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중국인의 실체 - 한 권으로 중국인에 대한 모든 것을 샅샅이 파악한다
콩젠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중국론을 읽고 싶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분명 중국론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쪽수 많은 두꺼운 책의 지면에 비해 중국에 대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본론에 가까웠다.  해서 관련책으로는 박경리 선생의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론>, 리영희 선생의 <대화>와 함께 읽으면 <중국인의 실체>라는 책을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에게 일본은, 한국의 그것처럼 양가감정을 보인다.  콩첸 씨가 나는 공자의 몇 대 손이라 하는 것에 나는 그저 눈만 끔벅거리다가 휙 책장을 넘겨버렸다.  내게 과거는 중요하지 않지만,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금의 세태는 예삿일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과 이데올로기의 난장판이 되었던 한국전쟁, 참혹하다.  전쟁 뒤의 현실은 더 참혹하다.

 

     일본 천황을 중국에서는 황제라 부르고 있다. 그래서 약간 순진한 중국인들이 잠깐 넋을 놓은 감이 있다. 1937년 난장에 진입한 일본군들이 20여만 명의 시민과 아녀자들의 배를 갈라 잔혹하게 죽인 역사를 잠시 잊고 황제(천황)라는 드높은 어감에 만감이 교차한 것이다. (208쪽)

 

    난징대학살을 언급한 부분이 <중국인의 실체>를 읽는 동안, 가장 강렬했다.  현대사적 접근으로 중국론에서 일본군국주의, 약탈전쟁이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동북아, 동남아, 서구 제국주의와의 충돌에서도 일본 군국주의는 침통한 세력이요, 사갈시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언제나 동일 감정을 가진다는 사실에서, 나는 그 어떤 희열감을 느꼈다. 이것의 구체적인 원인은 얼핏 짚이는 것 같으면서도 딱 부러지게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인 독자에게/ 콩젠)

 

    일본에 대해서 중국, 한국이 동일한 태도를 표명한다, 글쓴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중국인의 실체>를 읽을 때, 간혹 허방으로 빠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유인즉슨 일본을 보는 글쓴이의 논지가 한국에서의 태도와 유사한 측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하지 않다. 글쓴이가 말했듯이 거기에는 '미묘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300쪽 넘기면 책이 반토막 날 듯 위태한 <중국인의 실체>는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이해도 쉽다. 허나 단순히 읽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유구한 역사라고 한족은 자신의 역사를 자랑하고, 장차 미래는 한족이 제패한다는 포부를 스스럼없이 펼치고 있다.  해서 우리 아이들의 가방에는 온통 중국산이 넘쳐나고 있다. 기마민족과 농경민족으로 일본과 중국을 비교했고, 평화주의를 내걸고 있는 <중국인의 실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의 울타리에 한민족을 껴안고 있다는 것이다. 중일 전쟁 이후, 다시 우리와는 무관한 전쟁을 벌였던 한국전쟁, 중국인들은 한국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며 고대 한민족의 역사를 파괴하고 있는지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인의 실체>는 기실 중국론이라기보다는 일본론에 가깝다. 일본론보다는 오히려 국제정세를 다룬 경수필이라 할 만하다. 중국의 역사, 현대중국사회의 경제 등 다양한 것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늘 일본이 있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는 엉뚱한 발상도 걷어야 할 것이다. 일본만이 한민족을 침탈한 것은 아니다. <중국인의 실체>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의 한민족의 입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여전히 사대주의를 선호하는 기득권과 일반인들이 어떻게 다른 행동을 보일지, 동경하면서 경멸하는 양가감정은 하늘이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린 선물인 것만 같다. '미래는 중국의 것이다.'로 끝마치는 <중국인의 실체>. 다시 패권주의로 꿈틀대는 중국의 미래상을 보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착각이기를 바라지만, 오로지 변방 소수민족의 바람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장기 불황의 조짐과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세기를 맞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중국만이 잘나가는 것처럼 알려져 부러움을 사는 이면에는 일찍이 젊어보지 못한 늙은 대국, 중국이 비로소 고목나무에 싹이 나는 것처럼 회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5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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