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Atemschaukel
헤르타 뮐러 장편소설 |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언어로 만든 예술품,
이 책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_포쿠스
숨 막히는 공포와 불안에 맞선 신비로운 시적 언어,
소설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언어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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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아름다운 문체로
공포와 불안을 표현하는 일은, 그녀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제목이 말하듯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흔들린다면
숨을 쉴 때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오가는지도 모른다.
_ 나는 초록색 장갑을 꼈다. 바로 거기, 가스계량기가 있는 나무복도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그 말을 작정하고 마음에 새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수용소로 가져갔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는 심장삽의 공범이 되었고, 배고픈 천사의 적수가 되었다.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 18쪽
_ 내가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손수건이 내 운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운명을 포기하면 지는 것이었다. 나는 확신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라는 할머니의 작별인사가 손수건으로 모습을 바꿨음을. 나는 손수건이야말로 수용소에서 나를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다. 지금도 그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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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치이고, 관념이며, 기만일 수 있던 시대에, 말에 매달려 말로 버티는 인물이 여기 있습니다. 그것도 강제수용소라는 장소에서. 소설 속 청년이 자기가 한 비밀스러운 연애, 즉 '랑데부'를 일컬어 표현한 것처럼, 그렇게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단어들로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게 왜 시가 아니고 소설이 됐는지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육체와 정신을 집요하게 갉아먹는 고통 속에서, 누군가 하도 만져 닳고 너절해진 낱말들이, 아름답되 먹지 못하는 열대어처럼 잔인하게 빛나고 꼬리치며 달아나는 모습 또한 보시게 될 거고요. 말에 매달려, 말과 싸우며, 말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양새가 얼마나 간단치 않은지, 그 또한 말을 빌려 온 힘으로 설명하고 있는 청년의 목소리가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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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숨그네』는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소년의 삶을 강렬한 시어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순찰대가 나를 데리러 온 건 1945년 1월 15일 새벽 세시였다. 영하 15도, 추위는 점점 심해졌다.”
열일곱 살의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노동 수용소에서의 오 년 동안 기본적인 욕구만 남은 고통스러운 일상과
단조롭고 끝없는 고독을 경험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고향으로 돌아와 대도시로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한 후에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숨그네』는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