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 '오래 일하며 사는' 희망의 인생설계
마크 프리드먼 지음, 김경숙 옮김 / 프런티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1.

   몇 년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다. 일이라는 것이 마냥 따분하고 힘들고, 고생스럽다고만 여겼다. 젊어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면서 동료들끼로 회식 자리에서 키득댔다. 함께 술잔을 치며 골목에서 속을 게워내던 그들은 이제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뭐 인생 헛살앗다, 푸념은 아니고 그냥 그런 기억이 <앙코르>를 읽으면서 순간, 아주 잠시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책 덮을 때 무렵해서 또 그 골목길 축축하고 음습한 공간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직 어려서, 덜 살아서라고 할까. 미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하겠다.

 

2.

   목차를 본다. 1장은 일할 자유, 4장은 인생의 새로운 지도, 6장은 앙코르 사회를 향하여. 현재를 면밀히 살피고 미래를 주축으로 활동하기를 도모하는 책이라고, 나는 <앙코르>를 지금 이 순간에는 그렇게 정의한다. 

   일할 자유가 무엇인지 몰랐다. 일로써 만족감보다는 오히려 좌절감이 더 많았던 경험 때문에 일보다는 멀리 떠나 유랑하듯이 살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모양이다. 자부심도 없었고 그러니 모든 의사결정은 현재 여기의 쾌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20대 중반을 나는 헛것을 탐하면서,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이 가끔이 너무 자주라서 문제다) 허황된 꿈 속에서 싱긋이 웃기도 한다. 

   <앙코르>는 지금 이순간을 먼저 타진하고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냐, 그것을 먼저 알아야 먼 후일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치고 있다. 어떠한 시나리오를 예견하든지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동일한다. 나인 것이다. 나다. 

  <앙코르>는 내가 아니지만 나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절망에서 반동으로 성공한 사례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금 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실질적이지는 못하지만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공담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꿀 찾아 헤매는 벌처럼 달려들어 탐닉하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3. 

  <앙코르>에서 새로운 지도를 보았다. 각양각색, 그러나 하나로 통하는 이야기들 가운데 특히 4장이 내게는 감동적이었다. 아직 살날이 더 많은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근거없는 확신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좀 더 살아야겠고, 그래서 '지도'라는 단어는 늘 생동감 있는 어감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생의 전반부가 강요받은 것이었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선택하는 것이다." (쇼쉐너 주버프)

 

   강요받은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대부분은 수긍할 것이다. 경우야 다르지만 '강요받았다'는 것은 모두들 한결같을 것이다. 인생의 후반부, 나는 살아온 날을 인생의 전반부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 살아갈 모든 날들은 인생의 후반부인 것이다. 

   <앙코르>에서 인생의 후반부, 나의 내일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선택하고, 움직이는지를 보게 된다. 새롭고 존경스러운, 그러면서도 멀고먼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냥 해보는 거다. 물론 기준점에 꽂을 깃발은 튼튼한 녀석으로, 잘 보이는 녀석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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