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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면허증
코르넬리아 니취 지음, 한윤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1.
민간 자격증이 많아서, 부모 교육하고 나면 수료증을 준다. 수료증 하나로 생색내는 양육자님들의 낯빛이 썩 좋아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웃는 게 좋다. 웃으면 여유가 생겨 좀더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만족이든 무엇이든 여유는 사람을 현명하게 해주는 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틀림없다. 내가 죽게 생겼는데, 남에게 신경까지 쓸 수 없는 건 당연한 노릇 아닌가. 그런데 이런 극한 상황에 그 사람의 진정한 인성이 드러나게 된다. 들통나게 된다.
2.
<부모 면허증>은 자격 남발이 아니다. 책 이름이야 먼허증인데, 당최 이 자격을 주관하는 곳이 어디인지 도무지 당최 모르겠다. 그러니 공부하고도 부모 면허증은 언감생심 아예 기대해서는 안된다. 대신, <부모 면허증>의 약발은 직방이다. 제대로 읽었는지 아니면 어영부영 날로 읽고 덮어버렸는지는 일상에서 곧바로 검증이 가능하다. 그러니 충실히 읽고 현실 적용해야 한다. 물론 우리 땅의 문화와는 다소 차이 나는 문화권에서 살아온 글쓴이라 우리에게 안 맞다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다. 변명이야 늘 가능하지만 우리 역시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다.
<부모 면허증>이라 해서 대상을 자녀와 양육자로 규정한다면 그것만큼 큰 실수가 또 있을까 싶다. '대상관계'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현실계에 대응하는 방식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태어나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전까지의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제한된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극받고(외부통제 심리학), 자극을 주고, 반응하며 체득함으로써 전생애를 좌우하는 행동방침이 틀지어진다는 것이다. 무식한지라 곰곰이 생각하면 참 설득력 있다.
3.
<부모 면허증>은 먼저 세 가지 원칙에서 부모, 자식의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의 토대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실제 사례로 직행한다. 현실적용은 사례를 볼 때,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면 내 삶에 본보기로 삶을 때에 깨우침이 빨랐다. <부모 면허증>은 일상사에 발생가능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예상가능한 답변(행동)을 세 가지로 요약해서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요약하고 있다.
마음을 읽어주는 일, 말은 쉽다. 실천은 너무 힘들다. 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 여유가 있다면, 다양한 행동지침을 창의적으로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유가 너무 없다. 쫓기고 다급하고 힘들다. <부모 면허증>은 그래도 어른은 강자,라는 전제 하에서 펼쳐지고 있다. 만약 어린이가, 피양육자가 어른보다 더 강자라면 아이에게 부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모 면허증>의 실례를 성실히 따라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