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의 모든 것
이정숙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1.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의 모든 것>(이하 <대화법>)의 초점은 '여성'이다.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사람이라는 것이 '잘 살기' 위해 부단히 걱정하고, 걱정하고, 걱정만 하는 동물이다. 짐승이다. 걱정하고 걱정하고 걱정하다가 그래도 잘 안 되면 왜곡된 행동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애쓴다. 마치 부나비처럼, 타 죽을 것을 예상치 못하는 듯 불길에 돌격하는 부나비처럼 사람 역시 다를 것이 하나 없다. 미물과 다르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사람 역시 동물이고 그 범쥐에서  거의 대부분의 행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비관론자인가? 아니다. 나는 현실론자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다만 사람은 사람일 뿐, 동물의 한 씨[種]일 뿐 달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엄벙떵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뜻 본뜻은 '잘 살고 싶은' 욕망에 따라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2.

   <대화법>은 여성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성 구별로 꼭 여자만 읽어야 할 책이라고 단정짓는 데는 너무나 억지스럽다. 

 

   여느 대화법, 의사소통 기술법에서 소개된 말 잘하는 법, 속뜻 제대로 전달하는 법을 <대화법>에서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으로 난감한 사례를 먼저 들고, 대책을 마련해주고, 마지막에 글 끄트머리에는 요약을 해준다. 요약부에서는 전문적인 용어가 덧붙여짐으로써 <대화법>은 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장에서도 가볍게, 너무 가벼워 무엇을 읽었나 생각나지 않을 만큼 허술하게 만든 책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대화법>을 쓴 이정숙 씨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 그것은 물론 의사소통 기술적인 면에서 그러할 것이라는 것만은 우선 장담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문화에 해당하는 각각의 사례와 지금 당장에도 쓰일 만한 대책들이 <대화법>을 가득 채우고 매우고 하면서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총4부와 부록(후기)의 짜임을 갖춘 <대화법>은 현재 여성들의 입지에서 서술하고 있다. 즉 직장관계, (미혼이든 기혼이든) 가족관계 속에서 여성, 그리고 3부와 4부는 인간 관계와 자기성장을 위해서 지면이 할애되고 있다. 여성적인 의사소통을 알아보는 개론서적인 성격이라고 할까. 그만큼 <대화법>은 여러 장면에서의 대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그것이 식상하지 않다. 지루하지 않다. <대화법>의 강점이 곧 이것이다.

 

   게다가 줄간격이 널찍하고 글크기 역시 눈에 쏙쏙 들어온다. 며칠 두통을 앓으면서도 이 책을 놓지 않았는데 구성상의 편의 제공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화법>의 첫인상이 정말 좋았다.

 

 

3.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의 모든 것>은 제목에서처럼 '여자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이지만, '여자만 꼭 알아야 할' 내용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대화법'에 주목하고 읽기를 시작했고, 마쳤다. 그리고 책 모서리마다 접어둔 부분을 나중에 다시 찾아 읽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 책에 의존해서 내 모든 문제를 풀어내려는 아둔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책읽는 '나'와 현실 속의 '나'는 너무도 큰 간격을 가지고 있다. 분노 상황에서, 격분하면 책을 짚어 천천히 읽는 것이 오히려 이상행동이다. 하지만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의 모든 것>을 생각하며, 도움을 받은 순간, 읽는 데에 즐거웠던 순간, 책 읽는 동안 내게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그것이 책이 가진 영향력이다. 사사로이 볼 수 없는 지대한 영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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