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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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보다 모던 팥쥐전을 먼저 읽고 훅 빠져서 조선희 작가의 책을 모조리 빌렸다.

개인적으로는 모던 팥쥐전보단 모던 아랑전에 실린 이야기들이 좀 더 내 취향이었다.

늘 우리 신화와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서 무언가 창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작가는 유려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말이다.

 

흔히 이런류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땐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적정선이라는 단어가 여기에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표현했다.)

여기서 적정선은 작가 자신만의 세계관에 빠져 대중성을 잃거나,

너무 뻔한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는 없지만, 왠지 일어날 법도 한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물에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인식시키는 능력, 이 책의 작가는 이런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없다지만, 소설은 다르다.

'만약 심청이가 이랬다면? 만약 나무꾼이 이랬다면?' 이란 가정 속에서

전래동화+신화+역사 속 모티브가 적절히 섞여 하나의 오싹하고도 기묘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이는 작가의 탄탄한 배경지식이 한 몫했으리라


책을 구매하고 싶지만 이미 다 품절이라 너무 아쉽다.

중고서점이라도 뒤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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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
석해인 지음 / 운주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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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이라는 제목보다는 몽골 역사 속에서 살펴보는 페미니즘이라던가

이와 비슷한 느낌의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주체성을 가진 몽골의 왕비들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왕비들도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것들이 가능하게 했던 옛 몽골인들의 의식과 문화가

한 몫하지 않았다 생각한다. 유목민 특유의 상황 때문에 그런 것들이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매우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칭기스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책이다.

 


딸을 보내면서 아버지 칭기즈칸은 딸에게

삶의 주인은 남편도 아들도 아닌 자신이며,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도약할 때는 발이되고 구부러질 때는 가지가 되고

 미끄러질 때는 철편이 되어

뜨거운 도움을 보낼 것을 사랑하는 알라카 베키는 알아두어라.

네 몸은 부서지지만 고귀한 이름은 영원하다.

큰 생각보다 훌륭한 동지는 없고

무지한 생각보다 더 나쁜 적은 없다.

고귀한 것은 많으나 네 몸은 무엇보다 믿음을 지니며

사랑할 것은 많으나 뜨거운 목숨을 무엇보다 아끼며

굳건히 나아가면 모든 것에 이로움이 있으며..."

 


"신중하고, 성실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어라...

인생은 짧지만 명성은 길다는 것을 명심하라.

많은 사람들이 너를 도울 수는 있지만

 너의 생각보다 더 가까운 것은 없다."

 


칭기즈칸은 중앙아시아를 정복하러 갈 때

국가의 안전을 알라카 베키에게 맡기면서

'제국을 경영하는 공주'라는 칭호를 주었다.

 

 

 

칭기즈칸이 남긴 대법령 제 11조는

'모든 종교는 차별 없이 존중해야한다.

종교란 신의 뜻을 받드는 면에서는 모두 같다.'이다.

이 밖에도  칭기즈칸의 대법령 가운데에는

'탁발승,이슬람 성직자, 의사, 학자, 수행자, 장의사 등은

조세와 부역을 면한다'는 조항도 있다.

 


 

칭기즈칸의 국가 경영에는 아들보다 딸들이 주요 인재로 활약했으며,또한 그들을 믿어주는 칭기즈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아기에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자란 딸들은 늘 어디서나 당당하다고 한다.

칭기즈칸이 페미니스트의 마인드를 가졌고, 또한 딸들은 그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대제국을 건설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여자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물으면 연예인이 대부분이었다.

무언가 되고 나서 이후의 길잡이가 될 롤모델이 전무하다.

그러나 몽골의 여자들은 역사속에서 진취적으로 자신의 야망과 꿈을 이루어갔던 왕비들이라는

길잡이가 있기에 자신의 꿈을 제한하지 않지 않을까하는 자칫 논리적 비약이 있어보이는 생각도 들었다. 고려시대에 조선에 비해서는 여성상위 시대였던 것을 보면 어느정도 元나라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 톨로이가 죽자 마비의 병이 나은 형 우구데이 칸은

 소르칵타니를 자신의 아들 귀위크의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소르칵타니는 자신의 남은 일생을 자식들을 기르고 가르치는데

바치고 싶다고 허락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칸의 명령을 거절했으나

 칸의 명령을 어겼다고 사약을 받지는 않았다.

재혼을 거부한 것은 그녀의 선택일 뿐이었따.

척박한 땅에서도 큰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원대한 꿈의 자리에 남자를 끌어들이는 무지한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유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유 외에 무엇을 올려놓는 순간 나는 살아있으나 죽은 목숨이다.'

소르칵타니는 달콤하지만

칼날에 묻은 꿀과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4명의 아들을 칸으로 키워냈다.

 


몽골인들은 약혼과 결혼을 구분하지 않는다.

약혼한 커플을 부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신랑이 처가살이를 마칠 때까지 그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처갓집의 풍습을 배우고 처가 식구들의

명령에 따르며, 사냥도 하고 동물들도 보살펴야 한다.

신랑은 자신이 유능한 목동이며 사냥꾼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처갓집에서는 사위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즉시 돌려보낼 수 있다.

