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맙다 - 내게 주는 선물... 33가지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세계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만나자고 만나자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다가

이번에 정말로 약속을 정하고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대학로 하이퍼텍나다 영화관에서 <프로듀서스>를 봤다.

그 친구가 자기가 꼭 하고픈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뭔데?"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앉아있는거야."

"제작진 다 나오는 거 보고 있자고?"

"응.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고 싶어."

 

그래. 좋다. 까짓거 5분이면 되는데 내가 니 소원도 못 들어주랴---영화가 끝이 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고 우리는 엔딩테마 곡을 들으며 계속 앉아있었다.

그건 솔직히 조금 색다른 기분이었다.

굉장히 사소한 일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엔딩 크레딧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을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배려같기도 했고,

먼저 나가는 사람보다 내가 더 '영화'적이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허영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프로듀서스>는 엔딩 크레딧 다음에도 감독의 깜짝 재치가 독보였지만. 모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서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선물 받은 게 바로 이 [나에게 고맙다].

친구는 서점에서 읽다가 맘에 들었다며 나에게 선물했다.

책 안에 나오는 "영화 엔딩이 다 끝날 때까지 앉아 있기"를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작은 휴식 같은 책이라며 내게 건넸다.

평범함 속으로 빠져드는 걸 방지하는 버팀대가 될 것이라고.

 

그래. 고마워.

친구에게, 그리고 25년간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

독특한 느낌의 그림과 짤막짤막하지만 가슴에 깊은 여운을 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여운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짧은 지침들.

'내게 주는 선물 33가지'이니까

대략 한달에 3번씩 나에게 무언가를 선물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잘 하고 있다고, 토닥토닥 ,

어설프고 좌충우돌에 어이없는 실수의 연속인 아직은 서툴기만한 20대이지만

나를 사랑하고 있고,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 참 많은 내가

아주 고맙다고,

 

봄의 초입에서 마음을 따땃하게 하는 허브티가 생각나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SO HAPP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당신들의 지긋지긋한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하노라,그래서 나는 죽는다, 라고

 동반자살자 중 한 명이 이야기했다.

나는 당신들의 지긋지긋한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하노라,라고

화탁의 구성원도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살기 위해.

-134p

 

 "이제 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내가 물었다.

 "아니"

 전혀 놀랍지 않았다. 마음을 연다고 비애가 사라진다는 말을 나는 전혀 믿지 않는다.

단지 슬픔과 비애의 일부만이 타인에게 퍼져나갈 뿐이다.

-311p

 

....나는 역겨움을 느꼈다. 나를 비롯해서 그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누군가의 사적인 괴로움을 보아야 했긴 때문이고, 거기서 발가벗겨진 것은 한 사람의 몸 이상이었던 것이다..

(페이지 까묵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두개골의 서>를 읽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는 광고문구에 끌렸을 게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멘트였던 느낌이 든다.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의 여운이 남아있었고

미야자키 스튜디오에서 <어스시의 전설>이 나왔을 즈음이었다.

 장르문학인지 주류문학인지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왜 그렇게 굳이 구분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었다.

끝 부분이 허무한 것이 여운이 더 남았다.

 

일라이, 네드, 티모시, 올리버

이렇게 같은 방을 쓰는 네 명의 성격, 성향 다른 대학생들이 "영생의 삶"을 얻기 위해 애리조나로 가는 이야기. 고대문자를 공부하는 일라이가 우연히 발견한 "두개골의 서"이야길 듣고 그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거기에 쓰여진 내용대로 두 명은 죽고, 두 명은 영원을 얻는다.

 

영원을 얻는다는 내용보다 후반부에 영생을 얻기 위해 그들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자신의 가장 추악했던 과거에 직대면해야 한다"

각기 돌아가면서 친구에게 자신이 감추고 싶었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죽을때까지 비밀로 감추어야 하는 그런 이야기를. 그걸 듣는 사람은 또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A는 B에게,

B는 C에게,

C는 D에게,

D는 다시 A에게.

 

나의 추악한 모습-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일려나? 인간으로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고통을 짊어진다.

 

마음을 연다고 비애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그 슬픔과 비애의 일부가 퍼져나갈 뿐이다....라니.

 

결국 비밀 이야기가 빌미가 되어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머지 두 사람은 영생을 얻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아무도 살아보지 않았으니 정말 영생인지는 가봐야 알겠지.다만, 영원한 삶을 얻는다면 가지고 싶어했던  부와 명예, 지식, 여자 등등과는 동떨어진 고요하기 짝이 없는 두개골 사원에서 조용히 영원한 삶과 조우한다.

 

인간이 꿈꾸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에 대해,

혹은 남의 험담을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위해 오늘도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입니다.

