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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상
윤정모 / 한길사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윤정모
(한길사, 1996)
나비의 꿈 (전2권)
"윤정모는 96년 봄 우리 가슴속에 그립고도 슬프게 각인된 윤이상의 삶을 안고 다시 돌아왔다"
소설가 윤정모 님의 이름자를 거론하면 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이 "고삐"를 떠올리실 겁니다. <나비의 꿈>은 윤정모 님의 대표작 "고삐"와 같은 선상에서 읽힙니다. 저는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그래서 소설 <나비의 꿈>을 읽기를 이번이 세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정부에서 그의 소설을 판금조치한 것에 대해서도, 그 전말에 대해서도 굳이 알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독서로 <나비의 꿈>은 거대권력집단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 한 개인의 인권이 처참히 무시당하고, 핍박을 받는 모습을 문학적으로, 소설의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나비의 꿈>으로 이해합니다.
<나비의 꿈>은 윤이상 작곡가의 일대기를 다루는 방식으로 전기체 소설입니다. 그의 생몰을 다루면서 그와 연관된 인물들, 가까이는 가족과 멀리는 우리 민족 전체. 윤이상 작곡가가 바라던 음악적 세계에 대해서 소설의 양식을 빌어 역전적 구성으로 씌어졌습니다. 소설가 윤정모 님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하듯, 그리고 현대소설의 양식이 그러하듯 <나비의 꿈> 역시 역전적 구성방식으로 총 2권에 나뉘어 집필되었습니다. 소설 이외에 윤정모 님의 글을 대하지 못한 터라 소설가 윤정모 님의 문체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지 못합니다. 다만 그의 소설 몇 권을 읽었을 따름입니다. 단지 억압받는 소수를 대변하는 그의 글에 경외심을 가질 뿐입니다.
작곡가 윤이상 선생을 알고자 하는 분께, 윤이상 입문서로서 유익하게 학습될 만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 덕분에 저는 윤이상 선생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평전<윤이상, 경계선상의 음악>을 읽고 있습니다. <나비의 꿈>이 윤이상 선생의 삶을 극적으로 표현한 반면 <윤이상, 경계선상의 음악>은 논문형식으로 선생의 음악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과 논문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책 간의 비교는 불필요합니다. 인간 윤이상 선생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나비의 꿈>은 좋은 읽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술수에 휩쓸려 불운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을 걱정한 우리 동포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남한 사회에서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을 정권이 교체되기 전 동백림 사건의 주모자, 간첩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치자의 정권 유지를 위해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 지금 우리는 그들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서 또다른 윤이상 선생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