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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기俘虜記

오오카 쇼헤이 장편소설 | 허호 옮김 | 문학동네

 

 

근대 일본문학의 시대적 증언 역할을 한

전쟁문학의 걸작!  

 

건조하고 명료한 문체로 그려낸

인간의 고독과 에고이즘  

 

“만약 오오카 쇼헤이와 아베 고보가 살아 있었다면

이 노벨문학상은 그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_오에 겐자부로

 

 

자전소설이란다. 전쟁문학의 걸작이라나.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 무리를 다스리고 싶어하고 지배하고 싶어 한다.

포로수용소라고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의 삶은

어쩌면 더 무서운 집착으로 가득할 것이다.

더구나 이 작품 속 포로수용소는 끔찍하거나 처참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군상의 이기적인 행동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회의적이다. 또 다른 전쟁의 모습이랄까.

중간자적 입장에서 쇼헤이가 본 포로수용소의 모습은

나라와 나라의 전쟁이라기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다.

 

 

 

 

 

_ 미래에는 죽음이 있을 뿐, 우리가 그 죽음에 관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완전한 허무이며, 죽음으로 옮겨가는 것도 지금 내가 어쩔 수 없이 수송선을 타게 된 것과 동일한 추이에 의해 가능하다면, 나에게 더이상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나는 거듭 나 자신을 설득했다. 그러나 죽음의 관념은 끊임없이 되돌아와 생활의 매 순간 나를 엄습했다. 결국 나는 죽음이란 대수롭지 않으며, 다만 지금 확실한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임을 깨달았다. -15쪽

 

_ 전쟁의 비참함은 인간이 본의 아니게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 있을 뿐, 어떻게 죽느냐는 문제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사람들은 대부분 전시 혹은 국가가 전쟁을 준비하는 기간 중에 기꺼이 은혜를 받았던 자들이기에,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 356쪽

 

 

 

 

 

쇼헤이의 작품에 등장하는 포로들은 포로가 되기 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인간 군상들이다. 이제 전쟁은 끝났고 전범재판에 회부되지도 않았으니 어쨌든 집에 갈 일만 남은 자들이다. 더구나 인도주의를 표방한 미군들은 일본인 포로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준다. 포로가 되기 전보다 훨씬 좋은 곳에서 지내면서, 훨씬 좋은 음식을 먹고, 의료나 문화 서비스까지 받게 된 인간 군상들은 너무 쉽게 타락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더이상 생사를 헤매던 군인들이 아니다. 조금 더 많이 먹고 조금 더 편하기 위해 그저 욕심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내는 무의미한 족속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아침저녁으로 외치던 바로 그 적들의 보호 아래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왜 전쟁을 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타락하는 포로들을 보며 쇼헤이는 냉정한 시선을 던진다. 소설은 ‘타락한 포로’라는 흔치 않은 표본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 것이다. 편한 잠자리와 통조림 깡통 몇 개에 너무나 쉽게 타협해버리는 인간의 본질적 졸렬함. 이것이 책에 담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_허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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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문학의 기수라 불리던 오오카 쇼헤이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포로기』

태평양 전쟁 당시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작품이다.

근대에 들어 청일 전쟁, 러일 전쟁, 태평양 전쟁 등을 차례로 겪은

일본의 역사적 배경은 전쟁에 관한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낳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전쟁으로 평가되며 결국 패배로 끝난

태평양 전쟁 당시를 묘사한 오오카 쇼헤이의 작품은,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과 그 영향에 얽힌 심리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전쟁문학 작품과 차별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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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낙Paradise Regained

존 밀턴 지음 | 조신권 옮김 | 문학동네

 

 

예수의 확고한 순종으로 되찾은,

『실낙원』그후의 이야기  

 

메시아의 등장과

낙원 회복을 알리는 지적 서사  

 

 존 밀턴은 예술에서 위대하기 전에

인생에서 위대했다._ 프랭크 A. 페터슨

 

 

 

『실낙원』의 후속작, 하느님의 대리인으로 활약하는 예수.

아담과 이브를 두고 사탄과 논쟁을 벌이는 예수.

독특한 스토리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실낙원』을 읽었다면

 『복낙원』을 읽어야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_ 내 일찍이 한 인간의 불순종으로 인해

상실된 행복의 동산을 노래했으나, 이젠

모든 유혹을 통해 충분히 시련 받은, 한 인간의

확고한 순종에 의해 온 인류에게 회복된

낙원을 노래하리라. 온갖 간계에 실패한

유혹자는 패퇴하고 에덴은

황폐한 광야에 세워졌도다. - 9쪽 

 

_ 내 비록 궁핍해 보이지만, 나도

이 빈곤 속에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빨리, 그들이

성취한 것,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도다.