 

 

 

느무느무 좋아하는 김형태님.

딱딱 맞는 말만 골라하시고,

그래서 조금은 아프기도 하지만 발전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만들어주셔서 참 좋아한다.

힘이 들 때

김형태의 글을 읽으면 200%쯤 충전이 되는 느낌.

이런 force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4부인 외로움에 관한 것.

당신이 외로운 까닭은,

당신이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밝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 하고, 다른 사람을 웃길 줄 안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모여들 것이라고.

그러니 모든 원인은 당신에게 있다!

 

또, 외로운 시간에

자신을 만들어라.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도, 생각을 하고

자신을 완성하는 시간으로 그 시간을 만들라고.

 

 좋다. 쿠히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99p

 

이 긴장을 즐기느냐, 마지못해 버티느냐가

일류와 삼류를 판가름하는 기준일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자마자

머리 뒤끝에서부터 이상한 전류가 흘러나오고

순식간에 그 전류에 감전되는 편이다.

나는 그 전류를 사랑한다.

빌어먹을, 발뒤꿈치가 저리도록 사랑한다.

-(몇 페이지더라?...ㅡ.ㅡ;;;)

 

내가 말했다. 제법 진지하게. 믿지 않을 걸 알면서

-거짓말

그럴 줄 알았다. 믿지 않을 줄.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진실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심이기는 하다.

-232p

 

어쩌면 만화책을 읽었던 것이 아니라 따분함을 공유하던 시절.

아니면 지루함을 상습복용하던 시절

(이것도 몇 페이지더라?..ㅡ.ㅡ::)

 

 

------------------------------

 

아주 간만에, 아주아주 간만에

한국소설을 손에서 끝까지 놓지 않고 다 읽었다.

잼있다.

김.중.혁.

글 재미나게 쓴다.

동인문학상 후보에 끝까지 올랐던 인물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서점에 갔다가 책을 움켜쥐었다.

원래 무슨무슨 문학상~같은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라는 단편에 나오는

"모든 존재의 목표~" 글을 신문지면에서 보고 반했다.

그 말투에.

 

2000년에 썼다는 중편 [펭귄뉴스]만 빼고

나는 다 맘에 들었다.

[펭귄뉴스]는 비트에 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내가 들었다면 그 비트가 내 몸 속에 녹아들 수 있었겠지만

비트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작가와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가 없었다.

그외의 소설은 모두 다 오케이.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간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멍청한 유비쿼터스

회색 괴물

바나나 주식회사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무용지물 박물관과, 에스키모, 멍청한 유비쿼터스, 사백 미터~를 강추.

아아~~맛나는 파스꾸찌 라떼를 먹으며

일욜날 오후에 아주아주 해피해하며

재미나게 읽었지.

 

개인적으로 정이현 소설보다 100배 더 낫다.

훔치고 싶은 문장과

생소한 소재를 생소하지 않게 풀어내는 힘과

저자 사진과 글과의 언밸런스.

그리고 약간의 냉소와 위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인간적인 갈망과 따스한 눈길

 

대략 그런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회하지는 않으련다. 혼자 금 밖에 남겨진 자의 절박함과 외로움으로 잠간 이성을 잃었었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힌 되고 싶지 않다.

43p

 

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판타지는 금물. 정신 거강에 독이 되리니.

82p

 

안녕, 2005년. 너는 나를 조롱했지만 나의 방식으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잘 가라. 내 서른한 살. 뒤돌아보지 말고.

148p

 

"뭘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겠니?"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286p

 

그때의 나도 내가 아닌 것 같고, 지금 여기 있는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현재는 언제나 부서질 것처럼 허약하다. 소멸해버리고 말 한 순간이라면, 영원히 유한하도록 뼛속에 각인시키고 싶다는 공격적인 욕망이 샘솟는다.

301p

 

반복할 수 없다면 후회하지는 않겠다.

432p

 

 

-------------------

읽는 데 꽤나 오래걸렸다. 소설은 한 번 잡으면 웬만해선 끝을 보는 편인데.

정이현의 지난 소설의 여파가 컸나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쓰지 않는 사람보다는 위대하다고

그러니 평을 하는 사람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기억한다.

내가 정이현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서 일까?

훔치고 싶은 문장들은 몇 개 있었다.

그러나 서사는...오오~서사는.

 

이야기가 꽉꽉 차여져 있는 그런 소설을

왜 이렇게 요즘 한국소설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든걸까?

내가 모르고 잇는 걸까?

 

정이현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혔고, 30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우리 일상을 잘 묘사했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그래 이 느낌, 이 표현이야'라고 무릎을 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SOS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