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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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당신들의 지긋지긋한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하노라,그래서 나는 죽는다, 라고

 동반자살자 중 한 명이 이야기했다.

나는 당신들의 지긋지긋한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하노라,라고

화탁의 구성원도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살기 위해.

-134p

 

 "이제 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내가 물었다.

 "아니"

 전혀 놀랍지 않았다. 마음을 연다고 비애가 사라진다는 말을 나는 전혀 믿지 않는다.

단지 슬픔과 비애의 일부만이 타인에게 퍼져나갈 뿐이다.

-311p

 

....나는 역겨움을 느꼈다. 나를 비롯해서 그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누군가의 사적인 괴로움을 보아야 했긴 때문이고, 거기서 발가벗겨진 것은 한 사람의 몸 이상이었던 것이다..

(페이지 까묵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두개골의 서>를 읽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는 광고문구에 끌렸을 게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멘트였던 느낌이 든다.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의 여운이 남아있었고

미야자키 스튜디오에서 <어스시의 전설>이 나왔을 즈음이었다.

 장르문학인지 주류문학인지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왜 그렇게 굳이 구분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었다.

끝 부분이 허무한 것이 여운이 더 남았다.

 

일라이, 네드, 티모시, 올리버

이렇게 같은 방을 쓰는 네 명의 성격, 성향 다른 대학생들이 "영생의 삶"을 얻기 위해 애리조나로 가는 이야기. 고대문자를 공부하는 일라이가 우연히 발견한 "두개골의 서"이야길 듣고 그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거기에 쓰여진 내용대로 두 명은 죽고, 두 명은 영원을 얻는다.

 

영원을 얻는다는 내용보다 후반부에 영생을 얻기 위해 그들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자신의 가장 추악했던 과거에 직대면해야 한다"

각기 돌아가면서 친구에게 자신이 감추고 싶었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죽을때까지 비밀로 감추어야 하는 그런 이야기를. 그걸 듣는 사람은 또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A는 B에게,

B는 C에게,

C는 D에게,

D는 다시 A에게.

 

나의 추악한 모습-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일려나? 인간으로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고통을 짊어진다.

 

마음을 연다고 비애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그 슬픔과 비애의 일부가 퍼져나갈 뿐이다....라니.

 

결국 비밀 이야기가 빌미가 되어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머지 두 사람은 영생을 얻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아무도 살아보지 않았으니 정말 영생인지는 가봐야 알겠지.다만, 영원한 삶을 얻는다면 가지고 싶어했던  부와 명예, 지식, 여자 등등과는 동떨어진 고요하기 짝이 없는 두개골 사원에서 조용히 영원한 삶과 조우한다.

 

인간이 꿈꾸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에 대해,

혹은 남의 험담을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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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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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위해 오늘도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입니다.

 

 

 

느무느무 좋아하는 김형태님.

딱딱 맞는 말만 골라하시고,

그래서 조금은 아프기도 하지만 발전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만들어주셔서 참 좋아한다.

힘이 들 때

김형태의 글을 읽으면 200%쯤 충전이 되는 느낌.

이런 force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4부인 외로움에 관한 것.

당신이 외로운 까닭은,

당신이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밝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 하고, 다른 사람을 웃길 줄 안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모여들 것이라고.

그러니 모든 원인은 당신에게 있다!

 

또, 외로운 시간에

자신을 만들어라.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도, 생각을 하고

자신을 완성하는 시간으로 그 시간을 만들라고.

 

 좋다. 쿠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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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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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99p

 

이 긴장을 즐기느냐, 마지못해 버티느냐가

일류와 삼류를 판가름하는 기준일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자마자

머리 뒤끝에서부터 이상한 전류가 흘러나오고

순식간에 그 전류에 감전되는 편이다.

나는 그 전류를 사랑한다.

빌어먹을, 발뒤꿈치가 저리도록 사랑한다.

-(몇 페이지더라?...ㅡ.ㅡ;;;)

 

내가 말했다. 제법 진지하게. 믿지 않을 걸 알면서

-거짓말

그럴 줄 알았다. 믿지 않을 줄.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진실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심이기는 하다.

-232p

 

어쩌면 만화책을 읽었던 것이 아니라 따분함을 공유하던 시절.

아니면 지루함을 상습복용하던 시절

(이것도 몇 페이지더라?..ㅡ.ㅡ::)

 

 

------------------------------

 

아주 간만에, 아주아주 간만에

한국소설을 손에서 끝까지 놓지 않고 다 읽었다.

잼있다.

김.중.혁.

글 재미나게 쓴다.

동인문학상 후보에 끝까지 올랐던 인물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서점에 갔다가 책을 움켜쥐었다.

원래 무슨무슨 문학상~같은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라는 단편에 나오는

"모든 존재의 목표~" 글을 신문지면에서 보고 반했다.

그 말투에.

 

2000년에 썼다는 중편 [펭귄뉴스]만 빼고

나는 다 맘에 들었다.

[펭귄뉴스]는 비트에 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내가 들었다면 그 비트가 내 몸 속에 녹아들 수 있었겠지만

비트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작가와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가 없었다.

그외의 소설은 모두 다 오케이.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간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멍청한 유비쿼터스

회색 괴물

바나나 주식회사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무용지물 박물관과, 에스키모, 멍청한 유비쿼터스, 사백 미터~를 강추.

