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2007.10
대한황토협회 엮음 / 대한황토협회(잡지)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총 80쪽)

 

 

 





가 닿을 수 없는 것은 언제나 풍경으로 늙어간다

(한려수도 외딴섬 오곡도에 홀로 사시는 꼬부랑 할머니, p. 42)


 

   문화지 <황토>의 두 번째이야기이다. 생명과 어울림, 모듬살이를 주제로 하고 씌어진 문화지 <황토>.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강한 시적 감수성이 자주 눈에 띈다. 자연예찬, 삶에 경외심을 드러내는 표현에 본디 글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수록 글 가운데 '바람의 기항지 변산반도(p. 32)'에서는 유독 미려한 글귀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사진보다 아름다운 글편들이 <황토> 두 번째 이야기에 들어찼다.


 

해안의 절벽은 바닷물에 침식되어 수만 권의 책을 쌓아올린 모습으로 남아 있고

가만히 보면 채석강은 바다와 내륙이 은밀히 밀어를 즐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두처럼 상처받은 마음이 있다면

평생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의 경계를 넘어 삶 그자체가 실존이고 행복일 뿐이다.

부지런한 염부는 그래서 한낮의 태양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는 천년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아 왔겠는가.





 

 

   '바람의 기항지 변산반도'는 옛시조가 그렇듯 전경후정의 방식으로 글을 풀어내고 있다. 기행글이다. 변산반도 기행에 필요한 지역을 간략하게 서술하고 감수성 짙은 문장, 최루탄처럼 번져 있다. 매캐하다. 변산반도 가면 다시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 내소사 가는 길이 어디쯤인지 정보도 챙겨들고 가야겠다.

 


가 닿을 수 없는 것은 언제나 풍경으로 늙어간다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화석이 되고 만다. 풍경으로 늙어간다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 오래 생각하게 된다. <황토>의 의미를 진중하게 살펴보아야겠다. 바위가 흙이 되는, 고운 숨결 황토. 아주 먼 길을 단시간에 떠났다가 돌아온 느낌이 든다. 현무암이 많았던 철원 군복무지, 당시에는 그 시커먼 돌이 현무암인지 몰랐으나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낯선 돌이, 지금은 희석된 기억의 그 돌이 현무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풍경으로 늙더라도 가고자 하는 마음까지 접지는 말자. <황토>에서는 많은 곳을 떠나고 있다. 그 종착점, 목적지는 사람이 있는 곳이다. 땅의 사람들. <황토>는 그들을 만나러 가는 오솔길이다. 멀리서 바람이 불어온다. 솔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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