 학생 이순근은 학교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모멸과 두려움 속에서 변해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사실 그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 오히려 현실 속에서도 저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단 생각에 공포심을 자극한다.

결국 괴물은 어쩌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작가가 현직 교사라서 그런지 학교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얽히는 관계들이 굉장히 생생하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사, 또 교사들끼리의 미묘한 권력 구도까지, 일상적인 풍경 속에 숨어 있는 긴장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배경으로만 쓰이는 학교가 아니라, 사회의 축소판으로서의 학교가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건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학교라는 무대를 통해 드러나는 폭력과 차별, 권력의 문제는 단순히 청소년들의 세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괴물로 불릴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를 괴물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거기다 요즘은 학교 폭력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의 폭력과 왕따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소설은 교실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경각심의 외침처럼 보였다.

어른들에게는 학창 시절의 기억과 사회의 현실이 겹쳐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청소년들에게는 지금의 학교와 교실이라는 장소가 하나의 사회로써 보여지며 낯설게 다가오게 만들 수도 있다.


​윤자영 작가님의 문장은 날카롭고 속도감 있다. 조사와 대질, 회상과 폭주가 교차하며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긴장감을 위한 장치에 그치지 않고, 읽고 난 뒤에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괴물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을까? 괴물과 인간 그 경계에 선 우리들은 정말 안전한 것인가?


​몬스터 킬러는 빠르게 읽히면서도,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는 소설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 같은 가벼움은 있지만, 결국은 세대를 나누지 않고 누구든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이야기였다.

이 책은 괴물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 그런 괴물을 만들어내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괴물과 사람의 경계에서 머물고 있는 우리들이 진짜 문제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말하고 있다.


​사람이란 참 어려운 존재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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