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에 둔감한 것이 사람인 모양이다. 나도 내가 다칠 줄을 몰랐다, 내가 가해자 될 줄도 몰랐다. 그런데 때때로 생각지 않은 상황에, 평소 잘 다니던 그 길인데도 심각하게 다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등산 구급법>은 무심코 산행을 했다가 기분 좋게 하산해야 하는데, 등산할 때 생각과는 달리 위험에 처하는 상황, 그 대처법들을 간단명료하게 알려주고 있다. 책 뒤편에는 비상연락처란이 있어서 실용적 측면을 보강하고 있다. 책 내용만해도 실용적인데, 쓰임 역시 긴박한 상황에 처할 경우 톡톡히 이 책 덕을 볼 것이라 예상된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등산 갔다가 벼락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기예보야 늘 확률에 의지하기 때문에 믿지 못할 것이고,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늘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불분명하지만 내 기억하기로는 당시 천둥벼락은 예보에 없었다. 산행한 사람들도 그냥 잠시 지나는 구름 내리는 비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는 엄청났다. 산에서 벼락을 맞을 것이란 생각, 누가 했을까. 분명 산에서 벼락 맞아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왔다는 것, 그것을 지난해 사고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등산 구급법>은 그러한, 우리의 무지로 인해 생길 재난 들을 대비하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단박에 다 기억하고 체득할 수야 없으니, 그래서 소장이 용이하도록 가볍게 제작이 되었고, 휴대하다가 표지가 찢길 수도 있으니 단단한 겉표지를 배려하고 있다. 표지는 내구성이 좋고 속지는 가볍고 얇다. 등산 구급법이 목차대로 두 쪽 지면에 수록되어 있고 각 쪽에는 다단구성으로 서술, 해서 적은 지면에 많은 내용이 그림과 도표 등과 함께 어울려 읽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사고는 잦지 않다. 다만 단 한 번 사고로 우리는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잦다. 누구도 자신의 앞날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먹고 있는 사탕이 기도를 막아서 숨이 막힌다면, 그리고 5분 동안 질식 상태로 있게 된다면. 3분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도 전신에 마비가 생기고 5분을 넘기면 숨이 끊긴다. 한데 우리는 단순 기도 막힘 상황에 대처할 방법, 정말 단순한데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는 만큼 삶을 누린다고 한다. 적십자 심폐소생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은 '사고에 둔감한 일상'에 경각심을 주었다. <등산 구급법>은 심폐소생술을 배운 뒤에 읽었기 때문에 읽기는 수월했지만 과연 내가 사고 상황에 이처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불안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펼치고, 늘 가방에 휴대해야 옳지 않을까.
사고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다. 하지만 하루이틀 일상에 쫓기다 보면 또 무뎌질 것이다. 플라스틱 물병에도 죽음이 깃들이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다. 등산 좋아하던 때에 이 책을 읽었다면, 다행히 등산으로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참으로 유용했으리라. 게다가 한참 열심히 밑줄도 긋고 중얼거리면서 외우는 성의까지 보이지 않았을까, 막연히 상상해본다. 시간 허락하는 날 산행을 계획해야겠다. 물론 <등산 구급법>은 계속 열심히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