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의 길
소지섭 글.사진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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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지대를 비롯한 강원도를 배경으로 배우 소지섭의 생각,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함께 담은 사진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장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배우라는 직업의 화려함에 감춰진 인간 소지섭을 조금이나마 옅볼 수 있었다.

 

촬영할 때마다 날씨가 궂었는지, 흐리고 어두운 사진이 많다. 그러나 그게 더 신비롭고 아련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흑백 사진의 멋스러움이란...

 

그리고 소지섭은 그냥 꾸미지 않고 막 입어도, 자세 하나 하나가 예술이다... 배우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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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성기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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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作 '마음'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고 있으나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없는 '나'와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 생활은 하고 있지 않은 염세적인 '선생님'의 일화를 담은 내용이다.

 

'나'는 가마쿠라에서 우연히 만난 '선생님'을 어째서인지 마음에 들어하고 무척 따른다. 그러나 선생님은 나를 아끼면서도 자꾸 밀어내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누군가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는 선생님을 본 나는 그의 과거에 대해서 궁금해하지만, 선생님은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라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는다. 어느 날,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은 나에게 선생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재산 분할을 받아두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평소와 달리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데...

 

정말 나쓰메 소세키는 천재 같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사람의 심리와 본성을 사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다.

'나'의 대사는 싱싱하면서 재미있고, '선생님'의 대사는 하나 하나가 마음을 울리고 정곡을 찌른다.

 

믿었던 숙부의 배반으로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된 선생님. 그리고 그런 자신이 '사랑'을 얻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으로 더욱 더 자조적이고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한편 대학 졸업 후에 아무 계획도 없는 '나'를 보면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젊은이의 모습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쓴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나'가 어둡고 염세적인, 세상을 초탈한 느낌을 주는 선생님에게 끌리는 것도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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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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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作 '봄에 나는 없었다'는 자기 만족에 빠진 한 여자가 사막에 발이 묶여 혼자 지내면서 자기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앤 스쿠다모어는 막내딸 바바라의 간병을 마치고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던 도중, 우연히 여고 동창 블란치를 만나게 된다. 조앤은 형편 없어진 블란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느낀다. 그러나 바바라가 집이 싫어서 일찍 결혼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아기도 태어나고 바바라는 이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블란치의 알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 또한 고립된 상태에서 생각할 것이 자신밖에 없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듣는다. 한편 조앤은 런던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기 위하여 하마드에 도착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한 열차 연착으로 그곳에 발이 묶이게 된다. 가져온 책도 다 읽고 자꾸 블란치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 일을 다시 생각하는 조앤... 그녀가 만나게 된 진실은?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그것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인간의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인 심리를 잘 표현했다. 단숨에 읽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고, 한 문장 한 문장이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오만한 중년 여성의 독백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루했다. 그러나 사막에 고립된 그녀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굉장히 흡인력 있었다. (이전 조앤의 독백에서 느낀 위화감이 차근 차근 해결되었다.) 조앤 때문에 남편과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상처받았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조앤도 불쌍했다.

 

혹시 나도 조앤처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불현듯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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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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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최연소 수상자인 아사이 료의 데뷔작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17세 고등학생들의 고민과 성장을 담은 청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배구부 주장이자 리베로인 기리시마가 시합을 앞두고 동아리를 그만 뒀다는 소문이 교내에 퍼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의 동아리 친구, 또는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모놀로그식으로 진행된다.

 

소설 제목과 달리, 정작 기리시마 본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아리를 그만 둔 이유도 그저 부원들과의 불화로 인하여 겪었을 심리적 갈등일 것이라는 짐작만 하게 할 뿐,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점이 조금 답답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또래 아이들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는 확실하게 전해졌다.

 

누구나 한 번쯤 겪고 지나갔을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17세...

기리시마의 탈부로 인하여 경기에 나가는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지만 그만큼 자신의 부족한 역량과 기리시마의 수고를 깨닫게 되는 후스케, 자신을 죽은 언니라고 생각하는 새엄마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 미카, 장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야구부를 그만뒀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히로키, 안타까운 첫사랑을 하는 아야, 주변에서 '아래'에 속하는 인간이라고 수근대지만 영화를 만드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료타... 완전히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시기의 그들이 느끼는 현실의 답답함,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2012년에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4년 6월에 국내 개봉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짜임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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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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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나오미 作 '탐정은 바에 있다'는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홋카이도 삿포로에 사는 탐정 '나'는 28세로서 스스키노 뒷골목에서 도박을 하거나 해결사 노릇을 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대학 후배 '하라다'로부터 실종된 여자친구 '레이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주 귀찮아 하면서 그녀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나'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여대생 통장에 거액의 돈이 정기적으로 입금된 내역을 보고, 레이코가 매춘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러브 호텔에서 살해된 남성과 그녀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인 사건에 관하여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일단 이 작품의 배경이 도쿄가 아니라, 홋카이도 삿포로의 뒷골목이고, 시대는 1980년대이다. 그래서인지 낯설기도 하고, 2000년대를 살아가는 독자가 보기에는 감각적으로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의 구성도 꽤 괜찮았고, 예상 못한 인물의 반전 묘미까지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위기 속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나'가 매력적이었다. '나'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입 밖으로는 말을 툭 내뱉지만 속으로는 의외로 여러 가지 계산을 하며 진땀을 흘리는 등, 재치 있는 그의 말투가 꽤 마음에 들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하드보일드...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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