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행 1 펭귄클래식 1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서, 기행문, 생활문의 묘미는 글쓴이의 침법 범위가 여느 문학 유형보다 더 가깝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글쓴이의 생활을 여과없이 드러나는 글, 우리는 책을 통해서 생활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여행기를 읽고 나면, 산문집을 읽고 나면 글쓴이의 다른 글을 더 찾아보기를 갈망하는가 보다. 처음 본격적으로 책읽기를 시작했던 것도 산문집을 통해서였다. 박경리 선생님의 책도 그랬고, 지금은 한창 박완서 님의 책을 그것도 산문집을 중점으로 읽어가고 있다. 그 선상에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낯설지만 반가운 내용이 가득 들어차 있다. 

 

     나는 책을 즐기지 않는다. 국내문학에 잠시 관심 있었던 중학교 3학년 시절, 토지를 집어들고 파고들었던 고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책은 도피처였다. 해서 문학적 소양은 지극히 편파적이고 협소했다. 어울림이 좋다. 동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보다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나의 세계는 어느덧 넓어졌고 내 눈은 지독하게 고상해져 있었다. 차츰 세계 문학도 두어 권 살피며 알 만한 글쓴이의 책을 통독하게 된 것도 어울림 덕분이다.  괴테라 하면 베르테르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옴에도 불구하고 나는 괴테의 대표작을 최근에야 읽었다.  그러니까 2007년에 읽었던 것이다.  괴테의 산문집, 이탈리아 기행은 좀더 괴테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탈리아 기행>에는 산문의 특성상 그의 일상적인 삶, 사람을 보는 눈, 가치관 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9월 11일 : 이제 언어가 바뀌는 지역인 로베레토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북쪽 지역에서는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계속 왔다갔다 했다. 이제 처음으로 토박이 이탈리아어를 쓰는 마부를 만나게 되었다. 여관 주인이 독일어를 못하니 드디어 나의 말재주를 시험해봐야 한다. 지금부터는 좋아하는 언어가 살아나서 사용하는 언어가 되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1권 36쪽)

 

     문화는 언어를 생명으로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언어의 벽은 참으로 크다. '그'가 내게로 들어오는 것은 대화를 통해서이다. 말 한마디 살갑게 건네는 순간 상대를 존중하게 되는 초석을 닦게 되는 것이다. 말이 분쟁을 만들기도 하지만 분명 말이 있어서 우리는 기존의 세계를 더 가치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괴테는 떠난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행간에 분명이 밝히고 있다. 그는 분명 분방한 사람일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처럼 그는 늘 떠나는 사람인 듯 각인된다. 그러나 소설에서와는 달리 이 기행기에서 그의 모습은 방랑이 아니라 여행이다. 방황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여정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내가 볼 때 이탈리아 사람들은 꽤 선량한 민족 같다. 내가 항상 접하게 되고 또 늘 그렇게 하기 때문에, 지금 보고 있고 볼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아이들과 보통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이들의 몸매와 얼굴은 정말로 아름답다!(1권 76쪽)

 

     <이탈리아 기행>은 요일별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읽는 책이기 때문에 2권의 분량의 기행문은 자주 허방에 빠지곤 했다.  당연지사일 것이다.  읽는 동안 자주 딴 곳을 살피고 딴청을 부리는 데에 익숙한 나는 <이탈리아 기행>을 읽는 동안에도 일관된 독서방식을 취했다.  내가 이탈리아 갈 것도 아닌데 왜 읽어야 하나, 괴테의 여행은 참으로 사치스럽구나. 한데 이 책을 읽는 목적과는 동떨어진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움찔했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생활의 방식'을 엿보고자 하는 지극히 실리적인 측면이 아니었던가.  하니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목적한 바를 달성한 셈이다.  삶을 보는, 다른 사람을 보는 괴테의 시선은 충분히 배울 만하다.  홍성광 씨의 매끄러운 번역과 읽기 편한 행간이 <이탈리아 기행>을 편안한 여행기로 읽게 도와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