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돈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는 다소 다르게 '문화'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문화가 아니라 "뉴욕"에 접근하고 있다. 뉴욕의 "돈(경제력)"에 접근하고 있다. 경수필조의 글쓰기로 읽는이가 부담 없을 정도로 잘 씌어진 이 책은 미국의 한 도시를 오목렌즈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읽고 있노라면 돈은 피를 먹고 자기분화를, 복제를 끊임없이 해댄다는 이야기가 새삼 진리처럼 여겨진다. 문화로 포장된, 아니 문화 그 자체가 상품인 세계. 여기서 문화가 무엇인지를 먼저 규정하고 책을 읽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국어사전을 따르면 문화란 인간 삶의 전반을 일컫는다.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의식주 총체라고 하면, 그것도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를 딱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을 문화로 본다면 역시 막연하고 추상적일 것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간단한다. 돈되는 것이 문화'일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지극히 미국 중심이고, 지극히 경제 지상주의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왜 문화인가, 문화형 인간인가에 대한 주장은 '돈'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책은 CEO들이 읽어야 할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경영은 다양한, 풍부한 이윤 창출에 목적을 둔다. 해서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여느 경영서, 자기계발서보다는 읽기 쉽게 잘 씌어진 책이다. 피터지는 경쟁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름 정리해서 보여주고, 친숙한 인물들의 사례를 부분부분 보여주기함으로써 읽는이의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현대 경쟁사회에서 피고용자가 지녀야 할 태도까지 제시하고 있다. 양극단적 세대에 가운데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불평불만의 세대로 인식되고는 하는 샌드위치 세대를 단숨에 고소득,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그것의 중심에 '문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라 하면 전통문화, 혹은 중앙아시아에 남아 있는 원형 그대로의 삶을 떠올리곤 했다. 문화와 경제가 밀착될 때에 '쓰레기'가 저절로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근세에 '경제'를 가벼이 여겨 국치를 겪게 되었다는 분석이 많다. 원형을 포장한 문화는 상품이다. 문화가 상품이 될 때에 구입하는 우리 역시 문화적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구입자 = 문화적 인간 = 경제력,이라는 단순하고 뻔한 도식을 펼치지는 않는다. 다만 비닐봉지로 포장된 문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분석적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데에 놀라울 따름이다. 비교, 분석, 비평의 글쓰기에는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하지만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