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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대니얼 고틀립 (씀)/ 이문재, 박명희 (옮김)
(문학동네, 2007, 총 254쪽)
샘에게 보내는 편지
서른셋에 교통사고로 '대니얼 고틀립' 글쓴이는 전신마비를 앓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손자 샘은 자폐증을. 글쓴이는 세 번 크게 가슴으로 울었다. 전신마비인 자신을 돌본 딸이 자폐증을 앓는 손자를 키우게 된 데에 대해서, 그리고 자폐증을 앓으며 살아가는 손자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심하게 가슴앓이 한 사람은 세상을 넓게 볼 안목을 지니게 되는 걸까. 샘에게 보내는 서른 편의 편지는 한마디로 눈물겹다. 추천사의 내로라하는 위인들의 말한마디보다 이 책에 수록된 문장 하나하나가 눈물이라 하면 과장일까.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는 가슴 뜨거운 사람의 한숨이라 하면 허튼소리에 지나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장담한다.
글쓴이는 심리학자이다. 그러니 임상전문의, 가족문제치료전문가인 것은 교육과정의 수순을 잘 밟아 낸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서른셋에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절망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휠체어에 의지한 삶이 낮은 곳을 볼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켰다. 나는 글쓴이 대니얼 고틀립을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 영웅은 혁명가보다는 대니얼 고틀립과 같은 사람에게 더 적합한 명칭이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손자 샘에게 전하는 말로써 씌어져 있다. 샘이 겪어야 할 편견과 좌절등을 두루 다루며 친절한 어조로 어떻게 세파를 헤쳐나갈지, 상세히 적고 있다. 실제 심리상담, 라디오 WHYY에서의 전화상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리'에서 칼럼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받은 편지 등 글쓴이가 겪은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고찰과 심도 있는 인간관, 세계관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심리상담을 하기 때문인지 그의 비유는 현실성 짙고, 문화가 다소 다른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샘에게 보내는 서른 편의 편지 가운데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한번은 생각해볼, 생각해야 할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샘은 글쓴이의 손자이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에 서른 편의 편지가 갖는 설득력은 실로 엄청나다. 그 가운데에서도, 너무나도 익히 알고 있는 '상처'가 아무는 과정('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네 안에 있다' p. 208)은 적어도 나에게는 유난히 가깝게 느껴진다.
"모든 아픔은 과거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상처는 그 자체의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아무는 것이다. (...) 상처는 원래 스스로 아물게 되어 있다. 우리의 허기진 자아가' 고통아, 이제 그만 사라질 때도 되었잖니'하고 재촉하지만 않으면된다. 고통은 지나가는 것이라고 믿기만 하면 된다. 고통도 감정이다. 어떤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법이다. (p.211)"
글쓴이는 '자폐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폐증은 다른 사람과 만나고 친해지고 사랑할 기회를 빼앗는 도둑(p.33)'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Andrew Lloyd Webber)는 격언을 통해서, 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그리고 이 논거를 확장하여 '사람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데 들려주고 있다. 나 역시 '자폐증'이다. 소통의 불능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