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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걷다 - 비즈니스 정글을 정복한 호랑이들의 성공 법칙
프랭크 퍼니스 지음, 이정혜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총 223쪽 )
호랑이는 맹수다. 같은 호랑이끼리도 함께 걷지 않는, 독단자의 습성을 지닌 영물이다. 백 년 전 우리 문화에서는 호랑이를 신격화하기도, 아예 땅에 자빠뜨려 매치기도 하고 그렇게 일상에서는 친숙한 존재가 호랑이였다. 지금은 동물원 철창에 갇혀 사람 구경만 하는 녀석들, 그 호랑이가 맹수집단 경제계에서 다시 발견되고 있다. 그런 내용이 <호랑이와 걷다>이라고 하면 사기친다고 뭐라 할 것이다. 하지만 비슷하다. 우리가 아는 호랑이는 단순히 맹수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조선 사람들이 나약하고 지레 겁 먹어 호랑이를 신격화, 또는 친숙하게 여겼다고들 한다. 한마디로 알아서 기었다는 소리다.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지. 목숨이 중요하지... 이승의 똥밭에 구르는 것을 택하겠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전적으로 동감하지 못한다. 호랑이를 대하던 우리 선조의 생각은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포획의 대상으로 숨통을 끊어야 속이 후련한 서양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자연의 수확이 아니라 경쟁, 당신이 밟지 않으면 내가 밟힌다는 생각은 시멘트 수풀에 밀도 있는 먼지층을 더해준다. 그래서 나는 우리 선조를 존경하고, 동경하고, 기분이 좋다. 간밤에 호랑이 꿈을 꾸었으니, 우리 조상들의 마음씀이 얼마나 포근한지요. 다시금 느낀다.
자기계발서를 읽고는 이런 황당무계, 장광설을 펼치나. 그러나 <호랑이와 걷다>는 그러한 맥락에서 읽는다면 실업분야 권위자, 성공인들에게 호랑이라 이름을 하였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자기계발서에서는 호랑이(CEO)를 단순히 맹수, 즉 인력, 인간을 절대권력으로 채용, 토사구팽으로 인간을 도구로 보지 않는다. 진정한 CEO의 자격조건이라 할까.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간혹 난감한 일들을 겪는다. 시장통에서도 그렇고 시외버스 터미널, 역 광장 주변에서 겪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손님을 돈으로만 여긴다. 다시 오지도 않을 사람들, 잘해줘서 무슨 소용이냐. 불친절을 상덕(商德)으로 체득한 그들의 앞날은 뻔하다. 물론 장사 밑천을 완전 말아먹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시선은 당장 현실에만 고착되어 멀리 내일을 내다보지 못한다. CEO, 호랑이는 당연 우리가 바라는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고 애쓰라 (201쪽)
눈이 있어 보되 제대로 못 보는 사람. 누구라 할 것 없이 제대로 보고, 본 바를 배워 몸에 익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엄청난 주의집중과 참을성, 견딜성이 필요하다. 사람은 제 뜻대로 잘 안되면 울뚝밸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기자 들어엎어버리는 불뚝성을 잠시 누르고 사람을 보면 그에게서 미처 보지 못한 배울점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배움에는 집중력(자각)이 우선됨은 물론이다. <호랑이와 걷다>에서 무엇을 배우려 하는지, 그리고 또 무엇 때문에 이 책을 읽으려 했는지 명심해야 한다. 멋진 책표지를 바르게 넘기면서 책읽는 이유를 순간 잊고 언급되는 사례에 정신을 놓으면 <호랑이와 걷다>의 좋은 점을 놓치기 십상이다. 나는 아무래도 <호랑이와 걷다>를 읽으면서 종종 삼천포로 빠졌다가 돌아오고 또 길을 읽고 했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호랑이가 되려다 호랑이 밥이 되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충고를 미리 해주고 싶다. <호랑이와 걷다>에서 언급되는 많은 이야기들은 성공사례이다. 아이의 성장, 다른 사람의 성공기는 읽는이에게 재미를 준다. 일차적인 재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읽는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업에 재능이 있어서 미다스 왕처럼 하는 일마다 성공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부 자체를 창조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셈인데, 이들은 손 대는 일마다 휘황찬란하게 빛낸다. 이들에게 사업은 기쁨이며, 그 기쁨을 기꺼이 사회 전체와 나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호랑이라고 부른다. (들어가는 말/ 9쪽)
글쓴이는 호랑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부 자체를 창조'하는 것과 '사회 전체와 나눈다' 어느 문구에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 읽는이는 다른 시야를 맛볼 것이다. 앞서 언급한 터미널 식당주인은 아무래도 '부 자체를 창조'하는, 그러나 제 살 깎아 배불리는 부라고 부르고 싶다. '기꺼이 사회 전체와 나눈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CEO가 아닐까. 내가 잘해서 내가 번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한 고집스런 생각에는 여백이 없다.
나는 사무실의호랑이들을 몇 년 동안 관찰하면서, 비즈니스 세계의 호랑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 이 책은 조사의 결과물이다. 내가 발견한 호랑이들의 모든것을 이 책에 요약했다. 무엇이 그들을 비범하게 만드는가? (...)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특성들을 공식화해놓은 것일 뿐이다. 이 책의 도움으로 빠른 속도로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성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적어도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말/ 10~ 11쪽]
<호랑이와 걷다>는 즉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풍부한 사례들 뒤따라 정리를 해두고 있다. 이 정리들, 요약편들만으로도 <호랑이와 걷다>가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고, 실천 방향을 얻게 된다. 모두 10개의 대단원으로 이루어진 <호랑이와 걷다>는 실제 행동하고, 사람을 관리하기까지의 전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완독 후 정리편만을 따로 메모해 둘 정도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행동방침은 섬세하다. 게다가 각 단원 들머리에는 유명인?들의 격언, 명언들이 있어서 잠시 잠깐에 지나지 않지만 생각의 시간을 누리게 된다.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지만 돛의 방향은 조종할 수 있다(조나단 스위프트)'. '호랑이'를 곁눈으로 봤다고 우리가 호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혹 능력 있고 천부의 기회를 억지스럽게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정말 호랑이처럼 될 수도 있겠지만 진짜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호랑이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람됨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호랑이와 걷다>에서 제공하는 많은 행동지침,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는 진정한 '호랑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왜 큰 돈을 벌고 싶어하는지, 주머니가 크고 통이 커서 욕심을 채우려는 심산이라면 이 시대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 우리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