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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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타 히데오(奥田英郎) 作 '공중그네(空中ブラコン)'은 이라부 종합병원 신경정신과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 5편을 담고 있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지하실에 자리잡고 있는 신경정신과 담당의 이라부 이치로(伊良部一郎)와 간호사 마유미(マユミ)가 있다. 이라부 신경정신과를 찾은 환자들은 모두 거대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정신적으로는 어린 아이 같은 이라부, 미니 스커트가 간호사 제복인 양 입고 있는 마유미를 보고 경악한다. 그리고 신경에 거슬리는 말과 행동만 하는 이라부 때문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의지와는 달리 발걸음은 이라부 신경정신과를 찾게 되고, 이라부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어느새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공중그네' 편이 가장 많이 공감되었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이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일단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고, 차갑게 굴기도 한다. 혹시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며, 베테랑 공중 곡예사의 모습이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 '장인의 가발' 편은 정말 재미있었다. 장인의 가발을 볼 때마다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기 위한 처방으로 30대 중반 아저씨들이 벌이는 황당한 장난... (笑) 이라부가 훌륭한 의사인지 그저 철이 덜 든 장난꾸러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강박증과 이를 황당하지만 유쾌하게 치료하는 이라부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고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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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센구미 혈풍록
시바 료타로 지음, 김성기 옮김 / 창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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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 만화 및 게임을 통해서 신센구미라는 조직을 알게 되었고, 콘도 이사미(近藤勇), 히지카타 토시조(土方歳三), 오키타 소우지(沖田総司), 사카모토 료마(坂本竜馬) 등 걸출한 인물들과 그들이 살았던 혼란 속의 막부 말기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역사서를 제외하고 신센구미 관련 서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作 '신센구미 혈풍록(新撰組血風録)'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막부 말기 활동했던 신센구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만화 또는 게임을 통해서 나름대로 상상했던 신센구미와 이 책에 실린 신센구미의 모습은 꽤나 달랐다. 서로를 감싸주는 훈훈한 모습보다는, 엄격한 계율을 위반하거나 조금이라도 정에 이끌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대원은 할복 또는 암살하는 잔혹한 면이 많이 부각되어 있다. 특히 히지카타 토시조는 귀신 부장(鬼副長)라는 별명다운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가 많았다. 하지만 신센구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장 콘도, 히지카타, 오키타 등이 속한 천연이심류(天然理心流)파의 끈끈한 정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 책에 실린 15편의 이야기 중에서 개인적으로 초창기 신센구미 내부에서 벌어진 권력 다툼과 반대파 숙청을 다룬 '세리자와 암살 사건', 비록 가짜지만 신센구미 국장 콘도 이사미가 가장 아끼고 애용했다는 칼 코테쓰에 관한 일화를 그린 '코테쓰', 새로 입대한 미소년 대원을 둘러싼 치정극을 다룬 '미소년 검객 소자부로', 천재 검객이지만 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뜬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오키타 소우지의 첫사랑 이야기 '오키타 소지의 사랑'이 인상적이었다.  

신센구미... 초기에는 천왕을 받들고 나라를 구한다는 대의를 가진 자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상을 펼치기 위한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막부의 후원을 받게 되었고, 이 때문에 '막부의 개'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막부를 등에 업고 활동했던 시대착오적인 집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서 철저하게 노력하였으며, 비록 무사 출신은 아니었지만 진짜 무사보다 무사 정신과 법도에 입각하여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 지금까지 신센구미가 존경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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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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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업과 공부, 집안 문제 때문에 하루 종일 생각에 잠겨 답답한 나머지 울거나 가족들에게 괜히 신경질을 부리거나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또 다시 후회하는 행동을 반복하던 중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 버리기 연습' 

간단 명료한 제목과 텅 빈 버스 뒷자석에서 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스님의 평화로운 표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생각 버리기 연습은 간단히 말하자면 '만(慢)'이라는 번뇌로 인하여 어지럽게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 총 7가지로 구분하여 불교적 가르침을 기초로 하여 생각의 연속에서 오는 어리석은 행동과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인이 항상 가까이 하는 텔레비전, 컴퓨터(인터넷) 등 편리하지만 오히려 번뇌를 불러일으켜 무지하게 만들 수 있는 자극적인 요소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꾸미고 또 그들의 반응에 기뻐하거나 우울해 하는 것 자체가 번뇌이며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 정작 해야 할 일보다는 어느새 게임이나 음악, 또는 가십거리에 정신이 팔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정말 공감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 피부로 느껴지는 감촉, 코로 맡을 수 있는 냄새 등을 있는 그대로 감정을 포함시키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자체로만 받아들이면 불쾌하거나 혼란스러운 마음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저자가 스님이라서 불교적 사고 방식과 용어가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종교적인 면을 떠나서라도 많은 고민으로 머리와 마음이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코이케 스님이 제시한 '생각 버리기 연습'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오늘부터 생각을 비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실천에 옮기는 연습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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封縛師 ―あなたの記憶、封じます― (B’s?LOG文庫) (文庫)
무츠키 문쿠 / エンタ-ブレイン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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封縛師~あなたの記憶、封じます~ (봉박사 ~당신의 기억, 봉인합니다~) 