그러니 부를 기리지 말라. 그것은

어리석은 자의 수고이니, 함정은 아니나

슬기로운 사람의 장애물이 되도다. 또한 그것은

찬사받을 만한 어떤 일을 행하도록 고취해주기보다는

오히려 덕을 약화시키고 그 날을

무디게 하도다. 부귀와 영토를 똑같은 혐오로써

내 물리친들 어떠랴. 그러나 왕관이란 겉보기에는

황금이지만 가시관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것을

쓰는 자의 어깨 위에 모든 사람의 짐이 놓일

경우 위험과 고통, 근심과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니라. - 55쪽

 

 

 

 

◆ 청교도 혁명 이상을 시로 구현한 잃어버린 낙원의 시인 존 밀턴

_ 크롬웰 비서관·청교도혁명 이론가로 활동… 명저 ‘실락원’ 남겨

_ 이혼사유 확대 주장한 책자 공격당하자 사상·표현의 자유 웅변

_ 理想으로 생각한 공화정 무너지자 ‘낙원상실’ 주제로 서사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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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전 4편 2,070행으로 구성된 간결한 서사시 『복낙원』

인간의 원죄를 주제로 한 종교 서사시로서

영국 르네상스시대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명작『실낙원』의 후속편이다.

유혹하는 사탄과 이를 물리치는 예수의 격렬한 논쟁을 통해,

메시아의 등장과 낙원의 회복을 알리는 지적 서사로 이루어진 이 작품을 통해

밀턴은 결국 구원의 길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굳건한 신앙인이자 불굴의 혁명가였던 밀턴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걸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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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Paradise Lost(전2권)

존 밀턴 지음| 조신권 옮김| 문학동네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세계 최고의 명저 100’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  

 

열광적이고 명상적인 상상력의

거대한 저장소, 밀턴

 

 

서사시라는 걸 예전에도 읽은 기억은 나는데

실낙원은 처음이었다. 시의 형식을 빌어 들려주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는데 처음엔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하다가

읽을수록 점점 빠져드는 나를 보았다.

 

실낙원은 창세기 이전 사탄의 역사로 시작한다는 점이

성경과는 다르고 그래서 흥미롭다.

종교적 색채를 띄고 있어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지만

책 속에 담긴 세계관을 이해하며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_ “타락한 그룹이여, 약한 것은 항상 비참한 법,

일을 하든 당하든 간에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도다,

무엇이든 선을 행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본분 아니니,

언제나 악을 행하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즐거움이로다,

우리가 늘 적으로 보는 그의 높은 뜻을

거스르면서. 그러니 만일 그의 섭리가

우리의 악에서 선을 찾아내는 거라면,

우리의 할 일은 그 목적을 꺾고

항상 선에서 악의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리라.

만일 실수만 없으면 그 일에 자주 성공하여

그를 슬프게 할 것이고, 그의 심오한 계획을

예정한 목적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으리라.” - 19~20쪽

 

 

 

 

낙원에서의 삶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원죄를 물려받은 나는 영원히 알 수도 느낄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알고 싶다. 한 점의 죄의식도, 그 어떤 부끄러움도 없는 상태가 주는 만족감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우리들도 사랑의 문을 통과하면 낙원과 흡사한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그와 함께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원죄를 망각할 수 있고 낙원의 아담과 이브가 될 수 있다. 사랑은 인간이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부끄러움을 녹이고 몸과 마음을 마비시키며 단번에 찾아온다. 나체의 상태를 서로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고 함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외한 모든 세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사회적 제도나 윤리의식은 사랑의 세계에서는 전적으로 무의미하다. 그들은 부끄러움이 없는 자유로운 감각 속에 누워 원초적인 느낌과 말들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 낙원은 불완전하다. 모래로 지은 성처럼 단 한 번의 파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작은 바람에도 조금씩 마모된다. 우리는 곧 슬픔 속에서 깨닫게 된다. “실낙원 위에 세운 낙원은 결국 실낙원에 불과하구나.” _정용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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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실낙원』은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서사시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작품으로

 전 12편, 10,565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1667년 초판 당시에는 전 10편이었는데,

1674년 재판 때 제7편과 제10편을 각각 두 편으로 나누어서 전 12편으로 만들었다.

 『실낙원』의 줄거리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고 에덴에서 쫓겨나는 것이지만,

시간적으로는 아담 이전의 영원한 과거부터 아담 이후 그리스도의 재림까지,

공간적으로는 에덴을 사이에 둔 천국과 지옥까지,

시공간적으로 방대한 이야기가 장중한 문체로 화려하게 노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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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영웅Герой нашего времени

미하일 레르몬토프 소설 | 김연경 옮김 | 문학동네

 

 

 

‘천재 시인’의 유일한 장편소설

 

 

19세기 러시아 산문 문학을 구축한 천재 작가

레르몬토프가 탄생시킨 낭만적 영웅,

멸과 냉소에 물든 빛바랜 청춘의 초상

 

 

“러시아에서 그 누구도 이처럼 아름답고

정교한 글을 쓴 사람은 없었다.” _ 니콜라이 고골

 

 

 

액자소설 형식. 젊은 나이에 작고한 작가.

글을 읽는 동안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난 젊은 작가가

어찌 이토록 세상과 인간에 대해

마치 여든 노인처럼 플어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젊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러시아에선 꽤 유명한 작가인데 이제야 만났으니...

