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마셜 지음, 유향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성찰. 통찰이 <그래도 계속 가라>에 들어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사고를 서구적 시각에서 살피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래도 계속 가라> 제목에서부터 나는 느낀다. 희망서가 아닐까. 읽는다. 희망서였다. 삶과 죽음,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책 전반에 가득 들어차 있다. 무엇을 느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장담할 수 없다. 단언해서는 안 될 문제, 인간 평생의 화두가 삶과 죽음이 아닐까. 나이 몇 안 되지만 살수록 삶은 극단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계속 가라>는 내가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 그러나 '그래도' 삶이란 그것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어조는 덤덤하지만, 안타까워하지는 않는 느낌이 든다. 심리 상담자의 자세처럼 <그래도 계속 가라>는 '괜찮다, 괜찮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심도 있는 명상을 하고 난 뒤, 계획적으로 단식을 한 뒤에 느끼는 그 느낌. 정화된 듯하다. 그러나 사람은 유리병과 같아서 가라앉은 침전물은 병을 흔들면 곧 어수선, 당혹해하게 마련인 듯 싶다. 하지만 얼마나 많이, 자주 정화를 경험했느냐에 따라 내성이 강화되고, 다음번의 당혹감, 외적 자극은 이전과는 달리 견디기가 조금은 수월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 가라>를 읽기 전 나는 아프리카인이 쓴 <은총>을 읽었다. 그리고 <은총>을 읽기 전 <동학> 관련 책을 2007년 통째로 채우고 있었다. 물론 깊이 있는 책읽기가 아니라 훑어 있기 지나보기로 그 책들을 접했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라, 하면 꿀먹은 벙어리,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미는 희한한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 나이다. 웅얼웅얼, 그러나 느낌만은 허위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듯, 자신한다. <그래도 계속 가라>는 그렇게 사람과 가까운, 자연과 가까운, 공동체 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책이다. 이러한 책은 달리 갈래를 나눌 수 없다. 잠언서이기도, 명상서이기도, 자기계발서이기도, 문장 아름다운 문학책일 수도 있다. 결국 '삶'을 다루는 책은 딱히 갈래를 구분해서 이렇다 저렇다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듯하다. <그래도 계속 가라>는 현실과 가까이 서 있는, 우리의 맨몸을 담아내는 욕실의 거울과도 같다.

 

     <그래도 계속 가라>는 이야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아버지를 읽은 '나(제레미)'와 아들을 잃은 할아버와의 대화체로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그들이 경험한 죽음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할아버지는 '늙은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아메라카 원주민들의 이름 붙이기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익숙한 그들의 이름. 반갑다. 사람의 자기상 그대로를 풀어 말하는 것은 비경제적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인간적이고, 자연과 가까운 것은 아닐까. 그럴 것이다. 마음 답답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견뎌야 할 때, 아니 그런 때를 대비해서 <그래도 계속 가라>를 읽어두는 것은 약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계속 가라>를 읽는 첫번째 이유는 그렇게 이기적이다. 그러나 삶을 느끼는 자세를 학습하는 것으로,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배우는 것, 그것이 <그래도 계속 가라>의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첫번째와는 달리 이기적이하는 혐의, 비판에서는 다소 피하겠지만, 집단이기주의라 몰아대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 가라>는 그렇게 이전에 읽어온 책들의 연장선상에 있고, 나는 계속해서 이러한 책을 찾아 읽을 것이다. 아직도 나는 왜 내가 사는가에 대해서,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다만 다행히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는 것 그 과정의 연속에 고마워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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