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는 종합선물세트다. 별의별 것이 다 들어 있고, 이럴 경우 보통은 싸구려 과자가 들어차 있기 일쑤인데 아니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난다. 굉장하다, 연발 감탄사가 쏟아진다. 더욱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과 올해 무식하게 읽어왔던 심리학서, 자기계발서를 일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별히 새롭지는 않지만, 굉장히 이해가 쉽게 요약 잘 된 책이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이다. 대상은 자녀, 학생 연력의 자녀로 예상되지만 그것은 문체상으로만 효력이 있다. 내용은 전연령이 읽어도 지루하다거나 밋밋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너는 너의 뇌를 알고 있니?'로 글머리가 시작한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아버지가, 자신의 무능을 대변하기 위해서 씌어졌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니 글머리에 들이대는 이 문장은 뜻밖이었다. '뇌'라니, 아버지하고 뇌가, 천재가 아닌 아버지와 뇌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리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모소대나무', 좀체 자라지 않다가 몇 해가 지난 나중에야 실체를 드러내는 중국산 대나무. 머리글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자기계발서에 가깝겠구나라고 나는 생각했다. 뇌와 모소 대나무, 그리고 천재들의 사례 등은 사실 낯설 것이 없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르게 읽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과학으로는 입증하지 않은 일들을,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않을 만한 일들을 예시로 든 부분도 있다. 믿고 안 믿고는 사실 수용자의 선택적 결정일 뿐이다. 현실에 그러한 일이 있다는 것을 보고도 안 믿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때는 무수히 많다.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에는 '긍정적 사고, 심리'가 깔려 있다. 하나의 이미지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즉 소원이 노력으로 달성된 뒤의 모습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생활한다는 것은 '시크릿'을 더욱 잘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요구를 받아들고 나는, 내 속에 끓는 원망을 느꼈고, 무시할 수 없어서 괴로웠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동일선상의 내용인데도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해가 간다. 김상운 씨가 전달하는 내용에는 수긍할 만한 점이 많다.
'천재'란 무엇일까. 이 책이 과연 천재와 연관이 있을까, 아니면 사람의 조건에 초점을 둔 것일까. 그것에 의구심은 책을 덮고도, 읽는 순간에도 여전했다. 행복론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행복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라, 당신 행복하십니까? 종교인들은 수시로 따져묻고, 비종교인들은 또 행복을 들먹여 사람을 괴롭히는 걸까. 그런데 문제는 '행복'이 무엇인지, 아예 생각조차하지 않는 '나'라는 인간이다. 물론 천재가 되어, 사람으로서의 기능을 전부 발휘한다는 것은 좋을 일이다.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는 노력을, 수신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라면 알아둬야 할 이야기들, 한 번 읽어두는 것, 읽는 순간 나중에 또 찾아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