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센구미 혈풍록
시바 료타로 지음, 김성기 옮김 / 창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일본 만화 및 게임을 통해서 신센구미라는 조직을 알게 되었고, 콘도 이사미(近藤勇), 히지카타 토시조(土方歳三), 오키타 소우지(沖田総司), 사카모토 료마(坂本竜馬) 등 걸출한 인물들과 그들이 살았던 혼란 속의 막부 말기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역사서를 제외하고 신센구미 관련 서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作 '신센구미 혈풍록(新撰組血風録)'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막부 말기 활동했던 신센구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만화 또는 게임을 통해서 나름대로 상상했던 신센구미와 이 책에 실린 신센구미의 모습은 꽤나 달랐다. 서로를 감싸주는 훈훈한 모습보다는, 엄격한 계율을 위반하거나 조금이라도 정에 이끌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대원은 할복 또는 암살하는 잔혹한 면이 많이 부각되어 있다. 특히 히지카타 토시조는 귀신 부장(鬼副長)라는 별명다운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가 많았다. 하지만 신센구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장 콘도, 히지카타, 오키타 등이 속한 천연이심류(天然理心流)파의 끈끈한 정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 책에 실린 15편의 이야기 중에서 개인적으로 초창기 신센구미 내부에서 벌어진 권력 다툼과 반대파 숙청을 다룬 '세리자와 암살 사건', 비록 가짜지만 신센구미 국장 콘도 이사미가 가장 아끼고 애용했다는 칼 코테쓰에 관한 일화를 그린 '코테쓰', 새로 입대한 미소년 대원을 둘러싼 치정극을 다룬 '미소년 검객 소자부로', 천재 검객이지만 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뜬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오키타 소우지의 첫사랑 이야기 '오키타 소지의 사랑'이 인상적이었다.  

신센구미... 초기에는 천왕을 받들고 나라를 구한다는 대의를 가진 자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상을 펼치기 위한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막부의 후원을 받게 되었고, 이 때문에 '막부의 개'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막부를 등에 업고 활동했던 시대착오적인 집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서 철저하게 노력하였으며, 비록 무사 출신은 아니었지만 진짜 무사보다 무사 정신과 법도에 입각하여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 지금까지 신센구미가 존경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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