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필사책 위주로 읽다가 이번에 장르 소설을 한 권 또 읽어봤어요 바로 조예은 작가님의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특이한 소재의 장르 소설이니까
고통을 옮기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로 인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심도 있었고 철학적이었죠
고통, 공포,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얽히는지, 악이란 무엇인지, 신이란 무엇인지 대한 모든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선과 악의 구분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욕망까지도 절묘하게 그려내고 결말은 꽤 예상은 가능한 부분이었고
누군가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마지막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복잡했지만 개인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란'은 특별한 능력으로 고통을 옮길 수 있었지만, 그 능력은 결코 란이 원했던 것도, 란 자신만을 위한 능력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로부터 그 능력을 강제로 사용당하게 되고, 그 능력은 점점 더 공포와 위협을 가져오는 도구가 되었죠
누군가의 고통을 옮기는 힘은 재능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도 아니고, 저주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타인을 희생시키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악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주와 사람들의 끝은 아름답지 않았죠
란이 꿈꾸던 것은 단순히 평범한 행복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능력은 그의 소망과는 거리가 멀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고통받는 역할만 하게 되죠. 악몽을 꾸고, 소중한 것을 잃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어버립니다
사이비 종교와 그들의 욕망이 그의 삶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악이란 결국 자신만을 위한 욕망이라는 생각이 확고히 들었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 악이 되었고, 그런 교주를 맹신하던 남자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악이 되었으니까요
안 그래도 요즘 사이비 종교 실태 같은 거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제 사이비 종교들의 단면적인 부분을 본 것 같다고나 할까요?
작가님이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도 좀 많이 알아보고 녹여서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등장인물들 각각의 마음이 다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처한 입장들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던가 그런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이해가 되더라도 이해를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