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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꼭 알아야 할 101가지
시드니 J. 스미스 지음, 나선숙 옮김 / 큰나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시드니 J. 스미스 (지음)/ 나선숙 (옮김)
(큰나무, 2007, 총248쪽)
결혼 전에 알아야 할 101가지
함께 산다는 것은 생활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극한 이해 없이는 그 생활이 순탄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모한 기대이다. 자취하면서 잠시 동거(?)를 했었다. 학교 후배녀석이었는데 동거 3개월은 그냥 술자리에서 잠시 죽이 잘 맞아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악몽이었다. 아, 정말 악몽,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예삿일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에 가졌던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망상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그것은 혁명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후로는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쓰는 것에 대해서 신중하고자 매사에 주의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의 참혹한 기억에 시달렸다. ^^;;
"결혼 전에 알아야 할 101가지"는 현실적인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MUST HAVE"를 각 질문과 본문 아래에 배치함으로써 다시금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미래에 대한 질문(기대)/ 가정환경(가족력)/ 재혼/ 대화방법/ 취향, 성격/ 가치관, 윤리의식/ 일, 직업/ 사랑과 성(SEX)/ 돈, 경제력/ 자녀문제/ 종교문제/ 가족, 친구/ 취미생활/ 습관. 크게 이러한 내용들을 분류하고 각 장에서는 세부적인 이야기,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사항들에 대해서 삽화 형식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삽화 형식을 빌려 쓴 글이라 해서 결코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간단명료한 글로써 독자가 깊은 사고를 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옳을 성 싶다.
각 장의 머리에는 인용글과 함께 내용을 요약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 목소리에는 잘 살아달라,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결혼은 환상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뿌리는 둔 설렘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 가정의 평화가 사회 전체, 나아가서는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거창한 말은 말자. 하지만 우리가, 내가 편안할 때에 바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휴식처가 되는 가정이 마치 사타구니에 가시가 박힌 속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한 상황이라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신중하라. 그리고 상대를 인정할 줄 아는 다원적 사고를 지녀라. "결혼 전에 알아야 할 101가지"는 그렇게 강조한다.
결혼가정을 보면 참으로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부부도 많지만, 하루하루가 지옥인, 어떤 경우에는 지옥을 즐기는 듯 다툼이 끊이지 않는 가정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결혼하면서 상상하지 않았을까. 지금 혼자일 때는 힘들지만 내 너와 함께라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부푼 생각들에 설레며 예식장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상상일 수 없다. 지금 '나'는 '나'의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지만 무지하지는 않다. 그것을 상대에게 숨기면서, 그것은 사기다. 사기를 치면서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까지 함께 나락을 고꾸라지기를 선택하겠느냐, 아니면 진정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가정을 꾸리겠느냐의 질문을 "결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101가지"는 101가지, 그 이상의 질문으로 거듭거듭 묻고 있다.
결혼을 하면서 사기치지 말자. 당사자 부부뿐 아니라 태어날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죄악인가. 잊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