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게도 나는 이 책 제목을 서평 남기는 순간까지 기억해내지 못한다. 트... 트... 트랜스? 뭐지 뭐지 하면서 다시 책표지를 살피는 난감함. 읽고 있는 책이 뭐고, 물으면 나는 눈만 슴벅거린다. 특화상품에 관한 내용인데 정말 재미있다. 짤막하게 2장 안쪽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기발한 상품, 아이디어 상품들인데 읽어보라... 니도 좋아라 할거다... " 그러면 묻는다, 그 책 제목이 뭐냐고.... 나는 눈만 끔벅인다. 이 책 제목은... 쉽지만 왜 나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단박에 말하지 못하는 걸까. 너무 많은 제품들에 치여서일까 아니면 부주의한 정신세계의 발랄한 저항일지도.
'단지 트렌드를 아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 내일의 금맥이 될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아라!'
아니 나는 금맥까지 찾을 생각은 없다. 그냥 읽어본다. 실로 대단한 생각들이 백주대낮에 실체를 이미 실체를 드러냈다는 사실을 <트렌드 인 비즈니스>(이하 <트렌드>)에서 만나게 되었다.
당신은 '술집'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 그간 술집이 향락과 퇴폐의 온상처럼 여겨져도 상관없었다.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겐 작은 일탈이 필요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이 바로 술집이니까. (...) 오늘날 일탈은 더 이상 '규범에서 엇나가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 요즘 사람들은 소비활동이 소비만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 돈은 돈대로 쓰고 건강은 건강대로 잃는, 잘못된 음주문화가 외면당하는 이유다. (...)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 (도네이션 바/ 15~17쪽)
이바지,라는 말이 있다. 도움이 되게 함/ 힘들여 음식을 보내줌/ 물건을 갖추어 바라지함, 이라는 뜻이다. <트렌드>는 그러한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윤창출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적 논리에서 서술되고 있는 듯하지만 기발한 상품의 중심에는 사람이 서 있다.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그 음식을 '이바지'라고 한다. 공명심이 아니다. 실제로 함께 나누는 데에서 우리는 기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트렌드>를 다른 이름으로 제목을 붙여라, 명하면 나는 <이바지>라고 할 것이다.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된 <트렌드>는 사고의 전환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환경(2장 밀려오는 물결을 타라), 상품의 가치(3장 자유를 팔아라), 상품의 의미(4장 휴먼에 집중하라), 다각화(5장 커뮤니티도 비즈니스다), 자연친화(6장 환경과 손잡아라), 판매 방법(7장 개인을 모니터하라)로 짜임새를 잡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이바지'가 있다는 것은 누구도 그르다,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각각의 상품들, 아 나도 이런 생각은 했는데 이마를 탁 치게 되는 아쉬움도 느낄 수 있고,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이런 상품이 벌써 시판되고 있구나 감탄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감탄보다 더 앞서야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고대 원시사회의 습성이 그대로 고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가 이럴수가, 이럴수가 혀를 차면서 목격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고도사회가 되더라도 그런 한탄은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틀 속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트렌드>는 다양한 상품 속에서 그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소의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50%나 된다. 목장의 소에 '방귀세'를 부과하는 입법까지 추진됐을 정도다.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됐지만 말이다. (방귀세/ 245쪽)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생각나는 구절도 <트렌드> 곳곳에서 읽힌다. 기가 막히다. 어처구니 없어 터져 나오는 웃음도 있지만 <트렌드>는 그것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묻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