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거! 2 - 상식 마니아를 위한 상식사전
베른트 하르더 지음, 도복선.류경은 옮김 / 보누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정말 이상하다. 세탁기를 돌리면 양말이 한 짝씩 실종되는 이 기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내는 빨래한 양말을 개킬 때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양말 한 짝 어딨어? 나도 알고 싶다. 사라진 양말들이 어디로 가는지 말이다. 한 짝씩 사라지는 양말처럼 조금만 일상에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들이 참 많다. 양말은 가고 먼지는 온다. 밭에 있는 자갈들이 어디서 오는지, 바람은 어떻게 생기는지, 밤의 사막은 왜 그리 추운지 따위의 문제는 굉장히 시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것인데 정작 그것의 정체나 원인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왜 뜬금없이 이런 이상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나 역시 깊이 생각해 보지 않거나 혹은 의문조차 가지지 않은 문제들이었으니까. 《아! 그거 2》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물음들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났다.

 

 

   제일 먼저 나는 사라진 양말의 행방을 알고 싶었다. 짝 잃은 멀쩡한 양말들이 자꾸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종된 양말을 찾아요,라고 전단지를 써붙일 수도 없잖은가. 그것은 필시 우리 집 안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사라진 양말 한 짝을 애타게 찾아 헤맸던 경험이 있다면 눈을 번쩍 뜨고 그것들이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묻고 있겠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책의 대답을 들으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세탁기 안의 버뮤다 삼각지대가 있는데, 그래도 나오지 않는 양말들은 외계인이 가져갔다는, 너무 황당해서 충격적이기까지 한 대답이 돌아온다. 사라진 양말의 행방을 알기는 글렀다. 어제 TV에서 양말로 당나귀도 만들고 개도 만들고 토끼도 만들어서 인형극을 보여주던데, 진짜 신기하더라. 나도 그거나 해볼까 싶다.

 

 

   사라진 양말의 행방을 먼저 소개해서 예비독자는 한숨을 푹 쉬며 외면하고 말지도 모른다. 상식이 아니라 단순한 유머집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우연찮게도 가장 황당한 내용이었을 뿐이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궁금증을 가장 신속하고 재미있게 해소시켜주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궁금했지만 너무도 당연한 문제라 그냥 지나치고 만, 바로 그런 궁금증들 말이다. 이를 테면 물새는 겨울에도 발이 시리지 않은지, 왜 내가 선 줄은 다른 줄보다 더딘지,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면 왜 바다 소리가 나는지, 남자들은 왜 쓸모없는 젖꼭지가 붙어 있는가 따위의 문제들이다. 나는 이 질문 목록들을 쳐다보면서 감탄사를 남발했다. 질문에 대한 답도 답이지만 질문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글쓴이의 남다른 주의력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생각했을까. 일반 사람들이 간과했던 사소한 것들을 포착해내는 힘이 정말로 감탄스럽다.

 

 

   이 책의 테마는 '상식 마니아를 위한 상식사전'이다. 일반 상식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물음이나 답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물음을 던져보았다. 우리는 대체 얼마나 크고 중요한 것들에 매달려 있길래 이런 문제들에 궁금증조차 가지지 않았던가.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목록들 중 어떤 것은 쓸모가 없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그러나 이 책은 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우리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생활 속 숨겨진 가치를 일깨워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가장 순수한 물음을 던져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거기 답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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