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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ㅣ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평점 :
1.
참 정갈한 편지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참 기분이 좋다. 혀뿌리에서부터 침이 고인다. 아주 살갑고, 영묘한 기운이 꿈틀댄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를 펼친다. 펼치기 전 책 표지에는 어머니 같은 분, 뒷모습이 말씀을 한다.
"누가 오셨나?"
정감어린 목청과 함께 한민족 수난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야만의 시대다. 인간이라는 족속 자체가 야만이다. 그럼에도....
2.
돌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을 타고 생명이 자라올라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이 그러지요? (도회짐승/ 113쪽)
세파가 각박하다고만 탄하고 있을 노릇인가. 그러면 우울 경향에서 우울증으로 파도를 타게 된다. <있는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는 비관론적 세태 풍자로 읽히지는 않는다. 덤덤하다. 그러나 날카롭다. 멀리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에서 받는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몰아댈 수 있을까. 모두가 한 마음이라면, 하나의 역정은 쉽게 무마할 수 있을까.
3.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읽으면서 나는 구성에 눈여겨보았다. 처음이 겨울이다. 왜 겨울일까. 정말 겨울일까. 지금이 연초이니 겨울은 맞는데, 정말 겨울은 맞는 걸까. 생뚱맞은 질문을 아귀처럼 물어뜯고 뒤틀고 자빠뜨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덧 책장은 겨울 지나 봄으로, 그렇게 해서 가을 결실의 공간으로 가 닿았다. 금방이었다. 일순간이었다. 지난 시간들 돌아보면 한순간 찰나인 듯 착각하게 되듯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읽는 동안도 그러한 착각을 하였다.
이메일로 전송되는 이철수 님의 판화, 편지를 계속 받아 읽었다. 종이 책으로 읽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온라인상의 편지와는 분명 동일한 형체인데 느낌은 판이했다. 익숙하지 않는 손끝, 그리고 이철수님의 목소리를 - 아직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듣고 있노라는 생각에 생경했다. 그러나 겨울 지나고 봄부터는 다시금 안정적인 독서를 하였다.
머리글에서 깨알만한 활자는 왜 이렇게 해두었을까,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왜, 나는 구태여 묻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이 책을 읽으면서 묻고 있었다. 굳이 질문을 해야겠거든
4대강 정비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4.
뜰에서 키 작은 대나무가 바람을 타고 있습니다. 그 그림자도 바람 타는 대나무를 따라 일렁입니다. 살아 있으면 피할 수 없는 존재의 그림자이고 흔들림이지요. 추녀 끝에서 풍경소리 들리는 것 보면, 풍경도 그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 봅니다.
(머리글)
큰 울림이다. 풍경소리 멀리 들리는 듯도 하고, 그리고 그 속에 나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잠시 길 멈추고 서 있는 듯도 하고, 결국은 아무도 없는 것 아닌가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못내 아쉬운 듯 발걸음 옮겨놓는 정경이 보이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에서 나는 생명을 본다. 어째 사람이라는 짐승이 이다지 참혹할 수 있고, 냉혈한가를 따져 묻는 조용한 일침으로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가 읽힌다.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공생하기를 바라는 작가 이철수님의 마음이 흠씬 녹아들어 읽는 내내 가슴이 평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