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속적인 것도 좋아하지만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오늘은 우연히 만나게 된 재미있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허태연 작가님의 호랑이 아가씨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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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이 소설의 제목을 읽었을 때, 표지를 마주했을 때, 청소년 판타지 소설인가? 라면서도
뭔가 묘하게 이거 내가 좋아하는 장르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의 정보를 읽게 되었고
'무속과 변신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히어로의 탄생'이라는 문구에 꽂혀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양의 무속과 애미니즘 그리고 서양의 히어로적인 부분이 이렇게 결합될 수 있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사실 말만 해봐도 둘의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결합된 모습을 보니 충분히 가능한 거였구나 나의 편견이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하던 히어로라는 부분은 진짜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초능력적인 부분에 집중된 점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무속적인 부분도 나름의 초능력이 될 수도 있고, 히어로라고 해서 정말 신비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단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히어로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너무 당연한 건데 그동안 편견에 가로막혀서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런 편견의 벽을 깨부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이 책의 기본적인 소재는 말 그대로 무속과 히어로적인 변신입니다 스파이더맨이나 헐크처럼 변신한다기보다는
주인공인 태경의 몸에 산신령인 호랑이의 영혼이 깨어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태경의 몸이나 행동이 호랑이처럼 변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사실 일반적인 신령님들이 아닌 산신령이라는 존재가 사람의 몸에 깃들었다는 사실이 조금 흥미롭긴 했습니다
무속적인 부분을 많이 좋아하지만 산신이라고 해도 할머니 정도를 생각하지 당장에 호랑이처럼 영물이 된 산신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데 작가님은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이야기에 쏙 집어넣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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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인공은 태경입니다 경찰이 되고자 하는 평범한 아니 평범했던 아가씨인데요
3년째 경찰 시험에 응시했다가 여섯 번째로 낙방해버린 27살의 태경에게 큰 변화가 생깁니다
바로 신선한 고기가 그것도 아주 신선하고 쫄깃쫄깃하고 핏물이 가득한 생고기였죠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곧 태경의 몸에도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손에서 황갈색 북슬북슬한 털과 호랑이 발톱이 자라기 시작한 거죠 그녀는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면서도 동물 병원에 가봐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엉뚱하면서도 나름 긍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태경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녀의 몸 속에 있던 전생의 호랑이의 영혼이 깨어나 버렸기 때문인데요
여기까지는 단순히 빙의나 접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태경의 몸이 점점 호랑이처럼 변해가기 시작했고 식성까지도 호랑이처럼 바뀌게 된 것이겠죠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태경을 데리고 용하다는 박수무당을 찾아가게 됩니다
모녀가 마주한 박수무당은 꽤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귀문이 열려서 300년 전에 산왕산을 다르셨던 산신령 호랑이가 태경의 몸에 깨어났다고 했죠 전생의 업과 현생의 분노가 만나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운을 잠재우려면 마음을 비우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100명의 한을 풀어주여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작가님도 꽤나 무속적인 부분을 많이 좋아하시고 조사를 하셨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무속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기 쉽겠지만 그래도 귀문이 열리거나 전생의 업에 대한 이야기나 윤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사람은 없거든요
어쨌든 작가님은 그 산신령인 호랑이의 영혼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100명의 사연을 들어주고, 그 사람들의 소원이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아주아주 단순한 조건을 가져오면서 유치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의 시작을 만들어내셨어요
저 역시도 너무 뻔한데 그 사람들의 소원이나 한이 뭔지도 궁금했고 점점 호랑이의 모습처럼 변하는 태경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게 될지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당이 나오고 태경에게 산신의 영혼이 있으니 점집을 차리는 건가?
사실 태경은 신내림을 받은 정식적인 무당이 아니기 때문에 그건 아닙니다 그리고 무당집이라고 해버리면 사람들의 범위나 주제가 한정적이 되어버리죠
그래서 태경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곳은 바로 사주카페입니다 사실 사주카페도 사람들 중에는 꺼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무당집보다는 진입의 장벽이 낮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엔 딱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국 태경은 경찰서 앞에 액운 타파 사주카페 112라는 기상천외한 간판을 단 사주카페를 차리고 100명의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기로 합니다
경찰서 앞에 사주카페라니 정말 뜬금없긴 하지만 경찰서 앞이라서 오히려 재수 없고 힘든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박수무당의 말처럼 사주카페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그렇게 시작된 태경의 한 풀어주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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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히어로처럼 경찰이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건들을 해결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런 그녀를 찾기 위해서 수사 중인 경찰에게 발견된 증거물은 바로 호랑이의 털! 바로 태경의 복슬복슬한 호랑이의 털입니다
사실 이것만으로 경찰들이 태경을 찾아낼 수는 없겠지만 만약 태경이 호랑이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것이 들키는 순간을 생각해 보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과 마주하게 된 태경은 늙은 형사를 만나게 되는데요 처음엔 그 형사를 늙은 악어라고 하길래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했지만 그 늙은 악어는 바로 모두가 예상하는 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악어가 물어오는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과 얽혀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한과 사건을 풀어주기 위해서 달리는 태경
그녀는 경찰이 되진 못했지만 결국 경찰은 할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하면서 경찰과 다르지 않은 히어로적인 행위를 이어가게 되는데요 앞으로 태경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그녀는 결국 호랑이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호랑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지금처럼 100명 200명을 넘어선 사람들을 구원해 주는 한국형 히어로가 될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바로 책 속의 많은 사건들이 아이들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어떤 마음을 통해 이렇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에 집중을 하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진짜 현실에서도 수많은 아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돌아오지 못하는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참 마음이 착잡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며, 끝내지 못한 사건에 한을 품고 있겠죠
그것을 태경이처럼 해결해 줄 사람이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많이...
무당에 대한 편견과 사람들 마다의 견해는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무관심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기꾼에 지나지 않을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나갈 정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끝까지 않은 꿈처럼 맹신하게 되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걸어가고 있는, 물론 모든 무당 선생님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일부의 선생님들은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그 믿음을 아예 없앨 수 없고 저는 귀신의 존재 또한 맹목적이진 않지만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죠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영특한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영역에는 한계가 있겠지만요
한 번 읽으면 벗어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정말 흥미롭게 봤던 것 같아요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지만 이렇게 다양한 무속적 단어나 현상 등을 이야기한 책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무속과 결합된 판타지 소설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이런 내용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태경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자립심도 강하고 창의적이고 엉뚱하면서도 정의감이 넘치는 모습이라서 너무 좋았고,
이런 호랑이 아가씨라면 한 번쯤 만나서 저의 이야기를 상담해 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형 판타지를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이나 무속 쪽으로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재밌게 읽으실 것 같고
학생들이 읽기에도 나쁘지 않은 소설입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해 보고 싶어요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읽는 것으로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