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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평점 :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벤야민의 세계를 따라 걷다.

오늘 가지고 온 책은 발터 벤야민의 단편선 모음집인데요. 발터 벤야민은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예평론가, 미학자 입니다.
하나의 주제나 학문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람인데요 다양한 학문이나 분과를 파고든 만큼 발터 벤야민의 글은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고 깊이가 깊은 만큼 쉽게 이해하기가 쉽진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발터 벤야민이라는 이름을 종종 들어왔는데요. 철학 쪽에 대해서 검색하다 보면 그를 칭찬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던 상태였는데 이번에 아주 좋은 기회에 '고독의 이야기들'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발터 벤야민의 글은 처음 접하면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글을 읽다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문장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예요. 쉬운 이야기 같으면서도, 제가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단어나 문장이나 모든 걸 이해는 하고 읽기에 막힘은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한 부분이 아직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기엔 멀게 느껴지는 거죠.
고독의 이야기들은 픽션을 모아둔 책이라곤 하지만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는 오히려 ‘진짜 이야기’에 가까운 책이었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모호함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시 전하고 전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만들어낸 진짜 이야기랄까요?
이야기들은 모두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한 편 한 편을 천천히 다시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정말 좋았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서 읽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이해하려고 읽는다기보단, 느끼고 싶어서 자꾸 다시 읽게 되는 그런 경험이 오랜만이라 참 좋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에드거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이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 책이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내용의 책이라서 친구들조차 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한없이 어리고 책이 좋았던 그 시절에는 그저 긴 이야기를 주야장천 읽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서 재미있게 읽었고, 어린 나이라서 모든 걸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던 부분도 있지만, 지금처럼 뭔가 알 듯 말 듯 한 긴장감과 흥분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만큼 분량이 긴 책을 오로지 재미로만 집중해서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고독의 이야기들'이 오랜만에 그런 기분과 재미를 떠올리게 해준 책이었고, 진짜 너무 즐거웠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발터 벤야민을 떠올렸습니다. 여전히 그의 세계는 저에게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상상이나 망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 책을 통해 발터 벤야민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환상의 틀을 마주하고 나니, 저의 상상은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자극을 받았고,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언젠가 삶이 끝나기 전에는, 그의 이야기 중 하나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순간이 오늘 이 책을 읽었던 경험과 이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