그리고 이제 더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더 아껴가며 읽고 싶었던 작품

 

 

 

 

 

그의 말이 옳았다. 목적지까지 영 못 갈 것 같더니 어쨌거나 그럭저럭 도착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그렇게 많이 염려할 만한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_ 49쪽

 

_ 나는 늘 뭐가 부족합니다. 쾌락처럼 슬픔에도 너무 빨리 익숙해져서, 나의 삶은 나날이 더 황량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 가지 수단만 남았습니다. 여행을 하는 것 말입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여행을 떠나겠어요. _ 60쪽

 

 

 

 

삶을 문학으로 만들기, 문학이라는 열병에 감염된 삶에 대한 경고는 오랫동안 있어왔다. 막스 베버는 그나마 괴테가 문학적 삶을 사는 데 성공했지만 그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시도는 작품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은 막스 베버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한 삶-문학의 전형이다. 주인공 페초린은 사교계의 이목을 끄는 스물다섯 살의 장교였는데 그것은 바로 소설을 쓸 때 레르몬토프 자신의 초상이었다. 낭만주의의 세례를 입은 레르몬토프는 자신을 세계와 불화하는 존재로 보는 자기인식을 페초린에 투영했다. “나는 불행한 성격을 지녔어요. 교육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하느님이 나를 원래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나도 모르겠군요.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불행의 원인이라면, 나도 그들 못지않게 불행하다는 사실입니다.”


19세기 초 격동의 러시아에서 전쟁을 체험하고 문학을 사랑한 젊은이가 스스로를 불행한 존재로 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넘치는 열정에 이끌려 삶과 작품을 하나로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하게 돼 있다. 모리스 블랑쇼는 진정한 작가는 일기를 쓰는 작가라고 말했다. 작품에서 작가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또한 잃어버려야 한다. 작가는 작품을 쓰면서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따라서 진정한 작가는 일기와 작품을 동시에 쓰지만 그것을 하나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레르몬토프는 일기를 쓰듯 작품을 썼고 작품을 쓰듯 일기를 썼다. 그 결과 작품은 자의식의 과잉으로 장광설이 돼버렸고 그의 삶은 현실 감각을 잃고 미망으로 빠져들었다. 레르몬토프는 27세에 죽었다. _심보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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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리 시대의 영웅』은 스물일곱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19세기 러시아의 천재 작가 미하일 레르몬토프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레르몬토프는

‘러시아 문학이 시에서 산문으로 이행하는 것을 성취해낸 작가’라는 평을 얻었다. 

레르몬토프는 작품의 서문에서 ‘우리 시대의 영웅’을

 ‘우리 세대 전체의 악덕들로 구성되고 그것이 완전히 발현된 초상’이라 말했다.

이 작품 속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영웅’은 없다.

오히려 환멸과 냉소에 물든 낭만적 영웅의 초상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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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Atemschaukel

헤르타 뮐러 장편소설 |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언어로 만든 예술품,

이 책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_포쿠스  

 

숨 막히는 공포와 불안에 맞선 신비로운 시적 언어,

소설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언어 예술!

 

 

시처럼 아름다운 문체로

공포와 불안을 표현하는 일은, 그녀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제목이 말하듯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흔들린다면

숨을 쉴 때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오가는지도 모른다.

 

 

 

 

_ 나는 초록색 장갑을 꼈다. 바로 거기, 가스계량기가 있는 나무복도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그 말을 작정하고 마음에 새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수용소로 가져갔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는 심장삽의 공범이 되었고, 배고픈 천사의 적수가 되었다.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 18쪽

 

_ 내가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손수건이 내 운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운명을 포기하면 지는 것이었다. 나는 확신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라는 할머니의 작별인사가 손수건으로 모습을 바꿨음을. 나는 손수건이야말로 수용소에서 나를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다. 지금도 그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 89쪽

 

 

 

말은 사치이고, 관념이며, 기만일 수 있던 시대에, 말에 매달려 말로 버티는 인물이 여기 있습니다. 그것도 강제수용소라는 장소에서. 소설 속 청년이 자기가 한 비밀스러운 연애, 즉 '랑데부'를 일컬어 표현한 것처럼, 그렇게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단어들로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게 왜 시가 아니고 소설이 됐는지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육체와 정신을 집요하게 갉아먹는 고통 속에서, 누군가 하도 만져 닳고 너절해진 낱말들이, 아름답되 먹지 못하는 열대어처럼 잔인하게 빛나고 꼬리치며 달아나는 모습 또한 보시게 될 거고요. 말에 매달려, 말과 싸우며, 말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양새가 얼마나 간단치 않은지, 그 또한 말을 빌려 온 힘으로 설명하고 있는 청년의 목소리가 먹먹합니다.

 (미리보기 알림 페이지로 바로가기▶ http://cafe.naver.com/mhdn/48086

_숨그네』는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소년의 삶을 강렬한 시어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순찰대가 나를 데리러 온 건 1945년 1월 15일 새벽 세시였다. 영하 15도, 추위는 점점 심해졌다.”

열일곱 살의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노동 수용소에서의 오 년 동안 기본적인 욕구만 남은 고통스러운 일상과

단조롭고 끝없는 고독을 경험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고향으로 돌아와 대도시로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한 후에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숨그네』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간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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