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Paradise Lost(전2권)
존 밀턴 지음| 조신권 옮김| 문학동네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세계 최고의 명저 100’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
열광적이고 명상적인 상상력의
거대한 저장소, 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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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라는 걸 예전에도 읽은 기억은 나는데
실낙원은 처음이었다. 시의 형식을 빌어 들려주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는데 처음엔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하다가
읽을수록 점점 빠져드는 나를 보았다.
실낙원은 창세기 이전 사탄의 역사로 시작한다는 점이
성경과는 다르고 그래서 흥미롭다.
종교적 색채를 띄고 있어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지만
책 속에 담긴 세계관을 이해하며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_ “타락한 그룹이여, 약한 것은 항상 비참한 법,
일을 하든 당하든 간에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도다,
무엇이든 선을 행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본분 아니니,
언제나 악을 행하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즐거움이로다,
우리가 늘 적으로 보는 그의 높은 뜻을
거스르면서. 그러니 만일 그의 섭리가
우리의 악에서 선을 찾아내는 거라면,
우리의 할 일은 그 목적을 꺾고
항상 선에서 악의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리라.
만일 실수만 없으면 그 일에 자주 성공하여
그를 슬프게 할 것이고, 그의 심오한 계획을
예정한 목적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으리라.” - 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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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에서의 삶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원죄를 물려받은 나는 영원히 알 수도 느낄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알고 싶다. 한 점의 죄의식도, 그 어떤 부끄러움도 없는 상태가 주는 만족감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우리들도 사랑의 문을 통과하면 낙원과 흡사한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그와 함께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원죄를 망각할 수 있고 낙원의 아담과 이브가 될 수 있다. 사랑은 인간이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부끄러움을 녹이고 몸과 마음을 마비시키며 단번에 찾아온다. 나체의 상태를 서로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고 함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외한 모든 세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사회적 제도나 윤리의식은 사랑의 세계에서는 전적으로 무의미하다. 그들은 부끄러움이 없는 자유로운 감각 속에 누워 원초적인 느낌과 말들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 낙원은 불완전하다. 모래로 지은 성처럼 단 한 번의 파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작은 바람에도 조금씩 마모된다. 우리는 곧 슬픔 속에서 깨닫게 된다. “실낙원 위에 세운 낙원은 결국 실낙원에 불과하구나.” _정용준(소설가)
_『실낙원』은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서사시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작품으로
전 12편, 10,565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1667년 초판 당시에는 전 10편이었는데,
1674년 재판 때 제7편과 제10편을 각각 두 편으로 나누어서 전 12편으로 만들었다.
『실낙원』의 줄거리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고 에덴에서 쫓겨나는 것이지만,
시간적으로는 아담 이전의 영원한 과거부터 아담 이후 그리스도의 재림까지,
공간적으로는 에덴을 사이에 둔 천국과 지옥까지,
시공간적으로 방대한 이야기가 장중한 문체로 화려하게 노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