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8월 21일 읽고 쓰다

 

마음이 재빠르고 정확해야해...남의 얼굴빛과 남의 마음의 빛깔을

살필 수 있는 내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부드러운 마음이 힘센 마음인거야.

-27p

 

 지나간 날들은 개를 사로잡지 목하고 개는 닥쳐올 추위와 배고픔을 근심하지 않는다.

 -63p

 

 지나가는 것들이 지나갈 때 나는 짖지 않는다.

 -112p

 

 내가 사람의 아름다움에 홀려 있을때도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있었다.

 -124p

 

 

 도입부는 비비적대는 털복숭이처럼 따스했고, 쓰리게 아팠고

중간쯤 와서는 미적미적대다가, 마지막에는 여운 두 방울.

 

 김훈의 칼날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칼을 배에 넣고 삼킨 것인지, 없애버린 것인지 지금의 나는 알 수가 없다.

 곱씹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전(前) 필체는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장점과 왠지 모를 아쉬움이 읽는 내내 교차했다.

 

다섯 마리 진돗개 강아지 중 셋째로 태어나, 사람들과 부비적거리며 살아가는 "보리"라는 개가 이 책의 주인공.

처음에는 주인 할아버지 내외랑 살지만, 그 마을에 댐이 만들어지면서 땅에 물이 차올라 사람들은 터전을 잃고 도시로 나아가고, 보리도 주인 할아버지 둘째 아들네집인 바닷가로 이사를 간다.

 바닷가마을에서 보리는 냄새맡고, 보고, 뒹굴고, 핥고하는 동작들 속에서 세상을 알아가고, 이쁜 여자강아지에게 반하기도 하고, 힘쎈 개와 싸움을 벌이다 거의 죽을 뻔하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바다에 몸을 붇고 사는 작은 배 주인인 둘째 아들이 어느 날 풍랑에 휘말려 바다에서 죽게 되면서, 그 집 사람들은 다들 도시로 떠나고,

배추가 크는 것까지 보고 간다는 할머니와 기약없는 삶을 살게된다는 것이 이 글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만 딱 김훈의 냄새가 났다.

나는 읽기는 무지하게 힘들고, 읽을 때마다 욕을 해댔지만

-도무지 한 번에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의 곱씹을 수 있는 문체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중요한 내용은,

세상을 알아가기.

사람은 아름답다는 것.

현재에 충실하기.

부드러운 맘으로 살기-융통성.

그리고 어찌되었던 삶은 살아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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