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남겨진 생이 3일밖에 없다면
구효서 외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구효서 외 17인

(구효서, 김지룡, 김영수, 박기현, 신현림, 이경기, 이기현, 이재운, 이평재, 임동헌, 원재훈, 장우현, 장석주, 정관용, 정우영, 정희성, 황필호, 현길언) 

나에게  남겨진  生이  3일밖에  없다면
(생각하는백성, 2003)

  뭐하겠다는 특정한 생각은 없습니다. 우선은 눈앞이 캄캄하겠죠. 막막하겠죠. 온갖 회한들이 밀려들겠죠. 속으로 비통해하다가 결국에는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살펴보게 될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사흘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마지막,은 사람을 궁지로 내모는 습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은 때때로 앞뒤 생각도 없이 무모해지게도 합니다. 마지막(종말)을 올곧게 대처하지 못해서 때때로 한 존재가 낙락으로까지 몰락해가는 모습을 안쓰럽게 목격하기도 합니다. 


  <나에게 남겨진 生이 3일밖에 없다면>(이하 <3일>)은 3일의 시한부 삶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문학, 비문학에 종사하는 내로라하는 분들이 쓴 짧은 수필을 묶은 책입니다. 형식적으로는 동일 주제를 다른 방면으로 모색하는 형식으로 볼 때 피카레스크식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장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열로써 글쓴이의 감성을 저울질하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여러 관점을 통해 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이점도 있습니다. 

  쉽게 읽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솔직히 읽고 있으면 글쓴이의 문장이나 맞춤법 표기가 안쓰럽기도 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들의 죽음을 고찰하는 모습을 대하게 되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글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내가 하지 못한 생각을 그들의 글에서 만나고 삶에 대한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모든 사람이 죽음을 알고 있지만, 숨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잊고 삽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접하게 될 경우, 그가 자신과 가깝거나 가까웠거나 오랫동안 잊고 지냈거나 그렇지 않았더라도 부음을 전하게 되면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직 살아남아 있는 나에게만은 언제나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지는 죽음에 대해서 <3일>은 말합니다. 우리의 피 속에는 우리 조상의 숨결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조상의 숨결, 그들의 삶이 훈습으로 이어져오는 오늘을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돌아가셨다' 그곳으로 우리도 '돌아갈' 것이다. 

  한민족의 사상을 현세지향적이라고 요약을 하는 책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한 책들을 접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서양종교가 급물을 타고 밀려들었을 때 한민족의 절반 이상이 동학교도였다는 사실은 당시 현세지향적인 우리의 민족성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동학은 현세구복적 신앙입니다. 지금에서야 어떻게 굴절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게으른 탓에 면밀히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그 뜻에 있어서만은 어렴풋이 보게 됩니다. <3일>의 내용도 남은 며칠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서술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한부로 제시된 사흘이 끝이 아니라는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책이 <3일>입니다. 

  <3일>을 사흘도 안 되어 다 읽고는 남은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는 지금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글쓴이 여럿인 책을 읽을 때는 각기 다른 서술 - 문체와 주제를 다루는 표현방식에 곧잘 맥을 끊기게 되는 단점이 있지만 <3일>은 기갈 든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만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마음이 한 자리 못 앉아(박재삼 시인의 행^^;;- 요즘 자주 인용하게 되는군요 )' 있을 때 읽어 보시면 좋을 것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어느 지루한 날을 위한 준비로 이 책 <3일>을 권하고 싶습니다. 가볍게 읽고 진중하게 생각해보실 수 있는 책이 <3일>입니다. 도서관 한켠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책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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