나가레 세이카(流星香) 作 봉박사(封縛師)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서 마물까지 매료시키는 아름다운 미모와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음양사지만 성격은 최악인 무코가와 우쿄(武庫川右京)의 출생과 관련된 슬픈 과거 및 우쿄가 오니(鬼)의 숙적인 와타나베노 츠나(渡辺綱)의 후손 모모에다 츠나키(桃枝綱紀)를 미끼로 하여 또 다시 엄청난 오니를 불러내 싸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력은 최고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술사 도죠 호츠마(東条秀真)와 아름다운 외모만큼 마음씨도 고왔던 단 하나뿐인 여자 봉박사 하가쿠레 사쿠라(葉隠咲良) 사이에서 태어난 우쿄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였다. 부모 없이 고아로서 음양료에서 자란 우쿄의 마음 속에는 슬픔과 외로움으로 메워질 수 없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그냥 잊혀지는 것보다 미움을 받더라도 기억되고 싶다... 도를 지나친 심한 장난으로 다른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미움을 받으려고 하는 우쿄의 이상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어째서 오니를 먹으면서까지 강해지려는 것인지 그 이유도 다소 짐작이 갔다. 

이번 편에서도 츠나키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고생이 컸다. 음양료의 높으신 분들께 부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기본! (재미는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황당 그 자체...!) 그리고 츠나키를 미끼로 그림에서 아오오니(青鬼)를 불러내서 음양료의 음양사들을 곤란에 빠뜨렸다. 게다가 부적 종이를 다 써서 결국 적자 상태가 되어 버린 제츠카안(絶佳庵)... (미코토의 고민이 더 늘었다...) 한편, 츠나키는 아직 자신의 힘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지만 우쿄가 위기에 처할 때면 큰 조력을 하는 그의 성장이 앞으로 기대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 우쿄의 출생과 함께 그의 어머니 사쿠라와 선대 음양사 카데이 란게츠(幸徳井藍月)의 추억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사쿠라와의 지키지 못한 약속에 얽매였던 란게츠가 다시 일어서는 마지막 장면은 꽤 인상적이고 훈훈했다.  

작가의 문체는 괜찮지만... 어미에 붙는 ☆ 등의 기호는 정말 눈에 거슬린다. 이것만 없으면 좀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 봉박사(封縛師) : 기본적으로 음양사에 속한다. 그러나 감각과 인식을 봉인하는 것은 물론 오니나 요괴를 없애는 것보다 사람에게 유익한 존재로 봉인하는 힘을 지닌 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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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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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作 백탑파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열녀문의 비밀' (하)권은 전 병조 판서를 지낸 임호의 며느리 김아영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로 판명되면서 적성 열녀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인으로서 기울어가는 집안을 다시 부흥시켰으며 시문에 능하고 백탑파 유생들이 입으로만 떠들던 북학을 실현시켰던 여인 김아영이 야소교도였을지도 모르며 과부의 몸으로 외간 남자의 아이를 가졌었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이 보인다. 게다가 이방과 다섯 나졸이 시체로 발견되고 김아영의 임신을 알고 있었을 의원 조광정이 살해된다.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면서 김진과 이명방은 결국 이 사건의 전모와 진범을 밝히고 범인들은 극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무사히 해결된 것으로 보이던 이 사건은 또 한 번 그들을 놀라게 만든다. 

살인 사건과 공납 비리 사건이 얽혀져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어쩐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가 공납 비리 사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김아영의 삶을 전반적으로 조명하면서 향촌에 깊숙히 뿌리 내린 뇌물 비리와 결탁, 아녀자에 대한 유교 사상의 한계와 잘못된 인습 등 당시 조선 사회가 가진 병폐를 짚고 있다. 그리고 정조 대왕의 후원을 받아 출사할 기회를 얻은 백탑파 유생들이지만 그들이 염원했던 혁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다소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조 대왕이 개혁적이고 뛰어난 왕이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갖고 있는 한계를 느꼈달까... 그 당시에는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겠지만... 무척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조선명탐정'과 '열녀문의 비밀' 두 작품을 모두 좋으니 꼭 보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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