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 그리움의 발견(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연초록빛 바다는 이색적이다. 등대 두 개가 있다. 하얀색과 붉은색, 등대를 초록의 바닷물이 거리를 만들어 두었다. 더 멀리 아득한 산이 보이는데, 이런 책표지는 ‘그리움’을 마치 환상처럼 표현하고 있다. 감상적이라는 말은 때때로 비현실적이라는 뜻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래서 감상적이라는 말이 때때로 부정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과 잇닿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립다는 것이 비경제적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故 박경리 선생은 오정희 씨가 오랫동안 작품을 하지 않는 데 대하여 탄한 적이 있다. 오정희 씨의 작품은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습작기 동안 가까이 두고 읽는, 필사의 대상으로 쓰인다고 밝히고 있다. 글 읽기를 즐기지 않았던 나에게 오정희 씨의 작품은 주변인들의 감상으로만 남아 있다. 좋다는, 글을 굉장히 잘 쓰는 작가로 알고 있다. 故 김소진 씨가 오정희 씨의 작품을 필사했다는 말을 기억한다. 그러한 오정희 씨의 수필이 ‘그리움의 발견’의 전반부에 수록되어 있다.






‘그리움의 발견’에는 다양한 사진 작품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보통은 글이 중심을 이루면 사진이 부차적으로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리움의 발견은 사진이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글을 읽어감에 따라 더 실감하게 된다. 유명작가들의 글, 산문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색다른 표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줄글의 의미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관점에서 화제를 표현하고 있는 사진은 애석하게도 누가 찍었는지 명쾌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좋은생각 사진실이라는, 책 말미에 ‘잘못된 책은 구입하신 서점에서 바꿔 드립니다. 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와 함께 기재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서점에서 교환받아야 할까, 문득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시부저기 웃고 만다. 사진만을 도려내어 다시 엮더라도 참으로 좋은 책이 될 만하다.






두 번째 작품들은 곽재구 씨, 시인의 글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고재종, 이정록 씨의 시들도 참 읽기 좋고, 그들의 작품에 좋은 경험을 하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곽재구 씨의 산문은 양념(수식)이 적어 산뜻하다. ‘그리움의 발견’에서도 곽재구 씨의 글은 정갈하다. 1995년 가을 구소련을 여행하면서 시인이 경험한 책방에서의 일이 인상 깊었다. 이유야 여럿이겠다. 헌책방을 즐기는, 어디 여행지를 선정할 때 먼저 헌책방이 있는지, 그 위치부터 파악하고 짐을 꾸리는 젊은 날의 버릇이 여전해서 그런지 나는 시인의 시선이 마치 내가 거기 그 자리를 지키고 섰는 듯한 착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움은 지금 여기를 바탕으로 한다. 무엇이 그리운가. 그리울 것이 없는 사람은, 어쩌면 기억 저편을 부유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현재에서의 결핍, 공복감이 어쩌면 기억을 자극해 그리움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움의 발견’을 덮으면서, 내 손에서는 인화된 사진 여러 장이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다. 허리를 굽혀 떨어진 사진을 내려다본다. 한참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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