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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에밀 아자르 씀(1975) / 용경식 옮김 (문학동네, 2006)
자기 앞의 생
<자기 앞의 생>은 모하메드, 아랍계 프랑스인 소년에 의해서 서술됩니다. 그러나 서술자는 모하메드, 모모이면서도 모모가 아닙니다. 즉 14세로 10세를 살던 모모가 아니라 그보다 더 훗날에 모모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방식의 소설이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익살과 해학, 풍자가 서술자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고, 씁쓸하한 웃음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나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피식 웃게 됩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안타까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모의 의식을 따라서 이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웃음이, 때때로 안타까운 연민이 생깁니다. 읽을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서술자의 역할의 중요함 <자기 앞의 생>의 큰 특징입니다.
소설 전면에 등장하는 서술자 모모는 10세이며 14세이지만, 서술자 모모는 그보다 더 연령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하메드, 모모의 회고체, 고백체로 씌어진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이 적지 않다는 데에 이 소설의 가치가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슬픕니다.
이야기 얼개는 아랍인 모하메드(모모)가 유태인 로라 할머니에 의해서 길러지는 과정입니다.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로라를 아주머니라고 부릅니다. 문학작품에서 존칭의 중요성은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모모에게 로라는 할머니가 아니라 아주머니입니다. 로라는 모모에게 양육자로서의 어머니를 기대하지만 모모는 의식적으로 철저히 거부합니다. 95킬로의 몸무게를 지닌 롤라는 소멸을 앞두고 정신을 가끔 놓는 상태에까지 가지만 그는 여전히 여성성을 부여잡고 삶을 지속해나갑니다. 그러한 로라를 모모는 끝까지 지켜냅니다. 그가 바라는 것을 해주는 모모의 행태는 장하고, 그래서 위태합니다. 그가 하는 일은 로라의 문제 근본까지 해결할 수 없는 것. 모든 인간의 숙명을 앞에 두고 모모는 열심을 다했습니다.
서사의 큰 얼개는 로라와 모모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모모를 로라에게 맡긴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의 이야기. 로라와 이름이 비슷한 롤라의 이야기. 이 소설의 근간은 소외이면서, 나눔입니다. 없는 자들의 따뜻한 나눔이 모모의 자괴감 섞인 어조, 덤덤한 어조를 통해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로라의 죽음을 앞두고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그 속에는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증이 묻어 있습니다.
참 재미있게, 가슴 아프게 읽은 소설입니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합니다. 왜냐, 저는 외국인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따로 이름을 적어두고 책상머리맡에 붙여놓았는데 지금은 집이 아닌 탓에 누가 누구였지, 모릅니다. 그래서 서평이 허접해집니다. 하지만 <자기 앞의 생>은 거대한 운명 앞에 사람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지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엘리베이터가 응당 주어져야 한다.'
라는 내용의 말들을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지급받는 일당이 정당한지. 부족하지 않은지. 손찌검 받는 창녀들의 삶. 사람의 삶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자기 앞의 생>은 강조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대신 모모라는 서술자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점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모와 로라 아주머니. 그들은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습니다. 청춘(개화)을 앞둔 모모, 그리고 소멸을 앞둔 로라아주머니. 그리고 모모의 생각을 서술하는 또다른 모모. 이미 모모는 죽음을 앞둔 처지인지 모릅니다.
'엉덩이로 빌어먹지 마라'
그 말을 당시 모모가 알 수 있었을까. 그러한 상황에서 살고 있었지만, 정확히 알고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서술자는 상당히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그리고 인생에 초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에,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자기 앞의 생>을 감상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 좋은 책 감사합니다.
* 이번 책 역시 책벗에게 얻어 읽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