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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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도드라진 현상인 소외감의 발로인가 한다. 나는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키울 마음이 없다. 동물을 특별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이구 우리 아가, 엄마가 맘마 줄까. 마치 제 자식인 양 어르고 쭉쭉 빨면서 죽고 못 사는 사람들을 볼 때 그래서 나는 허, 마른 한숨을 폴폴 내뱉으며 지나쳤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좋은데, 늙고 병들어 짐이 된다 싶으면 짐짝 내던지 듯 유기하는 모양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고것들도 생명 있는 존재이다. 감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들은 난폭해지거나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먹는 것을 거부하여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흔하다고. 고것들에게도 애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애정 없이 살기 힘들다. 식물들도 자신을 돌보는 이의 손길을 알아챈다 하지 않는가.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기쁨을 누리며 평온해지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오랜 시간 입을 열지 않아 군내가 날 지경이 되면 사람은 벽 보고도 얘기를 하게 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과 같은 존재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고립된 섬에 떨어진 주인공을 생존케 했던 것은 물도 불도 잠도 아닌 '윌슨'이었다. 모든 울분과 슬픔과 절망까지도 가만히 받아주었던 윌슨이 아니었더라면 주인공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내 존재를 긍정해주는 애정은 곧 생명력과도 직결된다 하면 비약일까. 비약이 아니다. 이러한 내 믿음을 공고히 해준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던 노란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고양이의 이름은 듀이다.

 

 

 

   미국 아이오와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 스펜서 공공 도서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반납함을 확인하던 도서관 직원 비키의 손끝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만져진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였다. 엉클어지고 때묻은 털뭉치 속에 두 눈이 똥그랗던 새끼 고양이는 차가운 철제 반납함 속에서 밤을 버텨내었다. 두 발은 동상에 걸렸고, 추위로 온몸도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비키는 뜨거운 물을 받아 고양이를 녹여주었다. 고양이는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때묻어 새카맣던 털뭉치는 밝은 주황색을 띠었다. 비키는 이 작은 생명체에게서 애틋한 우정을 느꼈다. 비키는 고양이에게 '듀이 리드모어 북스(Dewey Readmore Books)'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첫 이름 듀이는 십진분류법을 철칙으로 알고 지내는 사서들을 위한 이름. 두 번째 이름은 어린이들을 위해. 마지막 이름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 Read More Books. 도서관 고양이에게 마침맞은 이름이 아닌가. 여기까지가 스펜서 공공 도서관 침범 고양이 사건의 전말이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 듀이는 도서관에서 새로 태어난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동물이라 들었다. 골목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고양이들은 불공불손 그 자체이다. 사람의 앞길을 막아놓고도 흐트러짐이 없다.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부라려도 그쪽에서는 눈빛의 흔들림도 없다. 아예 무관심이다. 나는 고양이가 무섭다. 우리의 듀이는 고양이임에도 사람을 잘 따른다. 그 정도가 지나쳐 고양이의 탈을 쓴 개가 아닐까 의심해 볼 지경이다. 매일 아침 도서관 현관에 앉아 사람들을 기다리고, 사람이 오면 냉큼 무릎으로 뛰어든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의 어깨에 뒤룽뒤룽 매달려 도서관을 산책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듀이는 확실히 고양이가 맞다. 목욕하는 것과 머리 빗질하는 것을 싫어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과 고무줄 씹는 것을 즐긴다. 건강하고 명랑한 수컷 고양이다.

 

 

 

 

   유달리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듀이의 출현으로 조그만 시골 마을 스펜서는 점점 활기를 띠어간다. 매일 아침 흔들의자에 앉아 쓸쓸히 신문을 넘기던 늙은 사람들은 무릎에 전해지는 듀이의 체온으로 포근해졌다. 스펜서 대부분의 가정은 블루칼라- 생산직 노동자 -들로 이루어져 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많아 방과 후 아이들은 방치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듀이가 나타나고부터 아이들의 도서관 출입이 잦아진다. 듀이와 함께 뛰어놀고 책을 보며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그저 눈인사 정도로만 스쳐지나던 마을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고 대화를 이어준 것 역시 듀이다. 의견이 맞지 않아 서름서름하던 도서관 직원들도 듀이 덕분에 화합하게 된다. 사춘기 딸 조디와 서투른 엄마 비키의 다리 역할도 듀이의 몫이었다. 듀이는 스펜서 마을 모두의 연인이자 친구, 가족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도서관의 차가운 반납함에 버려진 조그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이토록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밤새 차가운 반납함에서 두려움과 추위를 견뎌낸 고양이에게서 사람들은 자신의 쓸쓸한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공감, 공간. 공감과 공간은 관계에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소박한 애정이 아닐까. 삶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 빠진 낡은 공 - 윌슨 -도 경우에 따라서는 수많은 사람들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스펜서 마을 사람들에게 듀이는 특별한 고양이였다. 그렇지만 듀이는 작고 명랑한 길고양이였을 뿐이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야옹,하고 울었다. 먹고 싸고 보고 느끼고 사랑하다 늙고 죽었다.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라면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다. 지금 내 옆에, 나와 같은 장소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들을 둘러보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그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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