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정진규 외 지음 / 작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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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편을 읽었고, 또 2008년도 분명 읽었을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는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하나의 선택이 갈피표처럼 끼워져 있을 것이다. 시, 특히 한 해를 채워놓은 시선집을 읽는 것은 재미있다. 흥미롭다. 읽다가 덮어두어도 다시 펼칠 때 썩 죄책감도 없는 것이 시집이다. 중간부터 다시 펼쳐, 상쾌함으로 다시 읽는 행위에는 면죄부가 놓여 있다. 돈을 얼마나 더 줘야 우리는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때 서구에서는 면죄부를 발행했고, 돈 주고 그 행위에 동참하던 사람들, 어쩌면 위안을 받지 않았을까, 어렴풋, 막연하게 예상해본다. 2000년도 이제, 곧 2010년대로 넘어갈 이 무렵에 나는 시가 철저하게 외면 당하는 시기에, 시를 찾는다. 동화를 찾는다. 그리고 초등1,2년생이 쓰는 일기장을 구입했다. 비로소 알았다.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면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미해결문제, 유년의 어느 시점으로 나는 돌아와 있다.

   2009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는 너무 힘든 날,힘들게 읽었고, 몇 번 책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고, 만행이다. 그러면서도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족쇄, 책을 읽고 싶었다. 봄날은 책을 읽지 못하고 훌쩍, 그렇다고 하던 일을 매조지하지도 못한 채, 그렇다 나는 봄을 잃었다. 어린 날,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던 날, 몇 년 전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이 가지 않습니까,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도 떨어져 뇌를 터뜨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원망과 저주, 그리고 자학을 했었다. 하지만 천지개벽도 없었고-이미 있었는데 나는 모를 뿐일지도- 나는 여전히 유사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2009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는 그러한 날들이 조금 큰 변동을 일으킨 어느 시점에, 그렇게 나는 이 책을 만났다고 기억할 것이다. 책과 상관 없는 메모를 열심히 하면서, 나는 내 삶을 저주했다. 나는 나의 못남에 대해서 원망도 아니고, 칭찬도 아니고, 그렇다고 뭉건한 그것도 아닌 것이 참 희한한 몸부림을 쳐댔다.

   시가 무엇인가. 인간은 모두가 시인(아이)으로 태어나 성장과 동시에 시를 잃어버린다. 동심은 시가 아니다. 동심을 가진 그 아이가 시이다. <2009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는 내가 원하는 그런, 내가 바라마지 않는 시를 찾기는 제법 어려웠지만, 더께를 들어내면 그 속에는 아이들 뛰노는 황혼녘, 그 아슴한 메아리, 어미가 밥 처먹으라 부르는 소리를 찾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 나는 돌아가고 있다. 거대소설에서 진을 다 빼고, 이제는 단편조차 읽을 여력이 없어서 나는 어쩌면 시를 찾아, 그 광활한 울타리 속에서 널뛰고 있나 보다. 또출네의 발광처럼 나는 밤낮없이 이성과 먼 생활이다. 시는 그것을 보듬어 준다.

  <2009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는 구성에 큰 변화가 없다. 그렇지만 몇 차례, 벌써 3년이다. 3년 동안 이 시선집을 읽으면서 나는 안도감을 느낀다.

  내가 시인 되어 내가 쓴 시가 널리 읽힌다면, 나는 무서워할 것이다.  칭찬에 불안해 하는 성정이 무엇인지, 어디서 기인하는지에 대해서 심리학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만, 지적하기보다는 '보여주기' 방식이 더 감정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된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시 한 편 읽어보자. 읽고 난 뒤 내가 대단한 것이다. 시를 읽는 행위의 주체는 '나'이다. 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시를 읽은 '나'가 워낙에 대단한 것이다. 봄날이 갔다. 이 책을 읽던 한 철이 가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육체의 성장기는 노화로 진척이 되고 있지만, 행과 불행의 갈림길에서 수도 없이 바장이는 이 몸뚱이는 자꾸자꾸 커서, 잭과 콩나물의 식물처럼 성장할 것이다.

 

  시를 읽자. 거기는, 내가 잊어버린 언어들이 있고, 내가 찾아야 할 '나'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의무감으로 읽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언젠가 팔자가 허락하면 시를 허락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당혹스럽지만, 감미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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