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우리는 그를 시인이라 부른다. 산문집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는 도종환 시인이 오랜 침묵을 깨고 4년만에 낸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작년 나는 도종환 시인의 시집 몇 권을 얻어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는 오랜만에 도종환 시인의 글을 만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작년 책읽기의 연장선에서 읽게 되었다는 편이 옳을 성싶다. 그럼에도 반가웠다. 더욱이 여태 도종환 시인의 시집만 몇 권 읽은 터이기 때문에 산문집은 더없이 값지다. 산문이야말로 글쓴이의 일상사를 진솔하게 엿볼 수 있고 더 나아가 그의 작품까지 다시금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기쁘게 이 책을 읽었나 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는 책이름에서부터 큰 상징성이 있지 않을까, 시인의 산문집, 도종환 시인이 제목 선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까 지레짐작으로 제목이 갖는 상징성을 책 읽는 내도록 생각을 했다. 물론 책 읽다가 곧잘 잊기도 했다. 어쨌든 숲은, 이 책에서 서술되는 내용에 미루어보건대 숲의 대립항은 도시, 경쟁사회이다. 현대사회는 도시 아니라 농산어촌까지 경쟁으로 덧칠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도시의 대립항으로 '숲'을 그리고 있다. 황토로 지은 산방에서 생활하면서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동안을 시인 특유의 미려한 문장으로 그려보이고 있다. 문장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문장보다 시인의 시선이 따습다. 이는 시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대문일 것이라 여긴다.
최근 농산어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도피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도시에서 막강한 재력을 지닌, 또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굳건한 지위를 차지하신 분님들이다. 십여 년 전이라면 옳다꾸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달리보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자연으로 돌아간 분들이 아니라 그들을 비난하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자연에서의 생활에 겁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나도 땅을 일구며 바람을 맞으며 살 자신이 없다. 잠깐 다녀오는 것, 여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진정 도피라 비난을 받아야 할 인물을 잠시잠깐 자연으로 갔다가 쓰레기만 부려놓고 못 살겠네, 궁시렁대며 돌아오는 '나'같은 사람이 아닐까. 사람이 싫어 사람을 떠난다고 '자연 본연으로 돌아간 분들'을 욕하는 것은 진정 그들의 참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도종환 시인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흙을 노래하고, 그 숲을 살고 있는 만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사람을 뜻하고 있다. 뜰에 앉은 새와 눈을 마주치며 도종환 시인은 말한다. "사람의 눈동자가 자기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걸 다른 새들에게도 이야기해주기를 바라며"(111쪽) 새가 날아간 투명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 문장은 기실 사람에게 하는 따끔한 충고라 읽힌다. 산방에 사는 도종환 시인, 우리는 사람을 떠나 자연만물과의 교감으로 그가 살아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산속의 생활, 그것 역시 끊임없이 사람들과의 관계로 채워진다는 것을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를 만나는 동안 깨닫게 된다. 도종환 시인이 숲으로 간 것은 사람을 더 깊이 껴안기 위함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은 자연 예찬의 문장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종환 시인의 인생관, 세계관, 생명 사상까지 다양한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산문집이다. 시인이 쓰고 묶었지만 지나치게 비약되거나 미사여구로 채우지 않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책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그대'는 누구이고, '숲'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또 무엇이냐, 왜 '오라' 하는가에 대해서는 우선 묻지 말고 그저 글쓴이 도종환 시인이 펼치는 글줄을 무심히 읽어보자. 그러면 도종환 시인이 "청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한 뜻을, 정말 책을 읽는 동안 "청안"함을 느끼게 된다. 토막토막 읽고 다시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고 그리고 읽었으니 또 글줄로 흔적을 남긴다.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은 내가 갖고 선물로 한 권 드릴까 해서 주문한 책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내 유년으로 끌어가주고, 청년기를 회상하게 하며 그리고 지금 모래사막 같은 사회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저도 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긴 말줄임표를 새긴다.
잘 익은 것들의 빛깔 (...) 우리는 그런 것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갑니다. (...) 자연 속에서 드러나는 얼굴빛과 표정 그리고 눈빛과 행동거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익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잘 익은 빛깔/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