아아~~맛나는 파스꾸찌 라떼를 먹으며

일욜날 오후에 아주아주 해피해하며

재미나게 읽었지.

 

개인적으로 정이현 소설보다 100배 더 낫다.

훔치고 싶은 문장과

생소한 소재를 생소하지 않게 풀어내는 힘과

저자 사진과 글과의 언밸런스.

그리고 약간의 냉소와 위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인간적인 갈망과 따스한 눈길

 

대략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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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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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는 않으련다. 혼자 금 밖에 남겨진 자의 절박함과 외로움으로 잠간 이성을 잃었었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힌 되고 싶지 않다.

43p

 

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판타지는 금물. 정신 거강에 독이 되리니.

82p

 

안녕, 2005년. 너는 나를 조롱했지만 나의 방식으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잘 가라. 내 서른한 살. 뒤돌아보지 말고.

148p

 

"뭘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겠니?"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286p

 

그때의 나도 내가 아닌 것 같고, 지금 여기 있는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현재는 언제나 부서질 것처럼 허약하다. 소멸해버리고 말 한 순간이라면, 영원히 유한하도록 뼛속에 각인시키고 싶다는 공격적인 욕망이 샘솟는다.

301p

 

반복할 수 없다면 후회하지는 않겠다.

4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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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데 꽤나 오래걸렸다. 소설은 한 번 잡으면 웬만해선 끝을 보는 편인데.

정이현의 지난 소설의 여파가 컸나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쓰지 않는 사람보다는 위대하다고

그러니 평을 하는 사람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기억한다.

내가 정이현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서 일까?

훔치고 싶은 문장들은 몇 개 있었다.

그러나 서사는...오오~서사는.

 

이야기가 꽉꽉 차여져 있는 그런 소설을

왜 이렇게 요즘 한국소설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든걸까?

내가 모르고 잇는 걸까?

 

정이현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혔고, 30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우리 일상을 잘 묘사했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그래 이 느낌, 이 표현이야'라고 무릎을 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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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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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을 읽고 창덕궁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유약하나 강단 있는 말을 외쳤던 <영원한 제국>속 이인몽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다. 어차피 소설은 허구,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허구. 나는 그 허구 속에 한번 몸을 담그는 것이겠지.

 

며칠 전, 흔해빠진 묘사지만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위로 하고 창덕궁에 갔다. 정조의 자취를 따라가 보고 노론과 남인의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치며 달려 나갔을 그 궁궐을 내 발로 걸어보았다. 규장각 서고가 있는 주현루에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계단에 살포시 놓여있었다. 나는 발을 쫑긋 세우고 그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여기서 이인몽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이 길을 정약용과 함께 걸었을 것이다.’

‘여기서 장종오는 <시경천견록고>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쇠락한 누각. 빛이 바랜 단청이 스산한 느낌을 더했다. 정조가 학문연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2층 누각 주합루. 1층은 규장각 서고이고, 바로 거기서 장종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영원한 제국>의 기나긴 하루 여정이 시작된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은 결코 만만치 않은 소설이다. 역사적 사실에 무지몽매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유신”에 대한 입장에 언뜻 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과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정조는 강력한 왕권중심주의 국가를 원했으나 당시 실권세력이었던 노론은 신권을 중히 여겼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고, 그로인해 자주국가를 수립한 모든 국가들이 겪었던 절대주의 국가체계를 우리는 수립하지 못해 조선이 망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홍재유신이 실패함으로써 우리의 역사는 160년이나 후퇴했으며 후에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의 논리는 뭔가 그 극단성으로 인해 무서운 감이 없지 않지만 정조의 개혁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상관없이 내가 이 <영원한 제국>에 빠져들었던 이유는 ‘이인몽’이란 인간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유약하고 성실하며 융통성 없고, 꿈과 희망은 큰 그런 선비였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부당한 처사에도 굴하지 않으며 한 점 티끌없는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순수청년.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내시감 서인성이 정조를 시해하려고 했을 때 이인몽이 몸을 날려 임금을 엄호했던 때와, 그 모든 것들이 정조의 조종에 의해서 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가 느끼는 충격-저자는 ‘삶의 심연’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이 추악한 권모술수라고, 더러워진 전하에게 충성하며 자신도 더러워 질 것이라고 고뇌하는 이인몽 옆에서 나도 같이 울고 싶어졌다.

 

결국 저자가 꿈꿨던, 혹은 주인공 이인몽이 꿈꿨던 '영원한 제국'에 대한 이상은 한갓 꿈으로 끝나버린다. 정조는 갑작스레 죽게 되고 노론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했던 이인몽은 그후 30여 년을 떠돌아 다니며 이름 없이 살다가 정조의 곁으로 돌아간다. 그간 벌어졌던 수많은 일이 일장춘몽처럼 표표히 흩어져버린다. 정조의 부름을 받았던 추억이 이인몽의 스치고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들의 ‘영원한 제국’은 이제 꿈으로만 남는다.

 

아주 오랜만에 생각의 표피를 떠도는 소설이 아니라 곰곰이,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을 만나서 참 즐거웠다.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내가 혼자 고민했던 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인몽과 박지원의 대화가 생각난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일. 사람은 그저 묵묵히 제 소신대로 사는 것이오. 내 피가 뛰는 가슴으로 느끼고 내 머리로 생각한 것이 그렇거늘, 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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