 

 

 

고구려 형사취수제와 서옥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유목생활 특성상 무조건 형제의 아내로 다시 결혼해야하는 줄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몽골에 대해, 칭기즈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박원길 '배반의 땅, 서약의 호수'라는 책을 미리 읽고 봐서 인지 이해가 더 쉬웠다.

9개월 만삭의 몸으로 전장에 나가서 승리를 이루고, 아들을 모두 칸으로 길러내는 몽골의 왕비 모습은

자칫 '슈퍼맘'처럼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으나 일단 주체적이고 자신의 삶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여자라도 무시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는 문화가 기반되어 있다는 점은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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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하윤재 지음 / 판미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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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인해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엄마와 딸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생활이 담긴 글이다.

'치매, 엄마와 딸'이라는 주제는 자칫 뻔하고 흔한 신파로 내용이 흐를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담담하게 엄마가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 엄마가 살아왔던 삶, 엄마와의 추억을

친구에게 일상 통화를 하듯 이야기한다. 


처음 책 제목을 보자마자 덜컥 겁이 나고 서글픔을 느꼈다. 

치매라는 것이 벽에 똥칠하거나 자식을 못 알아보는 병이라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가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겁을 집어 먹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엄마에게 내 존재가 잊혀진다는 것, 더 이상 엄마에게 

나는 상관없는 사람이 된다는 두려움이 왈칵 몰려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 상황과 엇비슷하기 때문일까? 저자의 시선으로 담담히 읊어 내려가는 엄마와의 일상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어둠의 다크니스 기운이 가득하던 중2병 시절 시내에서 내 이름을 몫 놓아 부르던 외할머니를 외면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이 화가 났고,늘 쓸고 닦고 더러운 것은 견디지 못하던 외할머니께서 뇌를 다치고 나서는 180도 달라지셨을 때의 충격, 엄마의 엄마가 요양병원에 가셔야 한다는 현실에 나의 엄마는 또 얼마나 암담하고 무섭고 캄캄했을까 엄마의 슬픔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했던 내 모습. 그리고 '엄마는 무엇을 좋아할까?' 생각했을 때 먹을 것만 떠오른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치매라는 병을 통해 엄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오만을 벗고, 또 다른 모습의 엄마와 하루하루 조금씩 대면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난 엄마를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뭘 하더라도 '엄마는 엄마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면죄부처럼 생각하지 않았었나 되돌아보게 된다.


요양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세대가 너무 쉽게 요양원을 남발하듯 떠올리는 것이 아닌가, 삶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외치는 저자에 말에 다시 한번 내 생각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름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에 잠시 몸담았을 때 요양원, 요양병원에 대해 무조건 적대시하고 부모를 버린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물론 현재도 이 인식은 거의 변하지는 않았다.) 


외할머니께서 뇌를 크게 다쳐 병원에 계실 때 모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걱정하는 이모와 엄마에게 '집에서 방치하거나 제대로 케어를 하지 못해 서로 악이 되는 상황이라면 요양병원에서 제대로 된 케어를 받는 것이 낫다, 죄악처럼 생각하지 마라'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모는 너의 엄마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역정을 내셨지만, 엄마는 담담하게 병원에 일단 모시자고 결정을 했었다. 현재는 이모가 외할머니를 모시고 있고, 외할머니의 상태도 많이 호전되셨다. 지금은 모두 잘 풀렸고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과연 진짜 어쩔 수 없던 상황이었는지,내 의견이, 생각이 너무 쉽게 요양병원을 생각했던 것이었을까, 나도 요양원을 남발하듯 떠올리는 사람이었을까 고민하게 된다. 


외할머니께서 다친 순간부터 몇 개월간 엄마의 살은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고 외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기로 결정한 날, 엄마는 뜬 눈으로 날을 지새웠다. 엄마는 또 얼마나 캄캄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을까 난 이해한다고 말은 하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똑같이 엄마한테 투닥거리고 신경질을 낼 때가 많았고,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계속 필요로 했다.


"팝송 많이 듣지? 팝송 중에는 클럽에서 나올 것만 같은 신나는 노래인데, 정작 가사를 음미해 보면 슬픈 가사가 의외로 많은 거 알아? 그런데 주룩주룩 비오는 날에만 틀어야 할 것같은 우울한 멜로디인데, 정작 그 내용은 온통 희망으로 가득한 노래도 있거든. 치매도 마찬가지야. 너무 두려워만 하지 않아도 돼!"


치매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집어먹고, 우리 엄마도 어느 날 치매에 걸리면 난 견딜 수 있을까 걱정하던 나에게 또 다른 엄마를 알아가는 기회이고,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기적인 딸인 나는 저자가 주는 조언처럼 담담하게 언젠가 올지도 모를 그날을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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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사 속의 무속이야기 - 상
조성제 지음 / 나루터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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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우리 생활 속, 관념 속에 녹아들어있는 무속신앙과 문화, 역사와 연계되어 풍부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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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문자 고조선 문자 1
허대동 지음 / 경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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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자체는 참신하나 언어적 유사성으로만 추리하는데 한계가 있어보인다.(간혹 억지스러워 보인다는 느낌을 받은 부분도...) 하지만 굉장히 참신한 콘텐츠임에는 틀림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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