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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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희생과 이기심의 경계에서...



최근에는 필사책 위주로 읽다가 이번에 장르 소설을 한 권 또 읽어봤어요 바로 조예은 작가님의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특이한 소재의 장르 소설이니까

고통을 옮기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로 인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심도 있었고 철학적이었죠

고통, 공포,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얽히는지, 악이란 무엇인지, 신이란 무엇인지 대한 모든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선과 악의 구분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욕망까지도 절묘하게 그려내고 결말은 꽤 예상은 가능한 부분이었고

누군가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마지막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복잡했지만 개인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란'은 특별한 능력으로 고통을 옮길 수 있었지만, 그 능력은 결코 란이 원했던 것도, 란 자신만을 위한 능력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로부터 그 능력을 강제로 사용당하게 되고, 그 능력은 점점 더 공포와 위협을 가져오는 도구가 되었죠

누군가의 고통을 옮기는 힘은 재능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도 아니고, 저주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타인을 희생시키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악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주와 사람들의 끝은 아름답지 않았죠

란이 꿈꾸던 것은 단순히 평범한 행복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능력은 그의 소망과는 거리가 멀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고통받는 역할만 하게 되죠. 악몽을 꾸고, 소중한 것을 잃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어버립니다

사이비 종교와 그들의 욕망이 그의 삶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악이란 결국 자신만을 위한 욕망이라는 생각이 확고히 들었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 악이 되었고, 그런 교주를 맹신하던 남자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악이 되었으니까요

안 그래도 요즘 사이비 종교 실태 같은 거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제 사이비 종교들의 단면적인 부분을 본 것 같다고나 할까요?

작가님이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도 좀 많이 알아보고 녹여서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등장인물들 각각의 마음이 다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처한 입장들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던가 그런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이해가 되더라도 이해를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다리를 관통하는 낯선 통증은 이창의 머릿속에 내리꽂힌 추론이 바로 진실이라고 몰아붙이듯 선명했다.

그것은 자신이 오랜 시간 쫓던 기적의 원형이 될 수 있었다.

동시에 그가 바란 무한한 기적의 한계 역시 될 수 있었다.

이창의 머릿속에 추론을 이루는 두 가지 정의가 맴돌았다.

없애는 것과 옮기는 것. 없애는 게 아닌 옮기는 것.

기적과 교환.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문장력이 이 소설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섬세하고 강렬하여 인물들의 내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단어 선택도 너무 좋아서 여기서 이렇게 문장을 쓰고 단어를 쓰는구나 감탄하면서 몇 번 다시 읽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안 쓰이는 단어도 아닌데 작가님이 쓰시는 건 어쩐지 너무 특별하고 세련되어 보였거든요

터진 상처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 상처가 그토록 찾아 헤맨 저주다.

그것은 저주인 동시에 달아난 남자가 채린에게 축복을 내릴 수 있다는 증거였다.

축복이 정말 축복인지는 확신이 없어졌지만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입니다 저는 이 문장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을 꽤 뚫는 듯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미처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 문장인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다 읽고 저 문장들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 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진짜 신인가, 악신인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신이 준 능력으로 인해서 한 사람을 평생 저주 속에서 살게 했다고 느꼈거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갈등을 통해서 본 인간의 본성에 때문에 현실에서의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본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분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어요

분명 강렬한 인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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