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
석해인 지음 / 운주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이라는 제목보다는 몽골 역사 속에서 살펴보는 페미니즘이라던가

이와 비슷한 느낌의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주체성을 가진 몽골의 왕비들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왕비들도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것들이 가능하게 했던 옛 몽골인들의 의식과 문화가

한 몫하지 않았다 생각한다. 유목민 특유의 상황 때문에 그런 것들이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매우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칭기스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책이다.

 


딸을 보내면서 아버지 칭기즈칸은 딸에게

삶의 주인은 남편도 아들도 아닌 자신이며,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도약할 때는 발이되고 구부러질 때는 가지가 되고

 미끄러질 때는 철편이 되어

뜨거운 도움을 보낼 것을 사랑하는 알라카 베키는 알아두어라.

네 몸은 부서지지만 고귀한 이름은 영원하다.

큰 생각보다 훌륭한 동지는 없고

무지한 생각보다 더 나쁜 적은 없다.

고귀한 것은 많으나 네 몸은 무엇보다 믿음을 지니며

사랑할 것은 많으나 뜨거운 목숨을 무엇보다 아끼며

굳건히 나아가면 모든 것에 이로움이 있으며..."

 


"신중하고, 성실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어라...

인생은 짧지만 명성은 길다는 것을 명심하라.

많은 사람들이 너를 도울 수는 있지만

 너의 생각보다 더 가까운 것은 없다."

 


칭기즈칸은 중앙아시아를 정복하러 갈 때

국가의 안전을 알라카 베키에게 맡기면서

'제국을 경영하는 공주'라는 칭호를 주었다.

 

 

 

칭기즈칸이 남긴 대법령 제 11조는

'모든 종교는 차별 없이 존중해야한다.

종교란 신의 뜻을 받드는 면에서는 모두 같다.'이다.

이 밖에도  칭기즈칸의 대법령 가운데에는

'탁발승,이슬람 성직자, 의사, 학자, 수행자, 장의사 등은

조세와 부역을 면한다'는 조항도 있다.

 


 

칭기즈칸의 국가 경영에는 아들보다 딸들이 주요 인재로 활약했으며,또한 그들을 믿어주는 칭기즈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아기에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자란 딸들은 늘 어디서나 당당하다고 한다.

칭기즈칸이 페미니스트의 마인드를 가졌고, 또한 딸들은 그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대제국을 건설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여자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물으면 연예인이 대부분이었다.

무언가 되고 나서 이후의 길잡이가 될 롤모델이 전무하다.

그러나 몽골의 여자들은 역사속에서 진취적으로 자신의 야망과 꿈을 이루어갔던 왕비들이라는

길잡이가 있기에 자신의 꿈을 제한하지 않지 않을까하는 자칫 논리적 비약이 있어보이는 생각도 들었다. 고려시대에 조선에 비해서는 여성상위 시대였던 것을 보면 어느정도 元나라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 톨로이가 죽자 마비의 병이 나은 형 우구데이 칸은

 소르칵타니를 자신의 아들 귀위크의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소르칵타니는 자신의 남은 일생을 자식들을 기르고 가르치는데

바치고 싶다고 허락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칸의 명령을 거절했으나

 칸의 명령을 어겼다고 사약을 받지는 않았다.

재혼을 거부한 것은 그녀의 선택일 뿐이었따.

척박한 땅에서도 큰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원대한 꿈의 자리에 남자를 끌어들이는 무지한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유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유 외에 무엇을 올려놓는 순간 나는 살아있으나 죽은 목숨이다.'

소르칵타니는 달콤하지만

칼날에 묻은 꿀과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4명의 아들을 칸으로 키워냈다.

 


몽골인들은 약혼과 결혼을 구분하지 않는다.

약혼한 커플을 부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신랑이 처가살이를 마칠 때까지 그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처갓집의 풍습을 배우고 처가 식구들의

명령에 따르며, 사냥도 하고 동물들도 보살펴야 한다.

신랑은 자신이 유능한 목동이며 사냥꾼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처갓집에서는 사위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즉시 돌려보낼 수 있다.

 

 

 

고구려 형사취수제와 서옥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유목생활 특성상 무조건 형제의 아내로 다시 결혼해야하는 줄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몽골에 대해, 칭기즈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박원길 '배반의 땅, 서약의 호수'라는 책을 미리 읽고 봐서 인지 이해가 더 쉬웠다.

9개월 만삭의 몸으로 전장에 나가서 승리를 이루고, 아들을 모두 칸으로 길러내는 몽골의 왕비 모습은

자칫 '슈퍼맘'처럼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으나 일단 주체적이고 자신의 삶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여자라도 무시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는 문화가 기반되어 있다는 점은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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